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석제 소설가

이세돌 9단도 기존 바둑 프로그램보다 엄청나게 진보된 인공지능의 능력을 경험한 뒤 깜짝 놀랐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 대국은 프로그램을 테스트하는 과정의 일환이지 인간과 인공지능의 대결로 몰아가는 건 좀 알맞지가 않은 것 같다. 사람과 동등한 선에 놓고 비교하는 건 좀 무리가 있다.

저는 3국이 끝난 뒤 이세돌 9단의 발언에 가장 깊은 인상을 받았다. 이세돌 9단은 ‘인류가 진게 아니다. 개인 이세돌이 진 것 뿐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인공지능은 절대로 이렇게 의미심장한 말을 할 수가 없다. 이처럼 사람과 인공지능은 분명 다르다. 그러므로 인간과 인공지능의 대결 구도로 가는 것은 반대한다. 검투사처럼 무대 위에서 시합을 벌이게 하는 방식은 좋지 않아 보인다.

알파고를 관찰한 결과 연산 능력이 떨어지는 것 같아 보였다. 일반적인 바둑프로그램이 보이는 반응이 그렇다. 자신이 가진 논리를 벗어나는 수에 대해선 대응을 못하는데 그것이 한계다. 인간에겐 이런 한계가 발전할 수 있는 계기로도 작용하는데 인공지능은 그렇지 못하다. 4국에서의 이세돌 9단의 승리는 이러한 인간의 강점을 잘 보여준 것이다.

인공지능이 보편화 된 시대가 오더라도 인간은 인간 본연의 가치와 자신의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갈 것이다. 편리하게 효율을 도모할 때 사용하는 도구가 인공지능이다. 우리가 톱이나 도끼가 장작을 쪼개는데 있어 인간보다 효율적이라 해서 인간보다 위대한 존재로 여기진 않는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생활을 편리하게 하는 보조적 기능을 하는데 그칠 것이고 그게 합당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