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비즈는 지난해 [3040 파워 이코노미스트] 시리즈를 통해 국내에 있는 30대, 40대 젊은 경제학자들을 독자 여러분께 소개했습니다. 심층 인터뷰를 통해 어떤 연구를 하고 있고 사회 이슈에 어떤 의견을 갖고 있는지 들어봤습니다. 2016년에는 해외에서 활약하고 있는 30대, 40대 한국인 경제학자들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한미경제학회(KAEA) 전현직 임원진 등으로부터 추천을 받았습니다. [편집자 주]

“과다한 학업 경쟁을 줄이기 위해 학교에서의 학업 비중을 줄이는 것은 해법이 아닙니다. 오히려 학교 밖에서의 학습(사교육)을 통해 경쟁의 우위를 차지하고자 하는 현상이 나타나겠죠. 마찬가지로 대학 입학 시험을 쉽게 출제하거나 입시 전형을 다양화하는 것을 통해 대입 경쟁을 해소할 수는 없습니다.”

“인성 교육을 위해선 가정(Family)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인성이란 영어나 수학 같은 교과목으로 가르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삶에 대한 건강한 태도나 가치관을 심어주고 건강한 자아상을 길러주며, 타인에 대한 배려를 가르치는 일은 학교보다는 가정의 의무이지 않을까요.”

계량경제학자인 전성재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 교수는 최근 교과목 시간까지 줄여가며 인성교육에 열을 올리는 한국 교육 현장에 대해 “학교에서의 학업 비중을 줄이는 것은 학업 경쟁 해소의 해법이 아니며, 인성교육은 가정의 의무”라고 밝혔다.

전 교수는 서울대학교 경제학과(93학번)를 졸업한 뒤 미국 브라운 대학에서 석박사 과정을 밟았다. 일반인에겐 다소 생소한 계량경제학에 대해 ‘수량으로 측정하는 경제학’이라고 설명한 그는 “자연과학에서 이론과 실험이 모두 중요한 것처럼 경제학에서도 이론과 측정을 통한 검증이 모두 중요하다”며 계량경제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전 교수는 “계량경제학자의 역할은 추상적인 경제학 이론과 현실의 데이터를 연결할 수 있는 도구를 개발하는 일”이라며 “크게 주목을 받는 분야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이론경제학과 응용경제학 사이를 연결하는 다리이자, 응용경제학자들의 컨설턴트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이에 대해 충분한 보람을 갖고 있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전 교수는 관측되지 않는 능력이나 적성을 통계적으로 통제하기 위한 고전적 방법들의 한계가 무엇인지, 수학적 편의를 위한 비현실적 가정들을 어떻게 줄일 수 있는지, 새로운 접근법으로는 어떤 것들이 가능한지 등을 연구한다. 특히 개개인이 누리는 교육의 효과가 개개인의 능력과 적성에 따라 다를 수 있을 때 경제학자들이 데이터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얼마나 배울 수 있을지를 살피는 것이 그의 주된 관심사다.

다음은 전 교수와의 일문일답.

해외 생활에 어려움은 없었냐는 질문에 전 교수는 자신은 괜찮았지만 말도 안 통하는 나라까지 따라와 준 아내에겐 미안하다는 마음을 드러냈다.

◆ “기업 인적성 시험으론 능력 완벽히 측정할 수 없어…학력 등 자료 종합적으로 이용해야”

- 한국 기업에 취업하기 위해선 인적성 시험을 치뤄야 합니다. 인적성 시험으로 사람의 직무 능력을 수치화하고, 일 잘할 수 있는 사람을 가려내는 것이 가능한가요.

“제가 계량경제학자로서 훈련 받고 연구하면서 생긴 습관은 무엇이 관측되고 무엇이 관측되지 않는지, 그리고 관측되는 것으로부터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를 제일 먼저 생각하는 것입니다. ‘학력보다는 능력 중심의 고용’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을 할 때 흔히 간과하는 점이 있는데, 바로 학력은 관측되는 변수이고, 능력은 관측되지 않는 변수라는 점입니다. 기업은 생산성이 높은 양질의 노동력을 선호합니다. 단순히 ‘학력’이 높지만 ‘능력’은 별로인 사람을 고용해서는 기업도 득이 될 것이 없습니다.

