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 운동화와 루이비통 하이힐이 함께 전시된 구두 전문관"
"레스토랑에서 쓰는 그릇·포크·와인 잔 바로 사갈 수 있는 원스톱 시스템"
"13명의 전문가가 아이 돌봐주는 키즈 카페와 즉석 이유식 매장 돋보여"

신세계 강남점의 목표는 ‘콘텐츠를 더해 삶의 가치를 높인다’다. 소비자의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반영해 기존의 매장을 전문관으로 바꿨다.

17개월의 공사를 끝내고 개장한 신세계 강남점을 방문했다. 서울 최대 규모의 백화점 답게 가장 많은 상품을 구비한 것과 동시에 고급스러운 면모는 한층 더해졌다. 실제로 롯데백화점 본점은 규모는 크지만 고급스러움이 약하고, 갤러리아 명품관은 고급스럽지만, 규모가 작다. 신세계 백화점은 이들의 장점을 고루 갖췄다.

올 초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신세계 경쟁 상대는 롯데가 아니라 쿠팡”이라고 말한 적 있다. 직접 발품 팔기 보단 집에서 인터넷으로 물건을 사는 소비자가 느는 추세에 대응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신세계 강남점은 소비자를 집 밖으로 끌어낼 만한 유인책을 곳곳에 내세웠다.

쇼핑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 고객 생활 전반에 깊숙이 들어왔다는 느낌이다. 구두 한 켤레, 믹서기 하나를 사기 위해 여러 매장을 오가며 비교해 보지 않아도 한 자리에서 해결할 수 있다. 레스토랑에서 사용하는 접시 혹은 포크, 심지어 테이블이 맘에 들면, 바로 구입할 수 있다. 2시간 정도 편하게 쇼핑하고 싶다면, 키즈 카페에 아이를 맡길 수 있고, 유아 휴게실에서 이유식을 데우거나 간단한 조리도 할 수 있다.

◆ 눈여겨 볼만한 ‘신발 전문관’…자유롭게 명품 브랜드 구경할 수 있어

기존 백화점이 한 층에 비슷한 가격대의 브랜드 별로 매장을 나눈 것과 다르게 신세계 강남점에서는 구두, 생활용품, 유아용품 등 각각의 주제에 맞는 제품군을 한데 모은 편집매장 형태의 ‘전문관’을 볼 수 있다. 각각의 전문관들은 브랜드 간 경계를 허물고 특정 카테고리에 맞춰 상품을 진열한 것이 특징이다. 고급 제품이든 저렴한 제품이든 한 층에서 한 번에 보고 고를 수 있다.

눈여겨볼 만한 곳은 4층과 9층, 각각 ‘신발’과 ‘생활’ 전문관이다.

4층 구두 전문관은 전체적으로 편집샵 형태로 같이 모여 있는 것 같으면서도 흩어져 있고, 따로 있는 것 같으면서도 같이 있는 모습이다.

146개 브랜드가 입점한 4층 ‘그랜드 슈(Grand Shoe)’는 국내 최대 규모다. 럭셔리 브랜드 루이뷔통의 스틸레토 힐부터 트렌디한 스포츠 브랜드의 스니커즈까지 만나볼 수 있다. 리뉴얼 전에는 신발 판매장이 3층 일반 신발과 4층 고급 신발로 나뉘어 있었지만, 한 층으로 통합해 이것저것 비교하러 다닐 필요 없이 한 곳에서 쇼핑을 끝낼 수 있다.

쇼핑 중이던 한 소비자는 “구두 하나를 사려고 해도, 여러 층, 수많은 매장을 돌며 디자인과 가격, 소개까지 비교해 봐야 하는데, 이 곳에서는 큰 수고 없이 물건을 고를 수 있어서 편리하다”며 “특히 앉아서 구두를 신어볼 수 있는 쿠션 의자가 넓어서 좋다”고 말했다.

