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성과급제 도입에 반대하며 234일간 파업을 했던 전례가 있는 알리안츠생명 노동조합이 독일 알리안츠그룹의 매각 방침에 반발하며 매각 과정에 관여하겠다는 입장을 사측에 밝힌 것으로 8일 확인됐다.

알리안츠생명 한국법인은 자산이 16조원이 넘지만 최근 중국 안방보험에 300만달러(약 35억원)에 팔렸다. 금융권에서는 안방보험이 알리안츠생명을 저가에 인수한 뒤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실시할 가능성이 높자, 노조가 매각을 방해하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고 분석하고 있다.

8일 금융권 관계자는 “노조가 매각과 관련해 대화를 하자고 사측에 요청했는데, 매각 전에 고용 안정을 보장하고 2016년 임금을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2009년 5월 25일 서울 여의도 알리안츠생명 본사 빌딩 앞에서 파업 참가 조합원들이 천막 농성을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노조 측은 “언론에는 아무런 할 얘기가 없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알리안츠생명 노조는 금융권에서 가장 강성으로 분류된다. 지난 2008년에는 성과급제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에 반발해 장기 파업을 벌였다. 이 여파로 제종규 노조위원장 등 간부진이 구속됐다가 무죄로 풀려난 바 있다.

8일 알리안츠생명 노동조합 사무실. 이날 노조 사무실은 굳게 닫혀 있었다.

알리안츠의 한 전직 임원은 “알리안츠 노조는 신상품을 만들 때조차 ‘노조원에 부담 요인이 될 수 있으니 노조 동의를 얻고 내놔라’고 할 정도로 강성조직”이라며 “알리안츠생명은 2008년의 장기 파업 당시 설계사가 대거 이탈하며 영업 기반이 완전히 훼손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노조가 사사건건 경영에 관여하다보니 독일 본사가 지쳐하는 느낌이었고 지난해 이후로는 방치하는 느낌이 있더니 갑작스레 매각이 추진됐다”고 설명했다.

독일 알리안츠는 1999년 알리안츠 한국법인(당시 제일생명)을 4000억원에 인수한 뒤 7차례에 걸쳐 8500억원을 투자했다. 총 1조2000억원을 쏟아부었으나 정상화되지 못했다. 지난해는 874억원의 영업 적자를 기록했다. 알리안츠생명이 업계 평균 수준의 재무건전성 지표(지급여력비율)를 맞추려면 수천억원대의 유상증자를 해야 하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제일생명 당시 연 7% 안팎의 금리를 주고 보험상품을 많이 판 영향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제때 구조 개혁을 하지 못한 영향이다. 알리안츠는 지난 2005년에는 본사 건물을 팔아 현금을 마련하려고 했으나 노조가 ‘먹튀 시도’라고 반발해 철회하기도 했다.

또 다른 알리안츠 전 직원은 “알리안츠는 2013년까지 받았던 퇴직금 누진제(3배씩 누적으로 퇴직금을 쌓아주는 제도)가 재무 구조에 상당한 악영향을 줬다”면서 “다른 보험사들은 10여년 전에 이미 다 이 제도를 폐지했는데 알리안츠는 노조가 거세게 반발해 협의하지 못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