문제는 그 능력이란 것이 사전에 관측되지 않기 때문에, 학력이 일종의 대리변수로 사용되는 거죠. 물론 학력이 능력에 대한 완벽한 측정치일 수는 없습니다. 학력과 마찬가지로, 개별 기업의 선발 시험도 능력에 대한 완벽한 측정치일 수 없습니다. 따라서 학력이나 인적성 시험 등의 다양한 자료를 종합적으로 이용해야 하는 거죠.”

- 한국은 공개채용 방식을 통해 일률적으로 채용하지만, 미국은 각 실무 부서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경력을 가진 구직자들을 채용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들었습니다.

“미국과 한국의 일반적인 채용 방식에 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같이 일할 실무 담당자가 직접 인터뷰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고, 추천서의 역할이 아주 큽니다. 여러가지 문화적 차이를 고려할 때, 어떤 방식이 더 선진적이다, 후진적이다를 말하기는 좀 어렵습니다만, 실무 담당자들이 같이 일할 동료를 채용하는 데 적극 개입하는 방식에 몇 가지 장점이 있다고는 생각합니다. 어차피 제한된 정보를 가지고 결정을 내려야 한다면 그 담당자가 직접 결정하는 방식이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요.”

- 계량경제학 석학 중 노벨경제학상(2000년)을 수상한 제임스 헤크먼 시카고대 교수는 “인성도 측정이 가능하다”며 조기 인성교육을 강조했습니다. 인성교육을 위해 교과목 시간을 줄이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모든 것의 균형이 중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친구들을 사귀고 사회성을 기르는 것도 학교 생활의 중요한 목적이고, 음악, 미술, 체육 등을 통해 삶을 더 풍요롭게 하는 법도 학교에서 배워야 할 중요한 내용이니까요. 하지만 지적 활동과 교과 공부가 무시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공부만 하는 학교는 정상이라고 하기 힘들지만, 공부를 하지 않는 학교도 정상이라고 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러나 과다한 학업경쟁을 줄이기 위해 학교에서의 학업 비중을 줄이는 것은 해법이 아닙니다. 학생들이 더 많은 교육을 받는 상황에서 학교에서의 학습량을 줄인다고 해서 경쟁이 없어지지는 않을테니까요. 오히려 학교 밖에서의 학습을 통해 경쟁의 우위를 차지하고자 하는 현상이 나타나겠죠. 마찬가지로 대학 입학 시험을 쉽게 출제하거나 입시 전형을 다양화하는 것을 통해 대입 경쟁을 해소할 수는 없습니다.”

- 학교에서의 학업 비중을 줄이는 것은 해법이 아니라고 하셨지만, 수업 시간은 한정돼 있습니다. 교과공부를 줄이지 않으면 인성 교육을 늘릴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정(family)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너무나 당연한 말인 것 같지만, 우리의 현실은 이렇게 당연한 말조차도 다시 강조하게 만듭니다. 인성이란 영어나 수학 같은 교과목으로 가르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음악, 미술, 체육 등의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제공하는 일은 공교육이 당연히 해야 할 중요한 임무입니다. 보다 전인적인 교육을 위해 수학, 물리, 역사 등을 가르치는 일 만큼이나 중요하죠. 하지만 삶에 대한 건강한 태도나 가치관을 심어주고 건강한 자아상을 길러주며, 타인에 대한 배려를 가르치는 일은 학교보다는 가정의 의무이지 않을까요.”

◆ “수학적 편의를 위한 가정은 최소화...가정 많을수록 위험성은 커지기 때문”

- 경제학엔 ‘다른 외적 조건이 동일하다면(ceteris paribus)’이라는 다소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전제조건이 등장합니다. 교수님은 이를 최소화해 최대한 현실에 가까운 연구 결과를 내는 것이 목적인가요.

