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메신저 내놓은 우리銀…멤버십 통합 서비스 내놓은 하나금융
지점망 통해 가입자 유치 현재까진 순항 中…"대부분 허수" 지적도

# 우리은행에서 근무하는 지인의 요청으로 ‘위비톡’을 다운로드한 김지광(33)씨는 어플리케이션을 열어본 뒤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은행 어플인데도 자금 이체나 결제 같은 항목이 전혀 없고, 메신저 대화창만 떴기 때문이다. 김씨는 “그냥 카카오톡과 똑같은 메신저였다”면서 “깔아달라고 해서 다운로드를 하긴 했는데 우리은행이 왜 이런 것을 만들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 하나은행 직원 박소연(39)씨는 하나멤버스 어플이 나온 뒤 SK플래닛의 ‘시럽’을 더 이상 이용하지 않게 됐다. 하나멤버스 어플을 통해 CJ ONE, OK캐시백, SSG머니를 하나멤버스 포인트로 교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씨는 “주로 CJ의 가맹점을 많이 이용한다”며 “하나멤버스 때문에 멤버십카드들이 등록돼 있는 시럽을 열어볼 필요가 없게 됐다”고 했다.

그래픽 = 이진희 디자이너

은행들이 IT기업들에 도전장을 내밀며 영토 확장에 나섰다. 모바일이란 플랫폼을 장악하지 못하면 금융의 경쟁력이 사라질 것이라는 위기감 때문이다.

현재까지는 은행이 가진 지점망이라는 강력한 무기 덕에 순항하고 있다. 하나멤버스는 지난해 10월 출시 이후 240만명의 가입자를 유치했고 위비톡은 출시 한 달 만에 50만 가입자를 끌어모았다.

◆ “플랫폼 장악 못하면 미래 없다”…진화하는 은행 어플

하나금융의 하나멤버스와 우리은행의 위비톡은 구조는 다르지만 탄생 배경이 같다. 모두 모바일 플랫폼을 잡겠다는 목표 아래 나왔다. 경쟁 상대는 카카오톡과 같은 IT사업자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은행의 경쟁력은 기본적으로 망(網)인데 오프라인과 달리 모바일은 완전히 IT기업들에 내준 상황”이라며 “핀테크(IT와 금융의 합성어)가 발전하면 할 수록 결국엔 두 영역이 합쳐지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플랫폼을 잡기 위해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위비톡은 카카오톡, 라인 등과 달리 보냈던 메시지를 회수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며 “일단 위비톡 이용자를 끌어모은 뒤 다음 전략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오는 6월쯤엔 위비장터라는 이름의 오픈마켓도 열 계획이다.

하나멤버스는 기본적으로 하나은행과 하나카드, 하나생명, 하나금융투자 등 하나금융 계열사를 많이 이용하면 할수록 포인트를 지급하는 어플이다. 하지만 제휴사를 많이 모집해 모든 멤버십 포인트를 하나멤버스로 모으는 세계도 구상하고 있다. 어디서 소비하든 모든 포인트를 하나멤버스로 받고, 그러다보면 하나금융의 플랫폼이 단단해질 것이라는 게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생각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하나멤버스를 통해 공인인증서 없이 송금도 할 수 있어 직원들끼리는 경조사비를 낼 때 하나멤버스를 활용하고 있다”면서 “전사적으로 가입자 유치에 나서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위비톡, 하나멤버스 화면

신한은행은 최근 모바일뱅킹 어플리케이션 ‘신한S뱅크’를 업그레이드하며 ‘다이어리’ 기능을 추가했다. 모든 금융 일정을 신한S뱅크를 통해 관리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은 송금할 때만 사용하는 경향이 있었으나 이젠 모든 금융 활동을 어플 하나로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은행 직원 강권 때문에 숫자만 늘어난 것” 지적도

다만 아직까지는 은행의 플랫폼 경쟁력 확보가 쉽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 대세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이 지점망이라는 무기 덕에 숫자를 늘리고는 있지만 대부분 가입자가 억지로 가입한 허수”라고 지적했다.

지점 직원들은 이에 동의한다. 하나은행의 한 지점 관계자는 “지점에 방문하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하나멤버스 가입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며 “고객 입장에서 돈이 드는 것이 아니라 유치는 어렵지 않은 편이지만 유의미한 성과로 이어질지는 잘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플랫폼 구축은 현실적으로 와닿지 않는다”면서 “차라리 방카슈랑스나 펀드처럼 회사 입장에서 돈이 되는 상품을 팔았으면 좋겠다는 직원들이 적지 않다”고 털어놨다.

반면, 은행 본점의 전략 부서는 성과를 자신하고 있다. 하나은행 본점 관계자는 “허수가 있을 수 있겠지만 꾸준히 늘리다 보면 어느 순간 임계점을 넘어 안 쓰고는 못 배기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또 “써본 고객 중 상당수는 만족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