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OECD서 첫 근무한 뒤 ADB로…국제기구만 17년째
"세계 경제 회복하고 저유가 유지되면 한국 3% 성장 가능"

"중국의 성장률 목표는 현재의 6.5~7% 수준에서 중장기적으로 점차 하향 조정될 것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성장률이 아니라 중국 경제의 구조조정이 무리 없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는지 여부다. 중국 내수 시장이 활성화 되고 생산 구조가 저임금 노동 집약에서 고부가가치 기술 집약 창출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아시아 주변 국가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한국은 여성들 중에 굉장히 훌륭한 인적 자원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가사 부담 때문에 회사를 그만두고, 경력이 단절되고, 본인이 가진 능력과 상관없는 일을 선택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여성 인력이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전체 고급인력의 절반을 국가가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민정책이 경직적으로 운영되는 한국과 일본의 경우 저출산과 고령화가 즉각적으로 경제에 타격을 준다. 정부가 이민정책을 유연하게 운영할 필요가 있다. 여성 인력정책과 이민정책에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달려 있다."

박신영 이코노미스트는 “어떤 한 분야에서는 특출난데 다른 분야는 다 못 하는 사람이 천재인데 그것을 키워낼 수 있는 교육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신영 아시아개발은행(ADB) 이코노미스트(47)는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와 ADB에서만 17년을 근무한 국제기구 사람이다. 서울 진선여고, 서울대학교 국제경제학과(88학번)를 졸업한 이후 컬럼비아대학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3년부터 미국, 프랑스, 필리핀에서 쭉 외국생활을 했다. ADB에서 근무한 것은 지난 2002년부터로, 만 10살인 아들과 함께 필리핀 마닐라에 살고 있다.

ADB에서 경제 개발 관련 연구를 하는 박 이코노미스트는 여성 인력 정책에 관심이 많다. 그중에서도 한국의 정책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여성들이 결혼, 출산 이후에 직장에서 나와서 살림을 하다가 40~50대에 재취업을 하면 직업의 질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홍콩이나 싱가포르에서 인력이 부족한 직군에 대해 이민자를 적극 받아들이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겪고 있는 한국 정부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민자들의 자녀 교육과 복지에도 신경을 써줘야 한다"면서 "이민자를 금방 돌아갈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잠재적으로 우리나라의 국민이 될 사람이라고 생각해야 나중에 이민 정책으로 인한 부작용이 덜 생긴다"고 강조했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아시아의 교육제도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천재를 키울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천재는 다재다능한 사람이 아니라 딱 한가지 분야에서라도 특출난 재능을 보이는 사람"이라면서 "아이들의 다양성을 존중하면서도 잘하는 분야에 대해서는 다른 아이들과 차별화된, 영재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설명했다.

해외에 거주중인 박 이코노미스트와는 두 차례에 걸쳐 이메일 인터뷰를 한 뒤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메일로 질문과 답변을 주고 받았을 때는 차분하고 여성스러운 경제학자라는 느낌을 받았는데 통화를 해보니 그보다 훨씬 에너지가 넘치고 적극적이며 유쾌한 성격이었다. 한국말을 자연스럽게 잘하면서도 오랜 외국 생활 때문인지 영어를 자주 섞어 썼다. 그는 출장 때문에 전화 인터뷰는 20분 정도 밖에 할 수 없다고 얘기했지만, 실제 통화는 한 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이민정책은 상당히 민감한 분야다. 한국 정부는 이민자들에게 개방적이지 않고 관련 정책도 초기 단계라고 볼 수 있는데, 어떻게 바꿔야 할까.

"굉장히 민감한 문제다. 각 나라의 상황에 맞춰서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게 맞다. 그 나라 국민 만으로는 노동시장이 유지가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이민자들을 받아들이고 나면 국민들이 반감을 갖는 경우가 많다. 싱가포르가 그런 사례다.

싱가포르는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 달리 고학력 전문직 이민자를 중심으로 해외 인력을 받아들였다. 그런데도 국민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며 이민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커지고 있다. 반대로 한국은 저임금 저학력 노동자들이 유입되고 있는데 이민자들을 멸시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특정 직군에 대해서만 이민자를 받는 정책은 바람직하지 않다. 사회 전반적으로 인력이 모자란 직군에 대해 이민자를 점진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또 정부가 이민자들의 교육과 복지에 신경을 써야 한다. 한국 국민이라고 생각하고 사회복지 정책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한다. 독일 정부도 처음 터키 이민자를 받았을 때 5년 정도 있다가 돌아가는 사람들 이라고 생각해 이민자를 배려하는 정책을 쓰지 않았다. 하지만 이민자들은 금방 돌아갈 사람이 아니라 잠재적으로 그 나라 국민이 될 사람이다. 정부가 전혀 배려를 안 하면 사회에 불안요소로 돌아올 수 있다. "

