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능 통장'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드디어 출시된다. 14일부터 은행, 증권사, 보험사 등 33개 금융회사의 전국 지점을 통해 ISA에 가입할 수 있다. ISA는 예·적금은 물론이고, 공모 펀드, 상장지수펀드(ETF), 리츠(REITS), 파생결합증권(ELS·ETN·ELB) 등 투자 상품까지 다양한 금융 상품을 한 그릇에 담아 투자할 수 있다. 매년 2000만원씩 5년간 1억원까지 납입이 가능하고, 이 기간 중 상품별로 발생한 이익과 손실을 합산해 200만원(급여 5000만원 이하 가입자는 250만원)까지 비과세 혜택을 준다. 이 만능 통장을 100% 잘 활용하려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①일임형인가, 신탁형인가

우선 투자할 상품을 자기가 직접 선택하는 '신탁형'으로 가입할지, 금융회사가 제시하는 모델 포트폴리오(MP) 중 하나를 선택하고, 금융사가 알아서 돈을 굴려주는 '일임형'으로 가입해야 할지 결정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어느 정도 투자 경험이 있는 사람은 신탁형을, 초보자들은 일임형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다만, 일임형의 경우 가입자가 맡긴 돈을 금융회사가 운용해주므로 운용 보수 격인 수수료(계좌 순자산의 0.1~1.0%)가 신탁형(순자산의 0~0.3%)보다 높다.

그래픽=박상훈 기자

일임형의 경우 금융회사가 가입자의 자산을 직접 운용하는 만큼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일임형 상품을 운용해 본 경험이 많은 증권사가 더 나은 수익률을 기록할 수 있다는 게 금융투자업계의 주장이지만, 은행들도 최적의 모델 포트폴리오 개발을 위해 사활을 걸고 있는 데다 금융 거래에서 수수료를 면제받거나 대출·예금 등에서 우대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어 실질적인 수익은 은행이 나을 것이란 반론도 만만치 않다. 다만, 증권사에서는 14일부터 일임형, 신탁형 모두 가입할 수 있지만, 은행과 보험사는 4월 중으로 예상되는 투자일임업 등록을 완료하기 전까지는 신탁형만 취급한다. 금융 당국이 금융회사의 ISA 수익률을 공개하는 시스템을 구축 중이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성과를 본 뒤 가입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②나한테 맞는 투자 상품 찾기

신탁형을 선택했다면 자신의 투자 실력에 따라 담을 금융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예·적금 위주로만 자산을 운용해왔고, 투자 상품 운용 경험이 전무한 '초급 투자자'라면 예·적금 위주로 안전한 자산을 담는 것이 좋다. 금융투자업계 고위 관계자는 "저축은행이 내놓은 2% 중반대의 예·적금 상품을 기본으로 해서 고이율 특판 환매조건부채권(RP)을 때때로 편입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RP는 금융기관이 일정 기간 후 확정금리를 보태 되사는 조건으로 발행하는 채권으로 때때로 연이율 5%에 달하는 RP를 내놓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노리라는 것이다.

어느 정도 투자 경험이 있는 중수(中手)들은 펀드나 ETF(상장지수펀드)를 담는 것이 좋다. 예·적금은 이율이 1~2%대에 머물고 있어 ISA에 담지 않고 따로 가입하는 것과 세금 혜택으로 아낄 수 있는 돈의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펀드 중에서는 국내외 채권형 펀드를 주목하는 것이 좋다. 해외 주식형 펀드의 경우 비과세 한도 제한이 없는 해외 주식 투자 펀드 전용 계좌를 이용하는 게 낫고, 국내 주식형 펀드 역시 매매차익에 대해 과세하지 않으므로 ISA에 담기보다는 따로 투자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투자 경험이 많은 고수(高手)들은 ELS(주가연계증권)나 ETN(상장지수채권) 등 고위험·고수익 상품들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예를 들어 A상품에서는 300만원 이득이 나고 B상품에서는 50만원 손실이 나는 경우 기존에는 300만원의 이익에 대해 15.4%인 46만2000원을 세금으로 내야 하지만, ISA에서는 순이익이 250만원으로 비과세 한도(일반형 200만원)를 넘어서는 50만원에 대해 9.9%인 4만9500원만 세금을 내면 돼 손실이 나더라도 절세를 통해 위험 분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③얼마를 투자하는 게 좋을까

ISA에 투자할 수 있는 한도는 1년에 2000만원씩 1억원까지다. 다만, 세제 혜택을 볼 수 있는 의무 기간 5년(서민형·청년형은 3년)을 채우지 못하고 중도에 해지할 경우 수익의 15.4%를 세금으로 내야 하기 때문에 3년 또는 5년 동안 묶어둘 수 있는 여유 자금만 ISA에 넣는 것이 좋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