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전기 자동차 경쟁이 불타오르고 있다. 가격은 ‘럭셔리 전기차’의 절반이면서 한번 충전으로 달리는 거리는 두 배 늘어난 실용 전기차 시판이 눈앞으로 다가 왔다.

선수를 친 메이커는 신흥 전기차 업체 ‘테슬라’다. 여기에 전통의 메이저 자동차 메이커 ‘GM(제너럴 모터스)’가 도전장을 냈다. 신흥 업체와 굴지의 메이저 브랜드가 벌이는 전기차 대결에 미국의 자동차 소비자들이 열광하고 있다.

테슬라는 지난달 31일 공개한 ‘모델 3’를 사전 예약으로만 27만6000대나 팔았다. 예상 매출 116억달러, 한화 13조원 넘는 매출을 36시간 만에 올렸다.

앨런 머스크 CEO는 “모델 3는 2017년부터 양산되는 모델인데도 1000달러 예약금을 걸고 주문하려는 대기자가 매장에서 800명 넘게 줄을 섰다"며 감격해 했다.

‘모델 3’는 닛산의 전기차 ‘리프’가 6년 동안 힘겹게 쌓아 올린 전기차 판매 기록(20만2000대)을 매장에 나오기도 전에 갈아 치웠다.

◆ ”테슬라 ‘모델3’ 구매 행렬 아이폰과 비슷...전기차 판도 바뀔 것”

외신들은 “아마도 역사상 가장 중요한 차가 될지도 모르겠다"는 평가를 내놓으며 흥분하고 있다.

포브스지는 “‘모델 3’가 완벽한 전기차 시대를 가져올 것”이라고 했다. 워싱턴포스트는 “ 외관이 멋질 뿐 아니라 실용성까지 갖췄다”고 했다.

AP통신은 한 술 더 떠 2007년 출시하자 마자 통신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꾼 아이폰 열풍과 비교했다.

“모델 3를 예약하기 위해 몰린 인파는 막 출시된 아이폰 모델을 사려고 애플 스토어에 몰려든 사람들의 모습과 비슷하다.”

테슬라가 공개한 ‘모델 3’가 아이폰처럼 자동차 시장의 판도를 완전히 바꿀 것이란 기대감이 가득하다. 최근 지지부진한 혁신의 물꼬를 틀 기념비적인 제품이란 칭찬도 나온다.

테슬라의 전기차 ‘모델3’(위), GM 쉐보레의 전기차 ‘볼트 EV’(아래).

GM '볼트 EV' vs 테슬라 '모델3' 대결 기대감

하지만 테슬라 ‘모델 3’가 미국 전기차의 유일한 대안은 아니다. 미국의 주요 미디어들은 벌써부터 올 해 말 출시될 GM 쉐보레의 ‘반값 전기차’ ‘볼트 EV’와 테슬라 모델 3의 성능과 디자인을 비교하며 전기차가 바꿀 미래를 그리기 시작했다.

미국의 전기 자동차 시장은 사실 올 해 초부터 들썩였다. GM은 올해 1월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세계가전박람회(CES)에서 전기차 ‘볼트(Bolt) EV’를 최초로 공개했다.

“두말할 나위 없이 혁신적인 제품입니다.”

연단에 오른 메리 바라(Mary Barra) GM 최고경영자(CEO)는 벅찬 표정으로 ‘볼트 EV’를 소개했다.

언론도 “전기 자동차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GM 역사상, 아니 자동차 역사상 가장 큰 사건으로 기록될지 모른다"는 호평을 쏟아냈다.

‘볼트 EV’는 휴대폰, 초고화질 TV를 밀어낸, 올해 CES의 주인공이었다.

세계 최대 자동차 메이커의 탄탄한 생산 라인을 통해 전기차가 양산되면 이 전기차는 ‘화석 연료 중독환자’라 비난받은 미국의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을 바꿀 모델이 될 것이란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테슬라의 야심작 ‘모델3’, GM의 역작 ‘볼트 EV’. 어떤 모델이 더 경쟁력 있을까?

