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모(35)씨는 지난 3개월 동안 인터넷 해지 문제로 한 통신사와 씨름을 했다. 약정 기간이 끝나, 해지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는 상황이었다. 김씨는 "인터넷 가입은 초고속으로 신청이 되는데 해지는 왜 이렇게 어려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씨는 작년 1월 초고속인터넷과 인터넷TV(IPTV) 결합 상품에 새로 가입했다. 기존 3년 약정이 만료돼 새로 3년 약정을 신청한 것. 1년 뒤인 지난 1월 김씨가 이사를 하면서 인터넷 이전을 신청하다가 요금이 이중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발견했다. 예전에 약정했던 초고속인터넷 상품이 해지 처리가 안 된 상태에서 결합 상품이 중복 신청이 된 것이다. 김씨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통신사에 해지를 요구했다. 그러나 통신사는 '바로 처리해드리겠다' '담당 부서를 연결해 연락드리겠다'는 식으로 전화를 돌리며 처리하지 않았다. 김씨는 "지난 1년간 요금은 돌려받지 않아도 되니 제발 제대로 처리만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가입은 초고속, 해지는 초저속

올해 들어서도 통신사들이 갖가지 편법과 꼼수를 동원해 가입자 이탈을 막는 행위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 작년 미래창조과학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3년 3월부터 지난 7월까지 미래부에 접수된 초고속인터넷·IPTV(인터넷TV) 등 결합 상품 관련 민원은 총 1335건이었다. 그중 가장 많은 429건이 해지 관련 민원이었다.

미래부의 양진용 고객만족(CS)팀장은 "올 들어서도 일주일에 한두 건씩 해지 관련 민원이 들어오고 있다"며 "통신 상품 관련 민원 중 여전히 해지 관련이 가장 많다"고 말했다.

인터넷 해지는 기본적으로 상담원과 통화를 해야만 가능하다. 이 과정에서 통신사가 해지를 막기 위해 갖가지 꼼수를 쓸 여지가 많은 게 사실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지난 1월 전화 없이 인터넷으로도 해지 신청이 가능하도록 관련 규정을 만들었다. 그러나 11일 오전 KT·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 상담원에게 직접 해지 절차를 문의해보니 상담원들은 모두 "인터넷으로 해지를 신청해도 상담원과 통화를 해야만 해지 처리가 가능하다"고 답했다.

해지 막는 방법도 가지가지

통신사들이 해지를 막는 수법은 다양하다. 회사원 박모(55)씨는 지난 2월 인터넷과 IPTV를 다른 통신사로 이전하기 위해 SK브로드밴드에 전화를 걸었다. 3년 약정은 모두 만료된 상태였다. 그러자 상담원은 '10만원 안팎 백화점 상품권 제공, 월정액 요금 추가 인하' 등 각종 혜택을 제공하며 3년 추가 약정을 권유했다. 박씨는 "상담원으로부터 추가 혜택을 제공하겠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지난 3년간 비싼 요금을 낸 게 억울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SK브로드밴드는 현재 구인 구직 사이트에서 해지를 방어할 전문 상담원을 뽑고 있다.

회사원 김모(28)씨는 지난달 27일자로 3년 약정이 만료되는 초고속인터넷을 해지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는 KT 안내원으로부터 "27일은 휴일이기 때문에 직원들이 해지 처리를 할 수 없다"면서 "다음 날인 28일자로 해지를 하고 그만큼 추가 요금이 청구된다"는 답변을 들었다. 한 소비자는 상담원과 통화 후 작년 12월 15일 초고속인터넷을 해지했다가 3년 약정 만료 하루 전 해지된 것으로 처리돼 위약금으로 14만원을 지불하기도 했다. 상담원에 따라 해지 날짜도 오락가락하는 것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정당한 사유 없이 해지를 거부하는 행위나 과도한 위약금을 물리는 것은 법으로 금지돼 있으며, 해당 기업은 과징금 처분을 받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