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지난달 22일 내놓은 스마트폰 '쏠(SoL·사진)'이 한 달도 채 안 돼 3만 대가 팔렸다. 중국의 TCL-알카텔이 만든 이 제품은 SK텔레콤 가입자만을 위한 전용폰이다. 보통 이통사는 자사의 전용폰에는 이통 3사 모두에서 팔리는 제품보다 공시지원금(구매보조금)을 5만~10만원 정도 더 준다. 39만9300원짜리 쏠을 구매할 때 월 5만1000원 요금제로 약정 가입하면 보조금 25만3000원(판매점 추가 지원금 포함)을 받을 수 있다. 소비자가 실제로 부담하는 기기 값은 14만6300원에 불과하다.

이 제품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확실히 뛰어나다"는 평을 듣는다. '쏠'은 다른 스마트폰보다 2~3배는 큰 상자에 담아 판매한다. 여기에는 약 10만원어치의 스마트폰 액세서리가 포함돼 있다. 용량 1만400mAh의 보조배터리와 오디오업체 하만사(社)의 JBL 이어폰(모델명 J22), 용량 32기가바이트(GB)의 외장 SD 메모리카드다.

외장 배터리는 쏠을 3번 충전할 정도의 대용량이고 이어폰은 JBL의 명성에 걸맞게 음질이 좋다. SD 카드를 끼워 놓으면 쏠의 전체 저장 용량이 64기가바이트로 늘어난다.

쏠의 스피커도 고가폰 수준이다. 쏠은 전면 상·하단에 1.2와트(W)의 스피커 2개를 장착했다. 와트는 스피커의 출력 단위로, 높을수록 고음~저음의 소리 폭이 넓어져 소리가 풍성하고 생생해진다. 갤럭시S6가 1.2W 스피커 1개를, LG전자의 G4가 1W 스피커 1개를 쓰는 것보다 수치상으로는 나은 것이다.

하지만 가장 불편한 대목은 퀵차지(빠른 충전) 기능이 없는 점이다. 요즘 고가폰들은 30분 정도면 100% 충전이 가능한 퀵차지 기능을 갖춘 경우가 많다. 쏠에는 이 기능이 없다. 이 제품은 '스마트폰의 두뇌'라고 할 수 있는 응용프로세서(AP)를 퀄컴의 스냅드래곤(모델명 '615')을 썼다. 모델명의 첫 숫자 '6'은 중가 부품이란 뜻이다. 고가폰은 '8'로 시작하는 부품을 주로 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615 모델은 합리적인 가격인데 퀵차지 기능은 없다"고 말했다. 그래도 동영상을 보거나 모바일 게임을 즐기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다.

화면 앞면 아래쪽에 물리적인 버튼이 없는 것은 국내 이용자에게 어색한 디자인이다. 대기 화면일 때 LG의 스마트폰은 화면을 톡톡 건드리면 밝은 화면으로 바뀌고, 삼성의 스마트폰은 앞면의 물리적인 버튼을 누르면 된다. 쏠은 왼쪽 모서리에 있는 전원 버튼을 찾아서 눌러야 했다. 국내에서 팔리는 대부분의 스마트폰이 전원 버튼의 위치가 오른쪽에 있는 것과 달리 쏠의 전원 버튼은 왼쪽에 달려있다.

5.5인치의 넓은 화면은 중국 트룰리(truly)의 디스플레이를 썼다. 트룰리는 주로 자국 스마트폰 제조사에 납품하는 업체다. 터치 반응은 다소 느리다. 손가락으로 화면의 아이콘을 클릭하거나,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화면을 넘길 때 손가락에 닿는 화면의 느낌이 둔탁했다. 고가 스마트폰을 옆에 두고 비교하면 일반인도 터치감의 차이를 느낄 정도다.

하지만 39만원짜리 중저가폰을 70만~90만원짜리 고가폰과 동일한 잣대로 비교하는 건 무리가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쏠은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자주 보고 음악을 즐기는 젊은 이용자를 위해 기획한 제품”이라며 “무료 3종 액세서리는 이런 고객에겐 종합 선물 세트로 여겨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