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무한도전’의 정식 중국판인 ‘대단한 도전(了不起的挑战)

한국 드라마가 중국에서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지만, 앞으로는 예능이 한류를 견인할 전망이다. 2년 전까지 방송 프로그램 수출에서 절대적이었던 드라마의 의존도가 줄어들고, ‘런닝맨’과 ‘무한도전’ 등 예능 프로그램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줄곧 90% 이상이던 드라마 수출 비중은 2014년 74%까지 감소했다.

김현용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2013년 중국판 ‘아빠 어디가’를 시작으로 한류 예능이 수출되면서, 지난해 ‘나는 가수다’, ‘런닝맨’, ‘우리 결혼했어요’, ‘진짜 사나이’, ‘비정상회담’ 등 약 20편의 한국 예능 프로그램이 중국 방송국과 합작해 제작될 정도로 자리를 잡고 있다. 앞으로 방송 콘텐츠 수출 비중에서 예능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4월 중국 안후이위성TV를 통해 중국판 ‘정글의 법칙’을 시작으로 다수의 합작 예능이 중국 방영을 준비 중이다. 특히 ‘런닝맨’은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현제 시즌4를 제작 중인데, SBS의 김주형 PD에 이어 임형택PD까지 직접 중국에서 제작에 참여하고 있다.

<자료: 미래창조과학부, 방송통신위원회>

한류 콘텐츠 수출의 중심축은 이미 일본에서 중국으로 옮겨왔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2014년 기준 한류 콘텐츠의 중국 수출액 비중은 36%(대만 포함 시 41%)에 달하며 26%를 기록한 일본을 크게 앞섰다. 지난 2008년 800만 달러(약 98억원)에 불과했던 중국향(홍콩 포함) 방송 콘텐츠 수출액은 2014년 9200만 달러(약 1137억원)까지 증가했다. 매년 50%씩 가파르게 성장해 지난 6년 간 10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 중국 소비자 입맛에 맞춘 한중 합작 드라마·영화 올해 급격히 증가할 것

영화 ‘불속지객’의 포스터

중국 시장을 잡기 위한 한국 기업의 도전은 그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올 한해 한국이 주도적으로 제작한 한중 합작 드라마만 7편, 영화는 7~8편에 이른다. ‘태양의 후예’를 시작으로 상반기 중 배우 이다해, 박광현, 조미 주연의 ‘최고의 커플’, 하반기에 이영애, 승승헌이 출연하는 ‘사임당’이 한국과 중국에서 동시 방영될 예정이다. 아직 방송사와 방송시기는 미정이지만, 400억원 규모의 한중합작 드라마 비취연인(이종석 주연)이 최근 촬영에 들어갔다.

오는 3월 18일 개봉 예정인 ‘불속지객’은 한채영과 여명을 주연으로 내세웠다. 이밖에 김하늘의 ‘메이킹패밀리’, 이정재의 ‘역전의 날’, 이민호의 ‘바운티헌터스’ 등 한중합작 영화가 올해 중국 시장에 나올 예정이다. CJ E&M은 올해 ‘파이날 레시피’와 ‘평안도’, ‘강호출산기’, ‘써니’ 등 총 4편의 한중 합작투자 영화를 중국에 선보일 계획이다.

◆ 연평균 15%의 고성장이 지속되는 중국 콘텐츠 시장

중국 최대 박스오피스를 기록한 영화 '착요기'의 한 장면.

중국 콘텐츠 산업은 놀라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중국의 영화 시장은 이미 글로벌 최대 시장인 미국의 70% 수준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중국 박스오피스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한 영화 ‘착요기’는 6,50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4,300억원이 넘는 매출액을 기록했다. 이 한편의 영화가 올린 매출액은 지난해 한국 박스오피스 시장 전체 매출액의 4분의1에 버금가는 규모다.

중국에서는 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는 이미 ‘대작’ 의 소리를 듣기 힘들다. 2013년 13편에 불과했던 천만 영화는 지난해 34편으로 약 3배 증가했다. 이 중 5000만 관객 이상을 동원한 영화가 2편, 3000만명 이상의 영화가 6편 있다.

<자료: 이베스트투자증권>

중국을 겨냥한 한국 콘텐츠 수출이 늘어나는 가장 큰 이유는 아직 성장 잠재력이 무한한 ‘기회의 땅’이기 때문이다. 이미 미국에 비견할만큼 규모가 커진 영화 박스오피스 시장과 비교해, 부가판권 유통, 방송 콘텐츠, 음악, 공연 시장은 이제 막 성장을 시작하는 단계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조사에 따르면 중국 콘텐츠 시장 규모는 2014 년 기준 1,477억달러(약 182조6310억원)로 추정된다. 지난 5 년간 연평균 15%의 고성장을 지속하며, 이미 지난해 세계 2위 규모의 일본 시장(약 1,750억 달러)에 근접했다. 이르면 올해부터 중국이 미국(한화 약 803조~865조원)에 이어 2 위 시장으로 올라설 가능성이 크다.

중국 전체 산업군에서 콘텐츠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작기 때문에 앞으로 성장 여력은 충분하다. 글로벌 주요국들 중에서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콘텐츠 시장 비중이은 절반도 안되는 수준이다. 미국과 일본은 이 비중이 3.8%, 한국은 3.1~3.3% 수준인데 반해 중국은 1.4%에 불과하다.

권윤구 동부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산업군 중에서도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는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일본의 경기 침체로 한류가 잠시 정체기를 맞은 지금 중국 시장으로의 한류 확대는 한국 콘텐츠 시장에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