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1위 드론업체 DJI가 서울 홍대에 대형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고 국내 시장 공략에 나섰다.

세계 1위 드론업체인 중국 DJI가 최근 서울 홍대에 대형 매장을 본격적인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섰다. 전 세계 드론시장의 점유율 70%를 차지하는 DJI의 공격적인 행보에 국내 드론업계는 '초비상'이 걸렸다. 2006년 중국 선전(深川)에서 20명의 직원으로 출발한 DJI는 지금은 직원이 5000명을 넘고 연 매출도 1조원을 돌파했다.

지난 12일 문을 연 홍대 DJI 매장은 지하 1층부터 지상 4층까지 총 5층으로 구성된 드론 복합 체험 공간이다. 60만원대 초보용 드론부터 수백만원대 전문가용까지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고, 직접 조종해볼 수 있다. 석지현 DJI코리아 마케팅 담당 매니저는 "항공촬영에 드론을 사용하는 전문가부터 등산이 취미인 50~60대 남성들까지 고객층이 다양하다"고 말했다.

서울 매장은 DJI가 중국 선전에 이어 두 번째이자, 해외에 처음 선보이는 공식 플래그십스토어다. 문태현 DJI코리아 법인장은 "한국은 세계 최고의 IT 인프라를 갖춘 데다가 최신 기술에 열광하는 소비자층이 있어 첫 해외 매장을 한국에 열기로 했다"고 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4년 154억원이었던 국내 드론시장 규모는 2023년 3401억원으로 약 22배 증가할 전망이다. 전 세계 드론시장 규모는 같은 기간 8억8000만 달러(약 1조511억원) 로 성장할 것으로 추산된다.

드론이 차세대 유망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국내 드론업계는 DJI에 내수 시장을 뺏길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 드론 업체 관계자는 "국내 드론 시장은 이제 성장 기반을 다지는 단계로 글로벌 기업과 경쟁할 기술력이 부족해 DJI의 국내 진출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국내 업체들은 정부 주도의 무인기 개발 사업을 통해 드론을 개발하고 있다. 대한항공과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중심으로 군사용 드론은 완제품을 만들어왔지만, 실제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민수용 드론 완제품을 만드는 업체는 국내에 전무(全無)하다. 국내 드론업체들은 중국산 부품을 수입해 조립하는 영세 업체들이 대부분이며, 드론 주요 부품 제작과 설계, 충돌 감지, 회피 등 핵심 기술이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취미용 드론 생산에 주력하던 DJI는 최근 독일 루프트한자 항공사와 제휴를 맺고 상업용 드론 개발도 시작했으며, 농업용 드론을 출시하면서 공공(公共)수요 시장에도 출사표를 던졌다.

진정회 엑스드론 대표는 "DJI가 최근 우리나라에 최초로 농약 살포에 활용되는 방재 드론을 1700만원에 선보였는데, 7000만원에서 2억원에 육박하던 기존 방재용 기체 비해 가격 경쟁력이 뛰어나다"면서 "방재용 헬기는 비싼 데다 운용 인력이 필요했기 때문에 영농조합이나 단체에서 연간 50대 정도를 구매했는데, 가격대가 1000만원대인 방재 드론은 개인도 구매할 수 있어 DJI가 관련 시장을 석권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드론 업계에서는 DJI가 향후 방재뿐 아니라 감시 등 특수 목적 드론 시장에 뛰어들면 국내 업체가 설 자리가 없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드론 사업에 진출한 이에스브이 관계자는 "DJI는 국내 업체와 비교가 안될 정도로 기술력이 앞서 있다"고 평가했다. 연구·개발(R&D) 인력부터 차이가 난다. 연 매출 15억원 수준의 국내 드론업체의 R&D 인력이 10명 안팎이지만, DJI는 R&D 인력만 1000명에 달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오승환 경성대 교수(드론프레스 대표)는 "드론은 제조보다 드론을 활용해 만들어내는 콘텐츠가 중요한데, DJI는 그 점을 파악하고 콘텐츠 제작과 소비에 초점을 맞춘 드론을 선보인다"면서 "국내 드론 업체들도 무작정 드론을 만들겠다고 뛰어들기보다 소비자들이 요구하는 콘텐츠와 활용 방식을 파악하고 거기에 맞는 제품을 만들어야 시장이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