외신들은 가격과 기술은 볼트 EV, 한번 충전으로 달리는 주행 능력과 가속 능력은 모델3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가격은 ‘볼트 EV’가 우세하다. ‘볼트 EV’의 평균 판매 가격은 3만7500달러(한화 4300만원)이다. 메리 바라 CEO는 “미국 정부의 보조금(7500달러·한화 860만원)을 고려하면 볼트 EV를 3만달러(한화 3400만원)정도에 구입할 수 있다”고 했다.

‘모델 3’의 대당 평균 가격은 4만 2000달러(한화 4800만원). 기본 사양은 3만5000달러(한화 4000만원)이지만, 구매자 대부분이 옵션을 추가했다. 미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을지 현재로선 불투명하다.

GM 쉐보레의 전기차 ‘볼트 EV’의 내외관 모습.

‘볼트 EV’는 “GM 역사상 가장 깔끔한 인테리어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0.2인치 크기의 디스플레이, 후방카메라, 외부 카메라로 자기 차를 내려다 보듯 볼 수 있다. 운전자의 스마트폰과 연동해 자동차를 조작할 수도 있다. 4G LTE Wi-Fi와 블루투스 기능도 장착했다.

‘모델3’에는 15인치 대화면 디스플레이가 적용된다. 편의 사양은 이게 전부다. 앨런 머스크 CEO는 “미래 지향적 실내 디자인"이라고만 밝혔다.

한 번 충전해 이동할 수 있는 거리는 ‘모델3’가 앞선다. ‘모델 3’는 한 번 충전으로 215마일(346㎞)을 달린다. 볼트 EV는 200마일(321㎞)이다. 하지만 두 모델 모두 일반 소비자에게 충분한 주행 거리를 제공한다.

가속 능력도 충분히 좋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에 도달하는 시간(제로백)은 모델3가 6초, 볼트 EV가 7초다.

테슬라의 전기차 ‘모델3’의 모습.

디자인은 호불호가 갈린다. 테슬라의 고급 차종인 '모델S'나 '모델X'와 비슷한 ‘모델 3’는 고급스러운 디자인이란 평가가 많다. 볼트 EV의 외관은 쉐보레 스파크를 길게 늘린듯한 디자인이다. 컴팩트하고 친근하다.

◆ 세계 전기차 시장, 매년 30~50%씩 성장

‘모델 3’, ‘볼트 EV’의 출현을 계기로 전기차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 속속 나오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최근 '대중화 시동 건 전기차'를 통해 2013년 20만대였던 전기차 시장이 2014년 50% 성장했다고 밝혔다. 작년에는 100% 넘게 성장, 60만대를 돌파했다. 영국 전기차 시장은 작년 한 해 10배 이상 커졌다. UBS는 “앞으로 5년 동안 세계 전기차 시장은 연평균 30~50%씩 성장할 것”이라고 했다.

중국의 성장세도 무섭다. 작년 전기차 34만대를 만들었고, 31만대가 팔렸다. 중국 정부는 전기차 세금 면제 헤택과 공격적인 보조금 정책을 쓰고 있다.

20세기 이후 거의 모든 혁신은 미국이 이끌고 다른 나라들이 추격하는 양상이었다. 하지만 전기차 산업에서는 처음부터 미국과 중국이 경쟁하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누구나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 수 있도록 규제를 풀고, 소비자들에겐 보조금 이외의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며 “전기차 산업과 시장의 폭발적 성장은 한국 정부와 자동차 기업들에게 커다란 기회이자 위기”라고 했다.

폭발하기 시작한 전기차 시장에서 ‘모델 3’나 ‘볼트 EV’와 경쟁할 제품을 내놓지 못하면 또 다시 후발주자의 설움을 겪을 지 모른다는 경고다.

김희집 서울대 공대 교수는 “혁신 제품의 확산은 점진적이지 않고 단절적, 폭발적으로 일어난다”며 “3년 안에 자동차 시장의 판도가 바뀔 것이다. 2016년은 그 원년"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혁명의 여명기인 1965년, 페어차일드 연구원이었던 고든 무어는 “18개월마다 컴퓨터 처리 속도는 두 배씩 증가하고 비용은 절반으로 떨어진다'는 ‘무어의 법칙'을 제시했다.

일각에선 전기차 기술의 핵심인 전기 배터리 기술 개발 속도와 가격에 무어의 법칙이 적용되는 시기가 도래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자동차 산업이 피비린내나는 경쟁 속으로 빨려들어가고 있다는 경고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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