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기준 가계신용이 1200조원을 돌파하며 가계부채발 내수위축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내수는 최근 수출과 투자가 부진한 어려움 속에서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내수마저 부진해질 경우 경제성장률이 급격하게 떨어질 위험이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가계부채 증가가 결국은 내수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 가계 신용을 줄이는 건전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래픽=김연수

◆ 오락가락 지표… 가계부채와 소비의 상관관계는?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4분기 가계신용 잠정치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 가계신용은 전분기말보다 3.5%(41조1000원) 늘어난 1207조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경제 동향을 보면 가계부채와 소비의 상관관계는 오락가락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3분기 가계부채는 전분기보다 3%(34조5000억원) 증가했다.

가계부채가 늘어나면 이자 부담 등 때문에 소비에 악영향을 미친는데 소비 현황을 알아볼 수 있는 소매판매는 증가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3분기 소매판매는 전년동기대비 1.1% 늘었다.

하지만 통계청이 가구조사를 통해 발표하는 가계동향에서는 결과가 조금 달랐다. 3분기 가계동향을 보면 소비지출은 10분기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3분기 가구당 월평균 지출은 339만7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5%가 줄었다. 가구당 월평균 소득이 0.7% 늘고 이자비용은 6%가 줄어든 상황인데도, 소비를 줄였다고 응답한 사람이 많았던 것이다.

4분기에도 가계부채는 크게 늘었다. 소비도 3분기보다 더 크게 늘었다. 4분기 소매판매는 전분기보다 3.6%가 늘었다. 4분기 가계동향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 전문가들 “가계부채발 소비절벽 올 것”

전문가들은 최근 가계부채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소비도 늘어나는 현상이 오래 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소비가 늘어난 것이 코리아블랙프라이데이와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등 정부의 소비 진작책 덕분이지만, 앞으로 이런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박종규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가 금리를 내리려고 했던 것은 금리가 낮으면 경제주체가 저축을 줄이고 빚을 늘리는 등의 행동을 통해 소비를 늘릴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라면서 “하지만 채무 과잉(debt overhang) 상황에는 부채가 많은 가구가 소비를 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 소비가 줄어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부채 규모와 원리금 상환액 등을 갖고 미시분석을 해보면 2008년쯤부터 이미 한국은 부채가 많으면 소비가 줄어드는 것으로 나온다”면서 “가계부채는 이미 알게 모르게 소비여력을 잠식하고 있고, 이제는 위기를 걱정해야 할 상황이 됐다”고 덧붙였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도 가계부채가 소비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했다. 가계부채는 이미 내수를 누르는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신 부문장의 판단이다.

신 부문장은 “수출이 부진해 수출로 인한 소득증대를 기대하기 어려운데다 금융시장도 불안한 상황이라 경제주체의 소비여력이 많지 않다”면서 “금리 인하로 소비를 진작하는 효과도 과거보다 덜한 만큼 가계신용은 장기적으로 소비에 부담을 주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원리금 상환 부담을 늘리는 부동산 대출 규제가 시행되며 빚을 내려는 사람들이 제2금융권으로 가는 풍선효과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계부채의 건전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박종규 선임연구위원은 “내수도 중요하지만 금융안정이 더 중요하다”면서 “성장률 조금 올리려다 금융위기라도 터지면 돌이킬 수 없는 만큼 금융 건전성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