“현실에 가까운 결과라는 말보다는 경제적 인과관계(Causal relation)를 이해하는 것이 목적이라는 표현이 더 정확합니다. ‘다른 조건이 일정하다면’이라는 전제는 경제학 뿐만 아니라 모든 과학 분야에서 인과관계를 이해하기 위한 필수적인 전제 조건입니다. 다만 자연과학처럼 다른 조건들을 실험실에서 통제할 수 있느냐, 아니면 사회과학처럼 실험을 통해 다른 조건을 통제하는 것이 불가능하냐의 차이가 있는 것이지요. 비현실적이란 느낌은 바로 ‘실험할 수 없다’는 사실에서 기인한다고 봅니다. ‘Ceteris Paribus’는 경제학 뿐만 아니라 모든 과학 분야에서 인과관계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전제조건임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 다른 조건들을 동일하게 통제할 순 없더라도, Ceteris Paribus란 전제는 인과관계를 확인하는 데 있어서 필수적이겠네요.

“데이비드 루이스(David Lewis)라는 철학자는 인과관계를 ‘반(反)사실적 서술 (Counterfactuals)’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했습니다. 루이스는 ‘캥거루는 꼬리가 없으면 쓰러진다’는 명제를 예로 들었습니다.

꼬리와 캥거루의 바로 일어섬 사이의 ‘인과관계’는 다음과 같이 해석돼야 합니다. 현실세계에서는 꼬리 달린 캥거루가 바로 서 있습니다. 이제 캥거루의 꼬리는 없지만, 다른 모든 조건은 동일한 가상의 세계를 상상해 보겠습니다. 이 명제가 묘사하는 인과관계에 따르면, 이 가상의 세계에서 캥거루는 바로 서지 못하고 쓰러지게 돼 있습니다. 여기서 아주 중요한 전제는, 가상과 현실의 차이는 캥거루 꼬리의 유무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Ceteris Paribus의 예가 되는 거죠.”

- 관측되지 않는 적성이나 능력, 운 등이 설문이나 면담 없이 수학적 수식만으로 검증이 가능한가요.

“설문이나 면담 조사 등은 많이 사용되는 데이터 수집 방법이지만, 제가 직접 해본 적은 아직 없습니다. 지금까지의 제 연구는 계량경제학의 이론적 측면에 치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수학적 수식은 관측되지 않는 적성이나 능력을 컨트롤하는 방법이라기보다는, 적성이나 능력이 관측되지 않을 때 관측되는 데이터로부터 우리가 무엇을 얼마나 어디까지 배울 수 있는지를 분석하기 위한 도구입니다.

사실 계량경제학은 데이터 없이 존재할 수 없습니다. 설문이나 면담은 데이터를 수집하는 중요한 방법이구요. 다만, 개인적 이질성 중 어떤 부분은 설문이나 면담을 통해서도 정확한 데이터를 얻을 수 없다는 점을 말하고 싶습니다. 예를 들어 하루에 몇 시간씩 공부하는지, 혹은 학업 성적이 어떤지는 물어봐서 알 수 있지만, 공부에 얼마나 재능이 있는지는 믿을 수 있는 데이터를 확보하기가 어렵습니다. 아이큐(IQ)나 이큐(EQ) 검사를 할 수도 있겠지만, 성격이나 집중력 등등을 모두 측정하기란 아마 불가능하지 않을까요.”

- 예를 들어서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직업교육이 생산성 향상에 미치는 효과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많은 근로자의 생산성과 직업교육 여부가 정확하게 기록된 데이터가 있다고 가정합시다. 그렇다면, 직업교육이 생산성에 미치는 효과를 분석할 수 있을까요? 할 수 있다면, 어떤 가정들이 필요하며,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이런 질문들에 답하기 위해서 수학적 수식을 사용하는 거죠.

