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4일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출시를 앞두고 금융권에서 수수료 전쟁이 벌어졌다. 은행들은 신탁형 상품의 최저 수수료를 0.1%를 책정했다. 최소한의 수수료 수익만 챙기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맞서 증권사들은 아예 수수료 ‘공짜’를 내세워 맞불을 놓고 있다. ISA 출시 초기에는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은행권보다 고객을 더 많이 확보하겠다는 의도다.

ISA는 소득에 따라 의무 가입기간(3~5년)을 채우면 계좌에서 발생한 이익과 손실을 통산해 순수익 200만~250만원까지 세금을 안 내도 되는 ‘만능 재테크 통장'이다. 근로소득자나 사업소득자, 농·어민은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 “최소 수수료만 받는다” 은행 수수료 최저 0.1%

조선DB

신한은행은 ISA 운용 수수료를 연 0.1~0.8%으로 책정했다고 11일 밝혔다. 신한은행은 신탁형 예금은 연 0.1%, 펀드는 연 0.1~0.2%, 주가연계증권(ELS) 연 0.5%로 정했다. 주식형 상장지수펀드(ETF) 수수료는 연 0.8% 선이다.

KEB하나은행은 신탁형 상품 수수료를 연 0.1~0.7%로 책정했다. 정기 신탁상품은 연 0.1%, 펀드는 연 0.1~0.2%, 채권형 ETF는 연 0.2%, ELS는 연 0.7%로 수수료를 정했다.

KB국민은행은 0.1~1.2%였던 운용 수수료를 연 0.1~0.7%로 내렸다. 예금은 연 0.1%, ELS 연 0.7%, 주식형 ETF 연 0.5~0.7%로 수수료를 책정했다.

강금원 국민은행 신탁부 팀장은 “ISA 가입 고객에게 전자금융 수수료 및 자동화기기 수수료 면제, 환율 우대 서비스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연 0.1~0.8% 수준의 운용 수수료를 적용한다. NH농협은행은 신탁형 상품의 운용 수수료를 0.1~0.2%로 책정했다.

◆ 현대·대우증권, 신탁형 ISA 수수료 무료… 불붙는 수수료 경쟁

증권업계는 ISA 운용 수수료로 신탁형은 0~0.3%, 일임형은 모델 포트폴리오(MP) 유형에 따라 0.1~1.0%를 적용하기로 했다. 은행보다 영업점이나 고객 수가 적다는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수수료를 대폭 낮췄다.

대우증권은 오는 6월까지 ISA 신탁형 수수료를 받지 않기로 했다. 일임형 ISA는 위험도에 따라 0.1~0.7%로 차등 적용했다.

사진=대우증권 제공

앞서 현대증권도 신탁형 ISA 수수료를 무료로 책정했다. 일임형은 위험도에 따라 0.1~0.6%로 결정했다.

업계 최저 수수료를 공언한 키움증권은 기본 수수료 외 편입된 상품별 수수료를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한국투자증권은 신탁형 수수료를 연 0.1%로, 일임형 수수료를 연 0.3%~0.5%로 정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연 0.2~0.6%, 삼성증권은 연 0.6~1.0% 수준으로 수수료를 책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 “계열사에 우대 금리 주지 말라” 금감원 행정 지도

금융감독원은 은행과 증권사 간 공정한 경쟁을 위해 은행이 신탁형 ISA에 담을 예·적금 상품을 증권사에 제공할 때 계열 증권사에는 우대 금리를 주고, 다른 증권사에는 금리를 낮게 주는 불공정 행위를 할 수 없도록 행정지도했다.

타 금융사에 상품을 제공함에 따라 자사의 재무건전성이 악화될 경우는 금리를 차등·적용할 수 있다. 또 타 금융사에 상품 제공하면서 별도의 수수료를 요구하지 못한다.

금감원은 은행·증권사들이 신탁형 ISA를 판매할 때 고객에게 포트폴리오 제공하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기로 했다. 신탁형은 투자자가 직접 계좌에 담을 상품을 정해야 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신탁형의 경우 투자자가 금융사 직원에게 추천받은 상품을 ISA에 편입하려면 직접 해당 상품의 편입을 운용·지시하고 이를 자필로 기재토록 했다”며 “또 고객의 투자 성향보다 위험도가 큰 상품을 권유하는 것도 금지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