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과 모바일 통신으로 모든 것이 연결되는 ‘초연결사회’에서의 신뢰도를 높이는 보안 기술이 2016년 유망기술로 꼽혔다.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 여가형 가상현실(VR) 기술과 정신건강 진단 및 치료기술, 빅데이터 기반 감염병 예측경보 시스템 기술도 올해 주목해야 할 과학기술에 선정됐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은 25일 서울 코엑스에서 ‘삶의 만족과 사회적 신뢰 향상을 위한 과학기술의 역할’을 주제로 8회 KISTEP 미래포럼을 열고 2016년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해결할 10대 유망 과학기술을 발표했다.

KISTEP은 2013년부터 매년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이슈와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과학기술을 선정해 발표해 왔다. 우선 매년 소셜네트워크를 활용한 데이터를 축적해 사회 트렌드를 파악한 뒤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이슈를 정한다. 40여명의 전문가가 도출된 이슈들을 분석, 논의하고 과학기술이 해결할 수 있는 분야를 유망기술로 선정하는 방식이다.

◆ 2016년 키워드는 ‘사회 신뢰도’와 ‘삶의 만족도’ 저하

KISTEP은 올해 우리 사회의 대표적 이슈로 ‘삶의 만족도와 사회적 신뢰 저하’로 정했다. 작년 OECD가 발표한 삶의 만족도 조사 결과 한국은 27위를 차지해 하위권에 머물렀다. 최근 공개된 유엔 행복보고서에서도 우리나라의 행복도는 올해 58위로 작년 47위에 비해 큰 폭으로 떨어졌다.

KISTEP이 최근 실시한 대국민설문 조사 결과도 다르지 않다. ‘삶의 만족도 및 사회적 신뢰에 대한 인식조사’에서 우리 국민 중 삶에 만족한다는 비율은 42%로 절반에 못미쳤다. 한국사회를 신뢰한다는 응답은 11%에 불과했는데 5년 뒤에도 크게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도 83%에 달해 더 심각한 결과를 보여줬다.

이승규 KISTEP 박사는 “경제 규모가 우리나라보다 낮은 국가들이 행복도는 오히려 더 높은 경우가 많았다”며 “최근 ‘원영이 사건’에서 볼 수 있듯 결국 한국 사회의 사회관계망과 사회적 지원, 사회 신뢰도가 무너졌기 때문이며 이런 문제를 해결할 과학기술에 초점을 맞춰 유망기술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 보안 기술과 여가 즐기는 VR...정신건강 진단치료 기술에 집중해야

전문가들은 신뢰가 무너지고 삶의 만족도가 떨어진 사회에서는 삶의 질을 높이고 사회적 신뢰를 확보하는 기술이 중요하다고 봤다. 이에 따라 우리 사회의 바람직한 미래변화상을 ‘초연결사회 신뢰 확보’, ‘근로와 여가의 균형’, ‘건강하고 안전한 삶’ 등 3가지로 압축했다.

초연결사회 신뢰 확보를 위해서는 ▲빅데이터 기반 사기방지 기술 ▲온라인 모바일 금융거래 보안기술 ▲사물인터넷(IoT) 보안 기술을, 근로와 여가의 균형을 위해서는 ▲사물인터넷(IoT) 기술 ▲딥러닝 기반 디지털 어시스턴스 ▲여가용 가상현실 기술을, 건강하고 안전한 삶을 위한 ▲정신건강 진단치료 기술 ▲소셜로봇 ▲빅데이터 기반 감염병 예측경보 시스템 ▲미세먼지 대응기술을 꼽았다.

이 중 빅데이터 기반 사기방지 및 보안 기술은 빅데이터를 종합해 분석하고 전자금융 이상 거래나 부정행위 발생 가능성을 사전에 탐지하는 기술이다. 안전한 금융거래 서비스와 대중화하기 시작하고 있는 사물인터넷(IoT) 서비스의 부작용을 미리 막아 과학기술로 신뢰 사회의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근로와 여가의 균형을 찾기 위해서는 딥러닝과 VR 기술의 중요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됐다. 구글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결로 관심이 집중된 딥러닝 기술은 효율적인 업무 수행과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를 자동으로 지원해 근로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VR은 가상 스포츠나 여행 및 체험 등 다양한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기술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지카바이러스 등 감염병의 위협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빅데이터 기반의 감염병 예측경보 시스템 개발 기술도 건강한 삶을 위해 꼭 필요한 기술이라고 봤다. 이와 관련 최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는 25일자에 브라질에 지카바이러스가 처음 들어온 시기는 2~3년 전이라는 연구결과를 게재해 관심을 끌고 있다. 감염병의 경로를 사전에 예측하는 과학기술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박영아 KISTEP 원장은 “우리나라가 바람직한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삶의 질과 행복을 함께 추구할 수 있는 새로운 성장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과학기술도 이런 변화를 돕기 위한 역할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