우선 Ceteris Paribus에 기반한 Counterfactuals를 생각하겠습니다. 즉, 직업교육을 받은 근로자들의 경우, 직업교육을 받지 않았더라면 생산성이 어느 정도였을지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관측되지 않은 변수들이죠. 또 직업교육을 받지 않은 근로자들의 경우, 직업교육을 받았었더라면 어떠했을까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 또한 관측되지 않은 변수들입니다. 다시 말해, 직업교육의 Ceteris Paribus 효과를 분석하기 위해서 필요한 데이터의 절반은 관측되지 못한 ‘상상의’ Counterfactuals입니다.

실험실에서 실험을 하듯이, 모든 Counterfactuals이 다 관측될 수 있다고 상상해 봅시다. 이 경우 직업교육의 Ceteris Paribus 효과는 쉽게 분석될 수 있습니다. 직업교육을 받은 근로자 개개인의 생산성과, 그들이 직업교육을 받지 않았었을 경우의 생산성이 모두 관측된다면, 직업교육의 효과는 그 관측된 생산성의 차이를 보면 되지요. 근로자 개개인의 능력, 적성 등이 다르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마도 근로자 개개인마다 직업교육의 효과도 제각각일 수 있고요. 하지만, 근로자 개개인이 가지는 직업교육의 효과가 측정됐기 때문에, 우리는 직업교육의 효과가 가지는 확률분포를 쉽게 알아낼 수 있습니다.”

- 모든 Counterfactuals(반(反)사실적 서술)를 계량경제학으로 관측하긴 힘들 것 같습니다.

“물론 계량경제학적 현실은 이렇게 이상적이지 않습니다. 모든 Counterfactuals를 다 관측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죠. 즉 직업교육을 받은 근로자들의 경우, 그들이 교육을 받지 않았더라면 가졌을 생산성은 관측되지 않습니다. 반대로, 직업교육을 받지 않은 근로자들의 경우, 그들이 교육을 받았더라면 가졌을 생산성은 관측되지 않고요. 직업교육을 받았느냐 여부가 개별 근로자들의 선택이었을 경우 문제는 더욱 복잡해집니다.

이같은 상황에서, 직업교육의 효과가 가지는 확률분포를 알아낼 수 있을까요? 불가능하다면, 직업교육 효과의 평균 혹은 중간 값은 알아낼 수 있을까요? 어떤 가정들을 하면 도움이 될까요? 근로자 개개인이 가지는 관측되지 못한 이질성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이러한 질문들에 답하는 것이 제 연구의 큰 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 개인적 이질성이 관측되지 않을 때, 관측된 데이터로부터 우리가 무엇을 어디까지 배울 수 있는지를 측정하신다고 했습니다. counterfacuals(반(反)사실적 서술)가 절반은 ‘상상’이라면, 이 결과 또한 완벽하다 할 수는 없겠네요.

“물론 완벽하지 않죠. 그렇기 때문에 어떠한 방법론이 어떠한 가정들을 필요로 하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야만 우리가 내는 결론들이 가지는 한계점을 이해할 수 있고, 또한 어떤 가정을 어떻게 완화해서 보다 현실적인 결론을 낼 수 있는지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말해, 많은 가정들을 하면 할수록 통계적 오차는 줄어들겠지만 그 가정들이 성립하지 않을 가능성에 대한 위험이 커지게 됩니다. 따라서 계량경제학자들은 경제학적으로 정당화하기 어려운, 수학적 편의를 위한 가정들은 가능하면 없애려고 노력합니다.”

◆ 증권맨에서 계량경제학자로 변신...“계량경제학은 이론경제학과 응용경제학 사이를 연결하는 다리”

- 미국 유학 전 삼성증권에서 1년간 근무하신 이력이 있네요.

