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006400)는 2010년 일본 산요를 제치고 세계 소형 2차전지 시장 1위에 등극했다. 사업 시작 11년 만에 이룬 쾌거다. 삼성SDI는 작년까지 26~27%의 시장점유율을 유지, 세계 소형 2차전지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SDI는 ‘배터리 강국 코리아’를 이끄는 글로벌 기업이다.

하지만 올해 라이벌인 LG화학(051910)이 맹추격하고 있다. 올 해 연말 ‘세계1위, 한국 1위 배터리 회사’ 타이틀을 누가 차지할지 장담할 수 없다. 떠오르는 자동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LG화학이 승승장구하면서 맹추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과 LG가 그룹의 자존심을 걸고, 경쟁하는 배터리 사업에서 올 연말 어떤 결과가 나올지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래픽=이진희

◆ 구본무 회장 vs 이재용 부회장 자존심 대결...LG 배터리 매출, 삼성 추월할까?

기업에서 차지하는 배터리 사업의 중요성은 오너의 관심에서 잘 나타난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1992년 영국 원자력연구원에서 충전해서 쓸 수 있는 2차전지를 처음 접하고, 관련 연구를 지시했다. 2005년 말 2차전지 사업이 2000억원의 누적적자를 기록하자 구 회장은 “여기(배터리)에 우리의 미래가 있다. 포기하지 마라"고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자동차용 배터리 사업을 위해 글로벌 자동차 회사 최고경영자(CEO)들을 직접 찾아 다니고 있다. 2011년과 2012년 GM, 도요타, BMW, 포드, 폴크스바겐 CEO와 차례로 회동했다. 자동차용 배터리는 삼성의 5대 신수종사업이다. 이 부회장이 각별한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있다.

지난해까지 배터리 사업 매출은 삼성이 LG를 앞섰다. 2009년 2조160억원이었던 소형 배터리 매출이 2012년 3조3500억원까지 늘었다. 스마트폰·태블릿PC에 들어가는 배터리 판매가 크게 늘면서 사업도 탄력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배터리 매출은 2014년과 비슷한 3조3102억원에 머물렀다. 지난해 4분기에는 808억원 적자를 냈다. 재고 폐기와 품질 보상 비용으로 600억원 손해가 발생한 여파가 컸다.

삼성SDI의 올해 배터리 매출은 중대형 배터리 사업 성장 덕분에 다소 늘 것이라는 전망이다. 대신·키움증권은 삼성SDI가 올해 배터리 사업에서 3조6000억원대의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LG화학은 급성장하고 있다. 2009년 배터리 매출 1조3852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10% 미만이었지만, 2011년 전지사업본부 신설 후 사업이 크게 성장했다. 배터리 매출은 2012년 2조4789억원에서 작년 3조1503억원까지 늘었다. 삼성SDI와 매출 격차가 1600억원으로 좁혀졌다.

LG화학의 올해 배터리 매출 목표는 4조원이다. 작년 보다 26.9% 늘려 잡았다. 전체 매출 목표가 지난해보다 7.3% 늘어난 21조7000억원임을 감안하면 배터리 사업에 거는 기대가 그만큼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LG화학 오창공장 직원들이 전기차 배터리의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위) 삼성SDI 중국 시안법인 직원이 전기차 배터리를 들어보이고 있다.

◆ 자동차 배터리 고객사·경쟁력 LG가 앞서

이제까지 배터리의 가장 큰 수요처는 IT기기였다. 하지만 앞으로 자동차 배터리 분야에서 더 많은 기회가 열릴 전망이다. 전기차용 2차전지 시장은 2015년 3조원에서 2020년 20조원까지 늘 것이란 예상이다.

삼성SDI와 LG화학의 경쟁이 후끈 달아오른 이유도 LG의 자동차용 배터리 사업의 성장 속도가 더 빠르기 때문이다.

LG화학은 현대·기아차를 비롯해 GM, 포드, 폴크스바겐, 르노, 볼보, 다임러, 중국 상하이기차, 장성기차 등을 고객으로 확보했다. 삼성SDI도 BMW, 포드, 마힌드라, 크라이슬러 등과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었다.

이응주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중국 정부가 최근 전기차 보조금을 축소한다고 발표한 이유는 미국처럼 인센티브(또는 페널티) 시스템을 도입, 성능이 좋은 전기차를 만드는 회사에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자는 의도”라며 “LG화학처럼 싸고 성능 좋은 배터리를 만드는 회사에 기회"라고 말했다.

이응주 애널리스트는 “중국 배터리 회사와 기술 격차가 아직 커 전망도 밝다”고 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네비건트 리서치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자동차용 배터리 보고서에서 8개 글로벌 기업 중 LG화학이 경쟁력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전략(94점), 실행(93.6점)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다.

삼성SDI는 3위였다. 전략(89.5점), 실행(85.5점)에서 LG에 뒤졌다. 제롬 스톨 르노 부회장은 지난해 9월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삼성이 기술력은 좋지만 LG가 자동차 회사들과의 협력 마인드는 앞선 거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