―한국의 교육 정책은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한국에 있는 지인과 통화를 하다가, 중학교에 들어간 아이에게 체력장 과외를 시킨다는 얘기를 듣고 놀란 적이 있다. 한국은 거의 모든 분야에 대해 경쟁이 이뤄진다. 학생들이 모든 것을 잘하기를 강요한다. 그러다보니 획일적인 경쟁이 이뤄지고 학생들은 학업 스트레스가 상당히 심해진다. 수학 천재가 국어는 못할 수도 있다. 다양한 재능을 발굴해주는 쪽으로 교육이 진행돼야 하는데 그저 모든 사람들의 기준을 높이는 방향으로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아이들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뛰어난 분야에 대해서는 차별화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가 개편돼야 한다. 모든 분야에 대해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뛰어난 능력을 가진 분야에서 다른 영재들과 경쟁할 수 있도록 돼야 한다. 한 분야에서 특출난 재능을 가진 아이들을 걸러내 그 능력이 조금이라도 더 개발될 수 있게 북돋아줄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주요 연구 분야는.

"한 가지 주제를 보기 보다는 경제 개발과 관련한 다양한 주제를 연구한다. 대학교 졸업 이후 국제기구에 쭉 몸담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 지역금융시장 발전과 통합과 같은 주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다. 미얀마, 캄보디아, 태국 등 아시아 경제에 대한 스터디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컬럼비아대학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는데 졸업 논문은 어떤 내용이었나.

"1990년대에 외국인의 장외시장 투자가 국내 주식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해 연구했다. 당시 한국 주식시장에도 중국처럼 외국인 투자한도가 있었다. 한도가 초과하면 외국인들 사이에서 장외 투자시장이 형성됐고 외국인 보유 주식에 프리미엄이 붙었다. 외국인들이 한국 주식에 대해 가지고 있는 정보 수준에 따라 프리미엄이 달라졌는데, 이 프리미엄이 결과적으로 국내 주식 가격에도 영향을 준다는 내용이다."

―논문 지도 교수는 누구였나.

"로버트 호드릭(Robert hodrick) 교수다. 지난 2004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에드워드 프레스콧 애리조나주립대 교수와 함께 개발한 '호드릭-프레스콧 필터'(Hodrick-Prescott Filter)로 유명하다. 복잡한 실물경기를 분석할 때 주기적인 변동 요인을 뽑아내기 위한 함수다. 이 필터는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 등을 추정할 때도 사용되고 있다."

―지난 2011년 발표한 연구에서, 선진국과 신흥국 경제가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 되지 않고 오히려 긴밀하게 연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흥국 경제가 독자적으로 성장하지 않고 선진국 경제의 수요에 의존하는 한 디커플링은 착시현상이다. 신흥국 역내 수출입 증가는 역내 수요가 아니라 선진국 수요와 연계돼 있다. 지금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다만 중국이 점점 수출이 아닌 내수 위주의 성장 정책을 쓰고 있고 이 때문에 역내 무역 중에서 최종재 비중이 높아진다면 아시아 신흥국 경제가 좀 더 선진국 경제와 독립적으로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

―한국과 중국 경제는 리커플링(recoupling·재동조화) 되고 있나.

"중국은 수십년에 걸쳐 세계의 생산공장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아시아에서 생산되는 원자재와 생산 부품이 중국에서 최종 소비재로 완성돼 세계 각국으로 수출되는 구조다. 한국의 대(對)중국 수출은 중간재 비중이 높기 때문에 세계 경기 침체가 중국 생산 감소를 통해 한국 경제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지난 2005년에 위안화 절상이 중국 주변국에는 도움이 되지만 세계 경제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데는 큰 도움이 안될 것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지금은 반대로 위안화의 급격한 절하를 우려하는 시각이 있는데, 위안화 절하가 중국과 한국, 그리고 세계 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까.

"중국은 해외로 자본 이동에 제약이 있고 상당한 외환보유액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위안화가 급격하게 절하될 것이라고 우려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꼬리 리스크(tail risk·가능성은 낮지만 발생하면 파급효과가 큰 사건)로서 그런 상황이 발생한다면 세계 금융시장이 동요하고 아시아 경제 전반의 수출 경쟁력이 약화하는 부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위안화 절하가 각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중국과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는 정도에 따라 다를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은 중국에 대한 중간재 수출 비중이 높기 때문에 중국의 해외 수출이 늘면 혜택을 볼 수 있지만 가전과 전기·전자 제품 등 중국과 경쟁 구도에 있는 분야는 손해를 본다. 어느 쪽 비중이 큰 지에 따라 경제 전체가 받을 영향이 결정될 것이다."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 성장률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나.