“삼성증권 본사 운용팀에서 일했습니다. 직장을 들어가기 전부터 학문에 대한 동경이 있었습니다. 제가 군대를 다녀와서 대학을 여름에 졸업했어요. 같은 해에 석사과정 대학원에 합격을 하긴 했는데, 유학을 가면 석박사 통합과정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국내 석사과정에 크게 매력을 느끼지는 못하고 있던 차였어요. 그때 마침 학내 캠퍼스에서 삼성증권 채용 설명회가 있었고, 이미 삼성증권을 다니고 있던 친한 형이 우리 회사 좋다며 한번 지원해보라고 권해주더군요. 그렇게 삼성증권과 대학원 석사과정 사이를 고민하다 삼성증권에 지원했고, 운좋게 합격했습니다. 삼성증권에서는 운용팀에 배정을 받아 투자에 필요한 기업 정보를 수집하고 정리하는 일을 했습니다. 돌이켜 생각하면 정말 좋은 결정이었고, 많이 배우고 경험하는 시기였습니다.

당시 도와주신 많은 분들, 특히 김영권 당시 팀장님께 지금도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15년을 살다보니 연락도 드리지 못해서 죄송하구요. 혹시라도 이 기사를 보시게 되면 언제나 잊지않고 있다고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김영권 팀장님은 증권투자를 위한 기업분석의 경험과 지식을 많이 가르쳐 주려고 하셨습니다. 제가 지금은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지만요. 그리고, 아버지가 암으로 병원에 계셨을 때, 또 막상 돌아가셨을 때, 심적으로 물질적으로 정말 많이 도와주셨습니다.”

- 학문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 해도 직장을 다니는 상황에서 이를 실행에 옮기긴 쉽지 않습니다.

“별로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전폭적으로 지지해 줄만큼 넉넉한 집안도 아니었고,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여러가지로 복잡한 시기였지만, 한번 도전해보고 싶은 욕망이 훨씬 더 컸던 것 같아요.”

- 어렸을 때 꿈은 무엇이었나요.

“어렸을 때는 막연히 과학자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과학자가 뭐하는 사람인지도 모르고 말이죠. 대학을 다닐 때, 미시경제학 수업을 들으면서 경제학이 재밌다고 느꼈고, 군대를 갔다가 복학한 후에 계량경제학 수업을 들으면서 공부를 좀 더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인생의 진로를 설계한다기보다는 이걸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 계량경제학은 경제학 분야 중에서도 일반인들에겐 생소한 분야 중 하나입니다. 이 분야를 연구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대학을 다닐 때, 계량경제학 수업을 들으면서 막연하게 좀 더 공부해보고 싶다고 느꼈습니다. 어린 마음에 단순히 수학적 챌린지(도전)가 좋았습니다. 브라운 대학에서 클라이버겐 (Kleibergen) 교수님과 랭카스터 (Lancaster) 교수님을 만나면서 계량경제학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게 됐어요. 경제학 모델과 데이터를 엮어보려는 시도는 지금도 재미있게 느껴집니다. 실험 자료 (experimental data)가 아닌 관측 자료(observational data)를 통해 경제학 모델을 추정하고 테스트하는 일이 왜 어려운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일도 보람있게 느끼고 있습니다.”

- 계량경제학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처음에는 실제 데이터를 이용해 어떤 숫자를 만들어 내는 것이 참 실용적이라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통계학이나 계량적 방법론에 특별한 이해가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고등학교 수학시간이나 대학의 기초통계학 수업을 통해 기본적인 통계방법론에는 어느 정도 익숙해져 있었지만, 군대를 다녀온 후에 류근관 교수님(서울대)과 박준용 교수님(성균관대)의 계량경제학 관련 수업을 들으면서 처음으로 통계적 방법론의 논리를 이해하게 된 것 같습니다. 그때서야 비로소 계량적 방법론을 ‘컴퓨터를 사용해 숫자를 생산하는 실용적 기술’ 이상의 어떤 것으로 매력을 느꼈습니다.”

- 계량경제학은 응용경제학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는 것 같습니다.

