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타이어회사인 한국타이어의 사외이사진이 오너 동창과 전 대표이사로 구성돼 ‘거수기’ 역할에 그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외이사는 전문성과 독립성을 가지고 이사회에서 기업의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돕기 위해 만든 제도다. 경영진과 지배주주의 독단적인 결정이나 잘못된 의사 결정을 막고, 감시·견제 기능 역할을 한다.

하지만 한국타이어의 경우 조양래(79) 회장의 고교 동창이 무려 17년째 사외이사로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다. 일부 사외이사는 사망한지 1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지만 다른 인사로 교체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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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0년 지기’ 회장 고교 동창 이사회서 활동

한국타이어의 투자사업 회사인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의 사외이사는 민해영(79) 전 한국여신전문금융인협회 초대 회장과 이용성(78) 전 은행감독원장이다. 두 사람은 1956년 경기고를 졸업한 동창이다.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의 지분 23.59%를 보유한 최대주주 조양래 회장 역시 1956년 경기고를 졸업했다.

민해영 전 회장의 경우 2000년 3월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의 사외이사로 선임된 후 현재까지 사외이사직을 유지하고 있다. 이용성 전 원장도 2006년부터 11년째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의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표=이병희 기자

조양래 회장의 경기고 동창인 고(故) 황원오 전 조폐공사 사장도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의 사외이사를 10년 이상 맡았다. 그는 지난해 4월 사망할 때까지 사외이사직을 유지했다.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는 최근까지 새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하지 않다가 올해 3월 25일에 열리는 2016년 주주총회에서 김순기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를 신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논의할 예정이다.

한국타이어의 타이어사업 회사인 한국타이어도 사외이사 구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조충환(74) 사외이사는 한국타이어 부회장 출신으로 조양래 회장의 경기고 후배다. 1983년 한국타이어에 입사, 1997년 대표이사에 올랐다. 10년간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지킨 한국타이어 출신 장수 전문경영인이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외이사가 오너나 경영진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조양래 회장의) 고교 동창이 사외이사에 참여하는 것은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전문성이 없는 것은 문제다. 상법상 회사에 재직했던 사람이 2년이 지나면 사외이사로 참여할 수는 있지만 사외이사로서 독립성이 지켜질지는 의문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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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식·조현범 ‘3세 경영’ 시대 본격화…이사진 인적쇄신 필요

조양래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회장은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동생으로 재계의 대표적인 은둔 경영인으로 불린다. 1960년대 말부터 효성그룹 계열사에서 일하다 1985년 한국타이어를 맡아 분가했다. 한국타이어는 연 매출 7조원으로 국내 타이어업계 부동의 1위 회사다.

조양래 회장은 1988년 전문경영인에게 경영을 맡기고 대표이사에서 물러났다. 최대주주로서 권한만 행사하고 기업 안살림은 전문경영인들이 이끌었다.

조 회장은 2012년 9월 한국타이어가 투자사업 회사인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와 타이어사업 회사인 한국타이어로 분리되면서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당시 분리 비율은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가 18.6%, 한국타이어가 81.4%였다.

재계에서는 “24년간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했던 한국타이어가 승계를 앞두고 본격적인 오너 경영 체제로 전환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았다.

조양래 회장에게는 두 명의 아들이 있다. 장남인 조현식(46) 사장과 차남인 조현범(44) 사장이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와 한국타이어를 교차 경영하고 있다. 조현범 사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셋째 사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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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관계자는 "국내 대기업들이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에 개방하는 등 투명성을 높이고 있다. 한국타이어도 하루빨리 이사진의 인적쇄신이 필요하다. 국내를 넘어 글로벌 타이어 회사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실적 뿐만 아니라 주주나 국민들이 수긍할 수 있는 합리적인 의사결정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