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권 추가를 놓고 롯데면세점과 신규 면세점 5사가 충돌했다.

정부가 작년 11월 사업권을 잃은 롯데(월드타워점)와 SK(워커힐점)에 면세점 사업 재도전 기회를 주는 방안을 검토하자 양측이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 신규 면세점 5사 “시내 면세점 더 늘리면 공멸” vs 롯데 “모순된 행동”

먼저 움직인 쪽은 신규 면세점이다. 신규면세점 사장단은 14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 뱅커스클럽에서 회의를 열고 “신규 면세점들이 오픈하고 1년 정도는 지켜보고 나서 시장이 커지면 또 다른 신규 업체 진입이 검토돼야 한다”고 밝혔다. 면세업계 1위 업체인 롯데가 추가로 신규 사업권(특허)을 획득할까 경계한 것이다.

이날 회의에는 성영목 신세계디에프 사장, 권희석 에스엠면세점 대표이사, 양창훈 HDC신라면세점 사장, 황용득 한화갤러리아 사장, 이천우 ㈜두산 부사장이 참석했다. 권희석 대표는 “신규 면세점이 세팅하는 걸 봐줘야 하는데 계속 신규 면세점을 늘리면 물건 못 채우는 면세점들이 정상적인 유통 경로를 찾지 못해 병행수입을 하거나 중국처럼 짝퉁이 섞일 수도 있다. 한국의 면세점 산업이 전체적으로 추락할 수 있다”고 했다.

주요 국가의 면세점 사업권 기간과 연간 수수료 현황.

황용득 사장은 “탈락한 롯데 월드타워점과 SK워커힐이 투자한 돈은 4000억원, 고용된 인력은 2200명이다. 하지만 신규 면세점들의 신규 투자비는 1조700억원, 고용인력은 1만4200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성영목 사장 역시 “인력을 뽑아 2∼3개월 교육해야 하는 신규 업체들의 불투명성이 커졌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롯데면세점은 “신규 면세점들은 지난해 특허 심사때 진입장벽을 낮춰야 한다고 하더니 이제 와서 신규 특허 추가에 반대하고 있다. 이는 모순된 행동"이라며 반박했다. 면세점도 엄연히 시장경제 논리가 적용되는 사업분야이며 사업자가 많다고 공멸한다는 주장은 자신들의 입장만 내세우는 행동이라는 것이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서울 관광산업의 균형 발전을 고려하면 강남권에 있는 월드타워점에 신규 면세점 특허를 주는 것이 오히려 설득력이 있다. 면세점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지려면 자유경쟁을 해야한다”고 했다.

◆ 16일 공청회 정부, 이달말 개선안 발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이와 관련, 오는 16일 서울지방조달청에서 ‘관광산업 발전을 위한 면세점 제도개선 공청회’를 개최한다. 이번 공청회에서는 면세점 시장진입요건, 특허기간, 특허수수료 개선 등을 논의한다.

정부는 공청회 결과 등을 참고해 이달 말 면세점 제도 개선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 7일 기자간담회에서 “시내 면세점 개선 방안을 이달 말 발표하겠다. 면세점 허가 발급 요건과 기간, 수수료 등 면세점 시장에 대한 진입 요건 관련 부분들이 개선 방안에 담길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특허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늘리고 면세점 특허수수료율은 현행보다 최대 20배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내면세점 신규 특허 요건 완화도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관광객이 전년보다 30만명 증가할 때마다 1곳을 신규 인가하도록 한 규정(관세청 고시)을 완화하는 방안이다. 작년에 특허를 잃은 월드타워점과 워커힐점은 올해 5~6월 폐점을 앞두고 있다. 이들 면세점의 인력과 사업을 완전히 정리하기 전에 제도 개선안을 밝혀 혼란을 막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