“계량경제학이란 ‘수량으로 측정하는 경제학’이란 뜻입니다. 자연과학에서 이론과 실험이 모두 중요한 것처럼, 경제학에서도 이론과 측정을 통한 검증이 모두 중요합니다. 계량경제학자의 역할은 추상적인 경제학 이론과 현실의 데이터를 연결할 수 있는 도구를 연구하고 개발하는 일입니다. 크게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분야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이론경제학과 응용경제학 사이를 연결하는 다리이자, 응용경제학자들의 컨설턴트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이에 대해 충분한 보람과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 교수님의 분석론이 사용된 대표적 응용경제학 이론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대학교육의 수익률을 퀀타일(4분위수)별로 측정하는 문제에서, 전통적인 가정 몇 가지를 제외하고 더욱 로버스트(robust)한 방법을 사용했을 때, 기존의 문헌에서 보고된 숫자들이 신뢰할 수 없는 결과라는 걸 보인 적이 있습니다. 또 옥션을 모델할 때 주로 쓰이는 중요한 이론적 가정이 있는데, 이를 비모수적으로 검증하는 테스트를 개발한 적이 있습니다. 실제 옥션 데이터를 연구하는 응용경제학자들이 그 테스트를 사용해서 이 가정에는 크게 현실적 문제가 없는 것으로 결론 내린 결과를 알고 있습니다.”

- 어렵네요. 요즘 하고 계신 연구에 대해서도 설명 부탁드립니다.

“개인의 이질성과 식별의 문제에 여전히 관심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시장 레벨의 데이터가 있을 때, 개별 시장의 관측되지 않는 이질성의 문제에도 관심이 있습니다. 관측되지 않는 개별 시장의 이질성은, 특히 내쉬 균형(Nash equilibrium)이 유일하지 않을 때 중요하고 어려운 문제로 알려져 있습니다. 여기서 여러가지 예측의 문제에 결정이론(Decision Theory)이나 엔트로피와 같은 정보이론(Information Theory)의 결과를 적용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 박사 학위는 브라운 대학에서 받으셨지만 교편은 펜실베이니아 주립대에서 잡으셨습니다.

“박사 학위를 받았을 때,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에서 더 연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지금은 이곳 생활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계량경제학을 연구하는 동료 교수님들도 많구요. 브라운 대학과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을 비교하기는 좀 어렵습니다. 브라운 대학에서 제 논문 지도를 해주셨던 교수님들은 이제 그곳에 계시지 않지만요. 클라이버겐 교수는 암스테르담 대학으로 옮겼고, 랭카스터 교수는 오래전 퇴직했습니다. 두 학교 모두 아주 강한 계량경제학 그룹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계량경제학의 수요자라고 할 수 있는 응용경제학 그룹에서는 저희 학교와 브라운 사이에 작은 학풍의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에서는 계량경제학 분석에 있어서도 경제학적 모델을 좀 더 강조하는 ‘구조적 접근법(Structural approach)’을 더 많이 선호합니다. 저도 이곳에 오래 있다보니 이러한 학풍에 더 익숙해진 것 같습니다.”

- 해외에서 생활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으셨나요.

“대학원을 다닐 때 아내에게 많이 미안했습니다. 저야 하고 싶은 공부 한다고 미국으로 왔지만, 아내야 그저 저를 따라서 온거니까요. 말도 잘 안 통하는 낯선 곳에서 많이 외롭고 힘들었을 겁니다. 늘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가끔 한국에 있는 가족들과 친구들이 보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그래도 요새는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 등이 있어서 연락이 어렵진 않습니다. 화상통화도 종종 하구요.”

- 해외 대학에서 연구, 교육 등 교수님과 같은 길을 가고자 하는 후배들, 혹은 학생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공부를 정말 하고 싶은 마음으로 시작하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정말 좋아서 할 때, 최선을 다할 수 있고 결국은 잘 할 수 있게 됩니다. 열심히 준비해야 할 겁니다. 특히 수학과 같은 학문의 기초 체력이 되는 분야는 아무리 열심히 준비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