바다에 유출된 기름을 신속하게 회수할 수 있는 기술이 국내에서 개발됐다.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김용협 교수 연구진은 "탄소 복합체인 '그래핀'을 이용해 바닷물에서 순도 99.9%로 기름만 빨아들이는 방제장치를 개발했다"고 13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실렸다.

그래핀 막(회색)이 기름이 유출된 바다에서 물(파란색)은 밀어내고 기름(검은색)만 내부로 빨아들인다.

그래핀은 탄소 원자들이 벌집 모양으로 연결된 형태다. 기름과는 잘 결합하지만 물은 밀어내는 성질이 있다. 연구진은 가로·세로·높이가 각각 8, 4.2, 5.4㎝인 상자의 두 면을 그래핀으로 만들었다. 원유가 섞여 있는 물에 이 상자를 넣자 그래핀 벽면을 통해 안으로 원유만 들어왔다. 그래핀에는 무수히 많은 구멍이 나있다. 식물의 뿌리에서 줄기로 물이 올라가는 모세관 현상에 따라 기름도 그래핀의 구멍들을 통해 상자 안으로 빨려 들어간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그만큼 기름 회수에 별도의 동력이 필요 없다.

연구진은 방제장치의 크기를 키우면 기름과 접촉한 면적 1㎡ 당 1시간에 2만L의 기름을 회수할 수 있다고 밝혔다. 2007년 태안 앞바다에 8만 배럴(1272만L)의 기름이 유출됐다.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이 장치 636개가 1㎡씩 기름과 접촉하고 있으면 1시간에 모두 회수할 수 있는 셈이다. 물론 실제 이 정도 성능을 내기는 힘들다. 파도의 영향으로 방제장치에 기름막이 붙었다 떨어졌다 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오일펜스로 한데 모은 기름에 수거용 원통을 굴려 묻혀낸다. 파도가 심하면 물이 섞여 들어와 원통에 기름이 잘 묻지 않는다. 기름막 두께도 최소 1㎜ 이상 돼야 효과가 있다. 논문의 제1저자인 김태우 연구원은 "이번 장치는 그래핀이 기름만 빨아들이는 원리여서 파도와 기름막 두께의 영향을 덜 받는다"며 "실제 해상 실험 등을 거쳐 이르면 3년 이내 상용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