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서울 중구 신한카드 본사 A동 16층 사무실, 김효정(50) 신한카드 모바일사업본부장은 사방이 유리로 탁 트인 집무실에서 기자를 맞이했다. 만나자마자 손을 꼭 붙잡고 악수를 청하는 모습은 서글서글하다는 인상을 줬다. 사업 얘기를 할 때는 눈빛에서 열의가 뿜어져나왔다.

김 본부장은 신한카드 최초의 여성 임원이다. 그는 고객관리 전담팀인 VM마케팅팀장(2012년)을 역임하고, 신한카드의 마케팅 체제 혁신팀인 ‘코드9’ 추진팀장(2014년)을 맡아 진두지휘한 고객관계 관리(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CRM) 전문가다.

그는 지난해 12월 신설된 모바일사업 전담본부의 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날 만난 김 본부장은 새로 전담하게 된 모바일 금융의 세계에 흠뻑 빠져있었다.

김 본부장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결제 기반은 없어질 수가 없다. 카드는 이제 보이지 않는 기반이 되고, 그 위에서 다양한 사업 활동을 하는 것이 우리(신한카드)가 생각하는 미래”라며 말문을 열었다. “모바일은 종합예술”이라고 말하는 그는 “데이터·마케팅능력·인프라라는 삼박자가 맞아야 한다”고 했다.

김효정 신한카드 모바일사업본부장은 인터뷰 도중 여러번 일어나서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을 가지고 왔다. 손에 쥔 신한 앱카드에서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실생활에서 어떻게 사용할 수 있는지 앱 내 버튼을 이것저것 누르며 설명했다.

−카드업계에서 올해 주목하는 이슈는?

“플랫폼 사업이다.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은 ‘보더리스(borderless·경계 없는)’를 강조한다. 국경에 경계가 없고, 온·오프라인에도 경계가 없고, 업계간 경계도 없다는 뜻이다. 카드사만 결제업을 하는 상황이 아니다.

고객과 커뮤니케이션하는 방법이 바뀐 것에도 주목하고 있다. 예전에 CRM을 할 땐 대부분 오프라인에서 어떻게 마케팅을 해야할지 신경 썼다. 이제는 온라인과 모바일로 창구가 변한 만큼 새로운 방안을 계속 고민하고 있다.”

−신한카드의 모바일 간편결제 앱(응용프로그램)인 신한 앱(app)카드를 플랫폼화한다는 뜻인가?

“그렇다. 결제 영역을 기반으로 고객과 가맹점이 만날 수 있는 온라인 상의 장을 조성하는 것이다. 신한카드가 준비하는 것은 MPA(Mobile Platform Alliance·플랫폼 회원 가맹점끼리 동맹, 다자간 마케팅)다. 지난 2월부터 교보문고와 제휴를 맺었고, 올해 안에 20개 업체 정도와 제휴할 예정이다. GS25, 코레일, 쏘카, 홈플러스, 한솔 등과의 제휴를 앞두고 있다. 구체적인 업체들은 4월 말에 공개될 예정이다.“

−구체적인 실현 방안은?

“교보문고와의 제휴를 예시로 들어보겠다. 교보문고 매장에서 앱카드를 꺼내서 결제하면 신한 포인트와 교보문고 포인트 모두 적립이 된다. 고객이 굳이 다른 멤버십 앱을 켜서 내밀지 않고 신한 앱카드만 있으면 된다.“

김 본부장은 이 대목에서 스마트폰을 가지러 자리에서 일어났다. 비밀번호를 누르는 등 결제 과정을 직접 시연해줬다.

−다자간 마케팅의 예시를 들어달라.

“보험사인 동부화재와 렌트카 업체 쏘카의 예시를 들어보겠다. 고객이 쏘카를 이용해 여행을 가게 되면, 신한카드가 동부화재의 여행자 보험을 추천해주고 연결을 해줘서 고객은 여행자 보험료를 할인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업체가 20곳 정도 모이면 웬만한 산업끼리 전부 연결된다. 신한카드는 업계 최고 업체들과 MPA를 할 예정이기 때문에 서비스의 성공을 자신한다.”