"중국 정부는 균형 성장을 위해 성장률 목표를 6.5~7% 수준으로 정했다. 중장기적으로 목표 성장률은 점차 하향 조정될 것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성장률이 아니라 중국 경제의 구조조정이 무리 없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는지 여부다.

중국 내수 시장이 활성화 되고 생산 구조가 저임금 노동 집약에서 고부가가치 기술 집약 창출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자원이 보다 효율적으로 재분배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과정은 아시아 주변 국가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중국 정부가 추진 중인 위안화 국제화는 성공할 수 있을까.

"최근 위안화가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통화에 편입됐다. 하지만 이것으로 위안화 국제화가 이뤄졌다고 말하긴 어렵다. 중국은 아직 자본시장 개방 수준이 낮고 환율도 역내와 역외가 이원화 돼있다. 무엇보다도 정보 공유가 잘 안되고 투명하지 않다. 중국 정부가 중장기적으로 국제 자본시장과 투자자들과의 신뢰를 쌓고 일관성 있게 개방과 규제 완화를 지속해야 한다."

―일본 정부가 추진한 마이너스 금리 정책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마이너스 금리는 은행의 수익성을 약화시키는 부작용이 있기 때문에 오랫동안 추진하기는 힘들다. 이례적인 정책이고 중장기적인 효과를 장담하기 어려운 정책임에는 틀림 없지만 단기적으로 은행 예금을 소비로 전환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면 성공이다. 하지만 일본 경제는 거시 정책만으로 해결하기는 힘들다. 기업과 산업 전반의 경쟁력 강화,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 등을 목표로 보다 더 적극적인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아시아 국가 중에서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높은 국가는 어디인가.

"미얀마, 인도네시아, 인도다. 이들 국가는 인적자원이 풍부하다. 인구구조가 젊어 잠재 성장력이 크다. 교육에 대한 국가적, 사회적 관심이 비슷한 국민소득을 가진 국가들보다 높아 노동인력의 질적 향상이 기대된다. 지금 교육 인프라가 약한 편이지만 정부가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지출과 투자를 늘려가고 있다.

다만 인적자원이 풍부하다는 점이 그 국가에 이득(benefit)이 될 수도 있지만 저주(curse)일 수도 있다. 일하려는 젊은 층은 많은데 일자리 창출이 제대로 안 될 경우 잠재성장률을 악화시킬 수 있다."

박신영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금리인상에 취약한 신흥국은 국가 부채가 높고, 수출 경쟁력이 약하며, 외환보유액이 충분하지 않은 국가들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미국과 세계 경제 흐름을 전망한다면.

"미국 경제는 전반적으로 양호한 흐름을 보일 것이다. 고용이 서서히 증가하고 있고 가계 수입도 늘고 있다. 가계 부채 문제도 점차 해결돼 내수 회복이 미국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이다.

중국, 인도 등 신흥국 경제 성장도 계속돼 세계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한다. 점수를 매긴다면 B+ 정도가 될 것이다."

―올해 세계 경제의 불안 요인은 무엇인가.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신흥국 금융시장의 혼란이다. 금리인상은 예고돼 있었지만 국가별 상황에 따라 혼란이 나타날 수 있고 동시다발적인 경우에는 예상외의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또 하나는 중국 경제의 경착륙. 중국 정부의 정책적인 노력으로 경제가 서서히 균형 발전을 향해 가고 있지만, 민간 분야에서 부채가 증가하고 은행 부문이 취약한 데다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여전히 금융시장이 불안한 상황이다. 중국 수요가 위축될 경우 아시아 신흥국, 특히 자원 수출국의 경제에 타격이 크다.

마지막으로 유가 변동. 유가가 낮으면 대체로 세계 경제에 긍정적이지만 너무 급격한 변화는 금융시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최근에는 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급락하면서 산유국과 자원 수출국 경제가 위축되고 있다. 이들 국가들의 세계 경제 기여도가 많이 높아졌다. 정치 불안까지 합쳐질 경우 예상보다 파급 효과가 클 수 있다."

―올해 한국 경제를 전망한다면.

"작년 하반기 이후 서서히 경제가 회복기로 접어들고 있지만 아직 낙관하기는 어렵다. 세계 경제 회복세가 미약하고 중국 성장률이 둔화하면서 해외 수요가 당분간 증가하기 어려워 보인다. 미국 금리인상으로 신흥국 금융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어 수출과 내수 진작도 힘들 수 있다.

