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지난 3월 온라인 결제 플랫폼 페이팔(Paypal) 출신 임원 2명을 영입한 것으로 4일 확인됐다. 이번 페이팔 출신 임원 영입은 삼성전자의 모바일 결제 서비스 삼성페이의 이용자경험(UX)을 개선하는 등 삼성전자의 전반적인 소프트웨어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새로 합류한 임원은 무선 UX혁신팀의 정수진 상무(45)와 무선 개발1실의 오병목 상무(47)다. 정수진 상무는 UX와 이용자환경(UI) 전문가다. 2001년 타임워너의 인터넷사업부문 자회사인 AOL(America OnLine)의 UI 디자이너로 일했으며 2004년 페이팔에 선임 UI 디자이너로 입사했다. 이후 2011년까지 페이팔에서 모바일을 비롯한 다양한 플랫폼 개발에 참여했다. 정 상무는 서울대 산업디자인과를 졸업했고 미국 일리노이공과대(IIT)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오병목 상무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로 그래픽 전문가로 잘 알려졌다. 액센츄어 컨설턴트를 거쳐 모바일 광고회사 '웨어(Where)'의 최고혁신책임자(CIO)로 일하다가, 웨어가 페이팔에 인수되면서 페이팔의 수석 데이터과학 연구원으로 1년 넘게 일했다. 오 상무는 2013년 사진 기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모주랩스(Moju Labs)를 공동 창업했다. 오 상무는 펜실베니아대(UPenn)에서 컴퓨터 과학 석사학위를,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컴퓨터 그래픽 박사학위를 받았다.

모바일 결제의 강자인 페이팔 출신 임원들은 삼성페이의 사용성을 개선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모바일 결제 플랫폼은 편의성이 떨어지거나 직관적이지 못하면 이용자들에게 외면받기 쉬워, UI 디자인이 중요하다.

삼성전자(005930)는 2년 전부터 UX 디자인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휴대전화의 경우 기능이 점점 더 복잡해지고 다양한 서비스가 쏟아지고 있어, 보다 총체적이고 만족스러운 사용자 경험이 중요해졌다. 신종균 삼성전자 IT·모바일(IM)부문 사장은 지난해 3월 무선사업부 디자인팀 내부행사에 참석해 "어려움이 많지만 삼성전자는 항상 새로운 영역을 준비해야 한다"며 "가장 선봉에 서는 게 디자인, UX라고 본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이번에 페이팔 임원들을 영입한 것은 "글로벌 인재를 적극적으로 영입하라"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주문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포천 500대 기업에서 근무했던 핵심 인재들을 집중적으로 영입하라고 지시했다. 이 부회장이 주문한 글로벌 인재 조건은 1970년대 이후 출생, 글로벌 기업 본사 근무, 해당 분야 최고 전문가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