−카드사 위기론이 지속적으로 제기된다. 이를 돌파할 방안이 있나?

“요즘 빅데이터를 활용한 마케팅의 수준이 놀랍다. 스마트워치로 기록한 고객의 생태정보가 있으면, 고객이 보험사에 ‘내 운동량과 심전도 등을 측정했는데 내가 이렇게 건강하다. 보험료를 깎아달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카드사도 고객들한테 생체 정보를 받아 마케팅에 활용할 방안을 찾고 있다. 가령 매일 아침 부지런히 운동하는 사람의 리스크율은 낮을 것으로 보는 것이다. 새벽 2시쯤 술집에서 매출이 발생하는 고객은 건강 상태나 직업에 대한 안정성이 높지 않을 것이라고 추정하는 것이다. 이런 정보들이 모이면 카드사에서도 생체 정보를 활용한 마케팅이 가능해진다.

또 로보어드바이저를 생각하고 있다. 현재는 자산을 불리는 투자의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신한카드는 이를 미래에 합리적 소비를 제안하는데 활용할 예정이다. 고객이 미리 한달에 사용할 가처분 소득을 정하고 그 금액을 넘겨 돈을 썼을 땐 경고를 주고, 적게 썼을 땐 나머지 금액을 투자하도록 제안하는 것이다.”

김 본부장은 “긍정의 힘이 중요하다”며 밝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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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본부장은 힘차고 밝은 목소리로 신한카드의 비전을 이야기했다. 그는 “잘 될 것 같아요”라고 말할 때마다 고개를 세게 끄덕였다. 일도, 가정도 야무지게 꾸렸을 것 같은 김 본부장이 보수적인 한국의 조직 문화 속에서 어떻게 전진해왔는지 궁금해졌다.

−처음 카드사에 들어온 계기는?

“숙명여대에서 소비자 경제학을 공부했다. 80년대 중반 한창 소비자와 관련된 학문이 관심을 많이 받았다. 학교에서 신용카드에 대해, 소비자 신용에 대해 배웠다. 이 분야의 전망이 밝다는 생각이 들어 카드사에 지원했다. 탁월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당시엔 카드사가 몇 군데 없었던 산업의 태동기였다.”

−옛날엔 금융권에서 여성들은 주로 지원 업무를 하지 않았나. 마케팅 등 주요 업무 맡기 어려운 환경 아니었나?

“여성 인력이 금융권에서 일하는 것이 쉬운 상황은 아니었다. 결혼하면 대부분 그만뒀고, 업무 분야에도 제한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업무에 욕심이 많은 편이어서 과감하게 이일 저일 달라고 요구했었다.”

−출산, 육아 등에서 힘들었던 점은?

“아이를 낳고 딱 60일 쉬었다. 출산휴가 마치고 회사로 나오다가 다리에 힘이 풀려 계단에서 넘어진 적도 있을 만큼 힘들었다. 회사 나왔는데 모유가 안 멈춰서 한 달간 고생한 경험은 지금도 아찔하다.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 여성이 조직내에서 배려를 받는 것을 색안경끼고 보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아직도 유리천장 많이 보인다. 업무, 평가 등에서 차별은 여전히 있다.”

−일을 열심히 하시느라 자녀 교육이 쉽지는 않았겠다.

“아들만 둘이다. 애들은 거의 돌보지 못 했다. 회사에서 CRM, 채권, 마케팅 시스템을 한창 구축하는 단계여서 일이 바빴다. 평소엔 시어머니에게 아이들을 맡겼고, 주말에 한 번씩만 봤다.

평소 후배들에게 강조하는 것은 회사 일도 중요하지만 자녀들과의 관계를 소홀히 하면 안된다는 점이다. 큰 애가 사춘기를 심하게 겪으면서 힘들어할 때 가까이서 돌봐주지 못한 것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