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채당 20억원 가까이 분양됐던 호화 실버타운이 줄경매에 부쳐진다.

재벌가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시크릿가든’과 ‘로열패밀리’ ‘대물’ 등의 촬영지로 쓰이기도 했던 도심형 호화 실버타운 ‘더 헤리티지’가 경영난에 내몰리면서 줄줄이 경매 신세에 처하게 됐다.

경기도 분당신도시에 있는 도심형 실버타운 ‘더 헤리티지’ 단지 전경.

경기도 성남 분당신도시에 있는 이 단지는 2009년 분양 당시 전용면적 164.56㎡의 분양가가 17억~18억원 수준으로 3.3㎡당 분양가가 3000만원을 넘었다. 단지 내부에는 피트니스 센터(체력단련실)와 수영장을 비롯해 사우나, 연회장, 노래방, 영화관, 은행, 레스토랑 등 커뮤니티 시설이 갖춰지면서 더 헤리티지는 당시 최고의 실버타운으로 손꼽혔다.

이 아파트가 경매에 나온 데는 박성민 서우㈜ 대표이사의 미숙한 경영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신경과 전문의 출신인 박 대표는 시니어 복합타운을 구성하기 위해 2001년 늘푸른의료재단과 부동산시행사 서우㈜를 설립하고 서우의 종속회사인 서우로이엘과 서현디엔씨를 차렸다.

더 헤리티지 커뮤니티 시설 1층 알림판에 관리 직원들이 임금 체납에 따라 업무 관리를 중단하겠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붙어 있다.

하지만 회사가 ‘더 헤리티지’ 분양에 실패하고 무안 기업도시 조성사업과 쇼핑몰, 태양광 에너지 사업 등으로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면서 회사가 어려워졌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서우㈜는 지난해 10월 당좌거래정지 처분을 받아 사실상 부도 상태다.

실제로 부동산 개발업과 요양원 운영을 전문으로 하는 서우로이엘은 더 헤리티지 너싱홈(요양원)과 더 헤리티지를 운영 중이지만 자금난으로 요양원 입소자들이 낸 보증금 수십억원을 돌려주지 못하고 있고, 더 헤리티지 입주민과 헤리티지 직원들 사이에는 관리비와 급여 등과 관련된 문제가 이어지고 있다.

기자가 최근 단지를 찾았을 때도 커뮤니티 시설 대부분은 불이 꺼져 있었다. 물이 가득 차 있어야 할 수영장 풀(pool)에는 물이 전혀 없었고, 불이 켜진 일부 시설도 이용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입주민 김옥순(가명·71) 씨는 “관리비 문제로 중간에 전기가 끊겨서 커뮤니티 시설의 에스컬레이터 운행이 중단되는 등 문제가 많았다”라며 “그나마 입주민들이 관리비를 십시일반으로 모아 냈기 때문에 이 정도라도 운영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관리비가 많이 드는 수영장 등 일부 시설은 논의 끝에 운영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현재 경매에 나온 더 헤리티지 물건은 총 5개다. 아파트의 크기에 따라 감정가가 다르긴 하지만 가장 낮은 물건의 감정가가 9억4000만원이고 가장 비싼 것은 14억원을 넘는다. 경매에 나온 5채 중 2채는 박 이사장 소유다.

경매에 나온 더 헤리티지 아파트 외에도 박 이사장과 주변 인물들, 그리고 서우㈜와 서우로이엘 소유의 부동산 83건도 함께 경매가 진행 중이다. 이 중에는 더 헤리티지 아파트 주변의 임야와 토지, 무안 기업도시 사업을 위해 서우가 매입했던 전남 무안군 망우면 일대 토지, 그리고 분당신도시 정자동 소재 주상복합 아파트 등도 포함돼 있다.

단지 내 수영장은 관리비 문제로 사용이 어려운 상태다.

아직 경매 기일이 잡히지는 않았지만 경매에 나올 예정인 물건도 여럿이다. 서우로이엘 등이 소유한 더 헤리티지 아파트 11채가 경매 기일을 기다리고 있으며, 서우 소유의 오피스텔 1건도 경매로 나올 예정이다.

입주민들은 해당 사실을 잘 모르는 분위기였다. 입주민 한모(70) 씨는 “경매와 관련된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며 “등기를 받은 사람들은 사실상 회사와 상관이 없고 전세로 사는 사람들 일부는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우㈜ 관계자는 “더 헤리티지가 경매에 부쳐진 것은 맞지만, 매수자가 나타나면 경매가 취소될 여지도 있다”며 “구체적인 방법까지 밝힐 수는 없지만, 회사가 채무를 갚기 위해 여러모로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