특히 백화점 1층에 떡하니 자리 잡고 위압감을 주는 명품 브랜드를 편안하게 구경할 수 있다. 크리스찬 루부탱, 페라가모, 구찌, 발렌티노 등 명품매장은 줄이 길어 한참을 기다려야 할 때가 많고, 매장이 한가해도 옆에 찰싹 달라붙는 직원 때문에 부담스럽다. 단순히 구경만 하기도 쉽지 않은 명품 구두를 이곳에서는 자유롭게 둘러보며 신어볼 수 있다.

물론 100만원을 훨씬 웃도는 구두 한 켤레를 쉽게 살 순 없지만, 루이뷔통의 ‘신상’ 구두를 구경하며 안목을 한껏 높인 뒤, 옆에 진열된 안정된 디자인의 중저가 상품을 구입해도 좋을 것이다.

생활전문관인 '신세계홈’의 진열은 상품 하나하나에 대한 집중도를 높였다는 게 특징이다.

생활전문관인 ‘신세계홈’이 있는 9층으로 올라갔다. 각 브랜드 매장마다 벽이 없어 전체적인 통일성도 느낄 수 있었다. 층 별로 큰 입간판이나 현수막이 걸려 있지 않아 시야를 가리지 않고 깔끔했다. 신세계홈에서는 쿡샵과 일렉트로닉스 브랜드 144개를 볼 수 있고, 리빙룸은 추후에 완공될 예정이다.

9층을 둘러보는 한 부부는 “한 층에 주방용품과 전자제품을 함께 팔아서 아내가 접시를 구경하는 동안 남편은 새로 나온 IT기기를 가지고 놀 수 있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신세계홈은 반듯반듯한 직각형 동선 대신 물 흐르듯 부드러운 곡선형 동선을 채택한 게 특징이다. 한화갤러리아가 몇 년 전 명품관 웨스트를 리뉴얼하면서 도입한 매장 형태와 유사하다. 직각형 동선은 고객이 진열상품을 무심코 스쳐 지나가기 쉬운 데 비해 곡선형은 상품 하나하나에 대한 주목도를 높이고, 고객을 오래 붙잡아두는데 적합하다고 한다.

천장은 옅은 갈색 톤의 소재를 사용해 뜨개질로 짠 듯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집에서의 포근함을 느낄 수 있게 꾸민 것이다. 신세계홈의 인테리어는 스페인 바로셀로나의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의 내부를 디자인한 페트리샤 얼키올라의 작품이다.

◆ 레스토랑에서 사용하는 그릇 ·포크 바로 사갈 수 있어…체험형 마케팅 공간

‘자주(JAJU) 테이블’은 음식을 담는 모든 식기와 테이블웨어를 모두 생활전문관 매장에서 판매하는 상품으로 사용해 고객들이 식사와 동시에 마음에 드는 상품은 바로 구매할 수 있는 레스토랑 겸 체험공간으로 꾸몄다.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다 보면, 한 번쯤 내 앞에 올려진 그릇과 포크, 나이프 등 식기 혹은 장식품이 탐이 날 때가 있다. 이런 제품은 어디서 파는 걸까? 비싸겠지? 하는 궁금증이 생기지만, 막상 직원에게 물어보게 되진 않는다.

신세계 강남점 9층에 위치한 ‘자주(JAJU) 테이블’은에서는 이런 궁금증을 바로 해소할 수 있다. 신세계홈 바로 옆에 있는 이 이탈리안 레스토랑은 음식을 담는 그릇, 와인잔, 피클 집게, 아이스크림 스푼 등 54종의 식기와 테이블, 의자까지 모두 같은 층에서 판매하는 상품으로 채웠다. 식사를 하면서 마음에 드는 제품은 바로 안내를 받아 구매할 수 있다. 과거에는 상품을 알맞게 진열하는 선에서 그쳤지만, 먹고·마시고·체험하는 단계로 쇼핑이 진화한 것이다.