다만 기저효과 영향으로 민간 소비가 작년보다는 회복되고 있고 저유가로 수입 비용이 낮게 유지되면 기업이익이 증가해 투자와 고용이 긍정적일 수 있다. 세계 경제가 계속 회복하고 저유가가 유지된다면 3% 이상 성장이 가능할 것이다."

―경기 회복을 위해 한국은행이 추가로 금리를 인하해야 할까.

"현재 경제 상황에서 금리인하가 한국경제가 당면한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기는 힘들 것이다. 내수와 기업 투자의 부진이 심해지고 있는데 그 근본적인 원인이 투자 자금 부족이 아니라 성장잠재력 약화와 수출 경기 침체 때문이다. 이는 금리인하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이고 고용 불안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소비 증가를 기대하기 힘들다. 적절한 재정지출과 공공투자 확대가 필요하다."

―한국 경제가 당면한 시급한 문제는 무엇인가.

"경제 성장 동력이 약화되고 있는 가운데 고령화, 여성 인력의 비효율적 활용 등 구조적인 문제 해결되지 않고 있다. 정규직 중심의 노동시장 경직성이 청년 실업, 출산 후 여성의 재취업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다. 노동시장을 보다 유연하게 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

―한국 제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새로운 성장 동력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정부 주도의 무언가를 시도하기 보다는 민간 부문의 경쟁을 유도해 국제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개방과 규제 완화 없이 국제 수준의 경쟁력을 갖출 수는 없다. 서비스 분야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해외 투자를 유치하고 교육, 의료, 법률 서비스는 해외에 개방해야 한다. 금융 규제 완화는 단기적으로는 기업들의 고통을 수반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국제 경쟁력을 갖춘 서비스 경제로 가는 초석이 될 것이다."

―한국 정부는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해 경기 부진에 대응하려는 노력을 했다. 이에 대해 평가한다면.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중장기적으로 부동산 시장 전망이 밝지 않다. 빚을 내서 집을 산 경우 부동산 경기 침체와 주택 가격 하락이 가계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준다. 한국은 가계 부채가 상당히 높은 수준이어서 경제 전반에 파급효과가 클 것이다."

―한국 자본시장은 외국인의 자본 유출입에 취약한 모습을 보이는데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한국 자본시장의 근본적인 문제는 국내 시장을 베이스로 활동하는 국내외 자본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이들 자본에게 국내 시장은 일시적으로 머무는 곳에 불과하다. 홍콩이나 싱가포르는 자본시장에서 해외 자본의 유출입이 활발한 편이지만 그 자체가 문제 되지는 않는다.

정부의 외환건전성 3종세트(외환 건전성 부담금 부과·선물환 포지션 한도 규제·외국인 채권투자 과세) 만으로는 해외자본 유출입과 외환 변동성을 막을 수 없다. 투자상품을 다변화하고 유동성을 확대하려는 노력이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위기 때 해외 투자자들이 한국 시장과 상품에 대한 신뢰를 가질 수 있게 금융안전망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박신영 이 코노미스트는 국제기구에서 근무하기 시작한 이후 쭉 남편과 떨어져 생활하고 있다. 이에 대해 “그래도 내가 파리에서 필리핀으로, 남편이 홍콩에서 한국으로 이동하면서 거리는 좀 가까워졌다”며 웃었다.

―대학 졸업 이후 국제기구에서만 쭉 근무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국제사회가 그때 그때 관심을 갖는 분야에 대한 연구 비중이 높은 편이다. 연구 주제가 시의적절하고 다양할 뿐 아니라 연구 결과에 대한 반응이 즉각적으로 오는 점에 끌린 것 같다."

―해외 생활은 어떤가.

"결혼한 이후에 남편과 줄곧 떨어져 아이와 함께 생활했다. 지금 남편은 한국에 있고 내가 1년에 2~3번 정도 서울에 간다. 결혼할 때에는 내가 OECD에 근무해서 파리에 있고 남편은 홍콩에 있었다. 지금은 내가 필리핀으로, 남편이 한국으로 옮겼으니 거리 상으로는 가까워진 셈이다. 아들이 만 10살이어서 마닐라에서 학교를 다니는데, 아이를 돌봐줄 도우미를 구하기가 쉬워 필리핀에 오래 있게 됐다."

―국제기구에서 일하고 싶어하는 청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국제기구에서 일하는 게 꿈이라는 청년들에게 항상 '직장과 직업은 다르다'고 말한다. 자기가 무엇을 하고 싶은가에 대한 생각이 없으면 국제기구도 직장일 뿐이다. 제일 중요한 것은 본인이 평생 뭘 하고 싶은가 이다. 본인이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 그 분야에서 전문성을 키우는 노력을 끊임없이 하는 게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