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닌텐도는 지난달 31일 첫 스마트폰용 모바일 게임 '미토모(Miitomo)'를 미국·영국 등 15개국에서 출시했다. 일본에서 먼저 출시해 3일 만에 100만 다운로드를 넘어서자 시장을 전 세계로 확대한 것이다. 반면 기존 주력 게임인 휴대용 게임기 '위 유(Wii U)'는 판매 부진을 이유로 올해 안에 생산을 중단할 것이라는 전망도 흘러나오고 있다. 비디오 게임기 시장의 최강자를 자처해온 닌텐도가 자존심을 접고 '스마트폰 모바일'이라는 게임 산업의 대세(大勢)를 인정한 것이다.

'비디오 게임 왕국' 일본의 대형 게임 개발사들이 모바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닌텐도를 비롯해 소니·코나미 등이 모바일 게임 시장 공략을 위해 조직을 개편하고, 스마트폰 게임을 적극 출시하며 세계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모바일 게임 시장 잡아라"

소니는 지난 1일 모바일 게임 전문 자회사 포워드웍스(ForwardWorks)를 출범시켰다. 계속 커지는 스마트폰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모바일 게임을 개발·유통하는 회사를 만든 것이다. 포워드웍스는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콘솔에 등장했던 게임 캐릭터들을 활용해 애플 운영 체제(OS)인 iOS와 구글의 OS 안드로이드 전용 스마트폰 게임을 만들 예정이다.

일본에서 나온 스마트폰용 게임 화면들. 닌텐도가 처음으로 내놓은 스마트폰 게임 ‘미토모’(왼쪽)는 게임 속 캐릭터를 키우며 친구들의 캐릭터와 하는 방식이다. 포켓몬컴퍼니와 미국 나이앤틱은 공을 던져 포켓몬스터 캐릭터를 잡는 ‘포켓몬 고’(오른쪽)를 개발 중이다.

닌텐도는 미토모를 포함해 내년까지 모바일 게임 5종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일본의 게임 개발사 DeNA와 손잡고 모바일 게임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닌텐도가 모바일로 눈을 돌리는 것은 기존 게임기 부문의 실적 하락 때문이다. 닌텐도 매출은 지난 2009년 1조8386억엔(약 18조8423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매년 줄어 작년 5498억엔(5조6344억원)으로 내려앉았다. 스마트폰에 밀려 6년 만에 3분의 1토막이 난 것이다.

'메탈기어 솔리드' '위닝 일레븐' 등 비디오 게임으로 유명한 코나미도 모바일로 체질을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작년 4월 취임한 하야카와 히데키(早川英樹) 대표가 취임 일성으로 "모바일이 게임의 미래"라고 밝힌 것이다. 이를 비디오 게임 사업을 접는다는 의미로 받아들인 사용자들의 항의가 잇따르자 코나미는 "비디오 게임도 계속 유지한다"며 수습에 나서기도 했다. 코나미는 카드 게임과 만화로 유명한 '유희왕'을 모바일 게임으로 만들어 올해 안에 선보일 예정이다. 2014년 12월 출시한 스마트폰 프로야구 게임은 현재까지 일본에서 다운로드 2100만건을 돌파했다.

"유명 캐릭터 많아 모바일에서 유리"

일본은 비디오 게임이나 만화 등으로 소비자에게 친숙한 캐릭터들이 많기 때문에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도 상당한 지배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닌텐도 등 3개 게임사가 공동 투자해 설립한 포켓몬컴퍼니가 미국 게임 개발사 나이앤틱(Niantic)과 손잡고 포켓몬스터 모바일 게임을 개발 중인 것이 대표적 사례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송요셉 책임 연구원은 "익숙한 캐릭터를 앞세워 단시간에 사용자의 이목을 끄는 것이 최근 모바일 게임의 트렌드"라며 "전 세계에서 유명한 포켓몬스터처럼 강력한 캐릭터를 가진 일본이 모바일에서도 히트작을 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로 모바일 게임으로 재미를 보는 일본 게임 업체들이 증가하는 추세다. 시장 조사 업체 앱애니(AppAnnie)와 IDC의 공동 조사에 따르면 작년 전 세계 애플 앱스토어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린 게임은 수퍼셀의 '클래시 오브 클랜', 구글에서는 일본 믹시(Mixi)가 개발한 '몬스터 스트라이크'였다. 수퍼셀은 핀란드에서 설립된 회사지만 일본 소프트뱅크가 인수해 지분 73%를 가지고 있다. 사실상 일본이 iOS,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게임 매출 1위를 모두 차지한 셈이다.

☞비디오 게임(video game)

TV에 조이스틱 등 조종기를 연결해 즐기는 게임. CD 등에 저장된 게임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며 콘솔(console) 게임이라고도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