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8일 오후 4시 50분쯤(현지시각) 전기차 업체 테슬라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의 역사적인 실험이 성공했다. 머스크가 설립한 민간 우주개발업체 스페이스X가 발사한 우주로켓 ‘팰컨9’의 1단 발사체를 바다 위 무인선에 정확히 착륙시켜 1단 로켓을 온전히 회수하는 데 처음으로 성공한 것이다. 5번의 도전 끝에 성공한 것으로 민간 우주개발 역사의 한 획을 그었다.

머스크의 역사적인 실험을 성공으로 이끈 핵심 기술은 무인선에 안전하게 착륙하도록 로켓 구조를 설계하고 흔들리는 바다 위에 떠있는 무인선을 세밀하게 컨트롤하는 것이다. 스페이스X가 1단 로켓 해상 착륙 회수에 4번이나 실패한 것은 로켓이 무인선에 착륙할 때 너무 빨리 떨어져 충격을 받거나 무인선이 균형을 잡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이중 흔들리는 바다 위에서 예측 불가능한 움직임을 보이는 무인선을 정확하게 컨트롤하는 데 필요한 위성 통신 안테나 장비를 한국의 기술기업이 제공해 주목받고 있다. 특수 위성통신 안테나 전문기업 인텔리안테크놀로지스(이하 인텔리안)는 스페이스X의 1단 로켓 해상 착륙 무인선에 자체 개발한 위성통신 안테나 'V100(사진)'을 제공했다고 12일 밝혔다.

◆ ‘해상의 기지국’ 위성통신 안테나

성상엽 인텔리안테크놀로지스 대표(사진)는 "스페이스X의 1단 로켓이 착륙한 무인선이 축구장 만한 크기이지만 우주에서 보면 점처럼 보이는 매우 작은 착륙 지점"이라며 "배의 위치, 위성 식별 기본 기술, 식별 이후 위성통신 업체들의 프로토콜에 맞게 제어하고 통신하는 알고리즘 기술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상에서 데이터 통신을 할 때는 기지국과 중계기가 무선신호를 중계하는 역할을 한다. 바다 위에서는 지구 정지궤도에 있는 통신위성의 신호를 받는 위성통신 안테나가 필요하다. 위성통신 안테나가 지상의 기지국을 대체하는 셈이다.

지구 정지궤도는 고도 약 3만6000km 상공을 말한다. 이 곳에 인공위성을 띄우면 인공위성의 공전주기가 지구의 자전주기와 같아서 지구상에서 보았을 때 항상 같은 곳에 정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끊김 없는 서비스가 필요한 통신위성이나 방송위성, 기상위성 등이 지구 정지궤도를 이용한다.

그러나 파도나 조류에 따라 쉴새 없이 움직이는 바다 위에 떠있는 선박과 통신하는 건 육지 처럼 간단치 않다. 통신위성은 가만히 있는데 선박에 있는 위성 통신 장비가 파도에 따라 출렁이면 위성 통신 신호 트래킹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또 정지궤도상에는 각국이 쏘아올린 통신위성이 워낙 촘촘하게 떠 있어 통신위성간 간섭신호를 걸러내는 것도 중요하다.

스페이스X가 1단 로켓 해상 회수에 활용한 무인선. 축구장 만한 크기의 무인선 왼쪽에 있는 둥근 흰색 물체가 인텔리안이 제공한 위성통신 안테나 V100 모델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페이스X는 인텔리안의 기술력을 택했다. 위성통신간 간섭신호를 걸러내는 정밀한 안테나 설계기술과 위성신호 트래킹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안테나 자세제어기술 등 인텔리안이 보유한 최첨단 기술이 머스크로부터 인정을 받은 것이다.

◆ 스페이스X가 선택한 한국기업 ‘인텔리안’...해상 통신 난제 기술력으로 해결

스페이스X가 1단 로켓을 바다 위 무인선에 온전히 착륙시키기 위해서는 무인선을 정밀하게 컨트롤해야 한다. 1단 로켓의 예상 낙하 지점은 바람이나 로켓 분리 시점에 따라 미묘하게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선박 위에서도 위성통신 신호를 잃어버리지 않아야 실시간으로 무인선을 조정할 수 있다.

인텔리안의 안테나 장비를 스페이스X가 선택한 것은 인텔리안의 기술력 때문이다. 인텔리안은 스페이스X의 눈높이에 맞는 위성통신 안테나 설계기술과 출렁대는 선박 위에서도 안테나 방향과 위치를 유연하게 제어할 수 있는 ‘자세제어 로봇’ 기술을 안테나 내부에 탑재했다.

그 중 핵심은 움직이는 선박에서도 안정적으로 위성 신호를 트래킹할 수 있는 자세제어 로봇 기술이다. X와 Y, Z축의 3축으로 구조를 설계해 배의 움직임을 포착해 위성 신호가 끊이지 않게 안테나 방향을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다.

안테나를 보호하는 뚜껑 형태인 ‘레이돔’ 기술도 개발했다. 외부 충격에서 안테나를 보호하고 위성통신을 하는 데 필요한 통신 신호가 유실되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우박이나 비, 바람 등으로부터 안테나를 보호할 수도 있다.

성상엽 인텔리안 대표는 “2004년부터 선박, 항공용 위성통신 안테나 기술을 개발해 온 역량을 스페이스X가 높게 평가했다”며 “향후 선박용 위성통신 장비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성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스페이스X가 우주 로켓 ‘팰컨9’의 1단 로켓을 안정적으로 무인선에 착륙시키는 데 성공했다.

한편 스페이스X가 육지가 아닌 바다 위를 1단 로켓 회수 장소로 선택한 것은 1단 로켓이 다시 지상으로 떨어지는 데 필요한 연료를 아끼기 위해서다. 우주로켓은 예측하지 못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바다 쪽 하늘로 발사되는데 이를 다시 육상으로 돌아오게 하려면 보다 많은 연료가 필요하다. 머스크는 로켓을 회수해 재활용하면 기존의 우주 발사 비용 6000만달러의 10분의 1로도 우주로켓을 발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