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호 대성투어 대표

한국 관광은 작년 메르스 사태, 올해 북핵 위기라는 치명타를 맞으면서 비틀거리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 보면 이런 외부 악재보다 더 큰 문제는 '일단 (여행객을) 유치하고 보자'는 한탕주의와 양적 성장에 대한 집착에 있다.

특히 '199(19만9900원)' '299(29만9900원)'로 불리는 저가 패키지여행 상품이 가진 병폐는 심각하다. 이런 유혹에 넘어가 한국 땅을 밟는 외국 관광객들은 여행사 입장에선 '적자 고객'이다. 보통 원가가 1인당 40만원에 육박하는데 상품은 20만원에 팔았으니 1인당 '-20만원'에서 일정을 출발시키는 셈이다. 이러다 보니 적자를 메우기 위해 바가지 쇼핑을 강요하고, 예정에도 없는 장소를 방문하며, 약속한 식사 질보다 낮은 식당을 데려간다. 아예 일정을 건너뛰거나 자격 미달 가이드가 따라가는 경우도 허다하다. 한국 물정을 모른다는 걸 악용해 싸구려 인삼이나 화장품을 고가에 팔아넘기고 판매처와 수익을 나눠갖는 여행사가 즐비하다. 이러다 보니 이들은 진절머리를 내며 한국을 떠나게 된다. 한마디로 정글 속에서 '치킨 게임'을 하고 있는 게 여행업계 현실이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외국 관광객을 유치하면 관광 지원금이란 명목으로 1인당 수만원씩 지급하는 제도 역시 이런 일탈을 부추긴다. 많이 끌어올수록 많이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여행사들은 '머릿수'에만 집착하게 된다.

반면 이웃 일본은 여행 상품 가격은 비싸지만 만족도가 높다. 깨끗한 숙소, 근사한 식사, 편한 이동 수단 등 고객 만족도 향상에 집중한다. 관광객들이 '다시 오고 싶다'는 기분이 들게 만든다. 일본 역시 한때 저가 여행 상품 경쟁이 치열했으나, 이제는 여행 본래 가치에 충실하게 활동하면서 오히려 관광객이 늘어나는 호재를 맞고 있다.

정부에서 관광산업 부흥에 관심이 있다면 이런 악순환 고리를 끊어낼 정책이 뭘지에 대해 좀 더 고민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