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빚 1207조…7개월 만에 100조 늘어
은행 주택담보대출 18조 늘어…제2금융권 신용대출도 크게 늘어

가계 빚이 1200조원을 돌파했다. 2013년 말 1000조원을 돌파한 이후 1년4개월(2015년 5월)여 만에 1100조원을 돌파한 가계부채는 다시 7개월여 만에 100조원 이상 늘었다. 저금리 기조와 대출규제 완화, 주택거래 증가의 세가지 요인이 맞물리면서 지난해부터 가계 빚이 가파른 속도로 불어난 데 따른 결과다.

정부는 가계부채의 급격한 증가에 경계심을 드러내면서도, 경기 회복세에 끼칠 부정적인 영향을 우려해 가계대출의 뇌관으로 지목받고 있는 '집단대출' 등 가계대출 억제책을 강도 높게 마련하는 데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5년 4분기 가계신용(잠정)' 자료를 보면, 작년 12월 말 기준 가계신용(가계부채)은 2014년 12월 말(1085조3000억원)에 비해 121조7000억원(11.2%) 늘어난 1207조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4분기에만 41조1000억원(3.5%) 늘었다.

이는 2002년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이래 전년 대비 기준으로 사상 최대 증가폭이다. 2014년의 증가액인 66조2000억원의 두 배이며, 2012년의 증가액인 47조6000억원의 세 배 가까이 된다. 2013년의 증가액(55조2000억원)과 2014년의 증가액을 합보다도 많다. 가계 빚이 가장 많이 증가한 2011년 72조9000억원보다도 48조8000원이나 늘어났다.

가계신용은 가계부채 수준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통계로, 전체 금융권의 가계대출과 판매신용(상환 전 카드 결제 대금과 할부금액)을 더해서 산출한다.

그래픽=이진희

작년 4분기 가계신용의 세부 내용을 보면, 가계대출은 1141조8000억원으로 전년 보다 116조8000억원이 늘었다. 늘어난 가계 빚의 95.9%다. 판매신용은 65조1000억원으로 전년 보다 5조원 증가했다. 작년 4분기에 가계대출은 39조4000억원이 증가했고 판매신용은 1조7000억원 늘었다.

작년 4분기 금융회사별 가계대출 증가 규모는 은행이 22조2000억원, 저축은행·새마을금고·상호금융·신협 등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이 9조6000억원, 보험사·증권사·대부업체를 포함하는 기타 금융기관이 7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특히 은행 주택담보대출은 18조원이 늘어 전체 가계대출 증가세를 이끌었다.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은 지난해 3분기 11조500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는데 4분기 들어 부동산 경기가 활성화 되자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다.

전체적으로 주택담보대출은 크게 늘어났다. 지난해 전체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36조1000억원으로 은행 전체 가계대출 증가액 44조1000억원의 81.8%에 달했다. 지난해 은행의 전체 가계대출인 563조7000억원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은 401조7000억원으로 71.2%를 차지했다. 비은행 예금취급기관 주택담보대출도 3조1000억원이 늘어났다.

이상용 경제통계국 팀장은 "아파트 분양 호조에 따른 집단대출 수요 증가 등으로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의 증가 폭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경기침체 영향으로 제2금융권 신용대출도 크게 늘었다. 저축은행 등 비은행예금취급기관 대출액은 4분기에만 9조6000억원, 지난 해 전체로는 22조4000억원이 늘었다.

저축은행들이 지난해 소액대출 중심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했고 저금리에 대출금리도 소폭 떨어져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받지 못한 서민층들을 중심으로 대출수요가 늘었다는 분석이다.

금융기관별 가계대출 잔액은 시중은행 812조4000억원, 제2금융권 248조6000억원, 기타금융기관 329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