특히 중·저가 리빙 브랜드 자주(JAJU)의 제품이 돋보인다. 8000원 대 가격의 그릇이지만, 고급스러운 레스토랑에서 서빙되니 마치 명품 브랜드 제품처럼 근사해 보인다. 혼수를 장만해야 하는 신혼부부라면 한 번쯤 자주 테이블에서 식사하며 주방을 어떻게 꾸밀지 참고하면 좋겠다. 조선호텔에서 위탁운영을 맡았기 때문에 음식의 퀄리티도 상당하다.

김정래 자주 테이블 지배인은 “꼭 비싼 가구가 아니더라도 어떻게 인테리어에 활용하느냐에 따라 충분히 고급스러워 보일 수 있다”며 “백화점 내 레스토랑 최초로 체험형 마케팅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 ‘력셔리와 실용의 조화’…고객의 상황에 맞춘 세심한 배려 돋보여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고가의 브랜드와 력셔리한 인테리어로 고급 백화점 이미지가 강하다. 이번에 리뉴얼된 모습도 기존의 ‘고급스러움’은 그대로다. 그러나 고객의 편의를 최대한 배려해 실용적인 서비스에 초점을 맞춘 점이 돋보인다. 물건을 파는 원래의 목적보다 고객 생활 전반에 스며들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장재영 신세계백화점 대표는 “백화점은 더 이상 단순히 물건을 구매하러 오는 장소에 머물러서는 안된다”며 “이번 리뉴얼을 통해 고객이 와서 생활하고, 체험해보고,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우선 고객의 동선을 최대한 배려했다. 에스컬레이터는 상향과 하향이 함께 설치돼 있어, 올라가거나 내려가기 위해 한바퀴를 다시 돌아야 하는 불편함이 없다. 모든 층에 식음료 시설이 있어 쉬어가기 좋다. 4층 빈브라더스, 5층 페이야드, 6층 베키아에누보, 7층 스타벅스, 8층 앨리스카페, 9층 자주테이블 10층 콩부인이 들어섰고, 3층에는 마카롱 가게인 라뒤레를 오픈할 예정이라고 한다. 식음 시설을 지하나 가장 위층에 몰아넣는 기존 백화점과는 차별화된 모습이다.

특히 아이가 있는 부모를 위한 배려가 남다르다. 10층 에스컬레이터 바로 옆에 우주선을 연상시키는 부엉이 모양의 놀이공간은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이곳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공간은 키즈 카페인 ‘리틀 랜드(Little Land)’다. 한 번에 어린이 60~70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으며, 주중에는 6명, 주말에는 13명 안팎의 전문 스탭이 아이를 돌봐준다. 잠시나마 아이를 맡기고 마음 편히 쇼핑을 할 수 있다. 2시간 기준 어린이 기준 1만2000원, 보호자는 3000원. 무료라면 더 좋겠지만, 기꺼이 지불할 수 있는 수준이다.

10층 ‘리틀 신세계’에 위치한 이유식 브랜드 ‘얌이밀’은 국내산 재료로 유아식을 즉석에서 만들어 준다.

국내 백화점 중 유일하게, 첨가물 없이 유기농 국산 농산물로 현장에서 바로 만든 이유식을 살 수도 있다. 완도산 활전복, 1등급 한우 등 고급 재료가 아낌없이 사용됐다. 가격은 싸지 않지만 그렇다고 터무니없이 비싸지도 않다. 프링글스 감자칩 사이즈의 통에 든 유아용 과자는 4500원 정도에 판매된다. 이유식은 200여 가지로, 재료에 따라 가격이 다르다.

이 밖에도 아이를 데려온 엄마와 아빠를 배려하는 공간이 곳곳에 위치했다. 기저귀를 갈거나 엉덩이를 씻기고, 정수기와 전자레인지 정도가 전부였던 유아 휴게실에서 주방 공간이 생겨 이유식을 데우거나 간단한 조리도 할 수 있다. 기존 백화점에서는 수유실에 아빠(남성)의 출입이 제한됐지만, 새로 생긴 ‘패밀리 수유실’에는 아빠, 조부모 등 동반 가족이 함께 들어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