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의약품 원료인 단백질, 항체, 호르몬 등을 생산하는 ‘동물세포배양기’ 안에서 세포 손상을 최소화해 생산성을 대폭 높인 기술을 개발했다.

김주민 아주대 에너지시스템학과 교수와 황욱렬 경상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 연구팀은 동물세포배양기 안에서 생긴 기포 때문에 세포가 손상되는 현상을 측정하는 장치와, 기포 크기를 조절해 세포 손상을 줄이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17일 밝혔다. 동물세포배양기는 동물세포를 이용해 의약품의 원료가 되는 단백질이나 항체, 호르몬 등 생물학적 물질을 생산하는 장치다.

동물세포배양기에서 세포가 손상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산소를 공급할 때 발생하는 기포다. 이 기포가 터지면서 생기는 ‘신장 응력’으로 세포가 손상되는 것이다. 신장 응력은 변형 가능한 물질이 크게 늘어나거나 압축될 때 생기는 외력이다.

연구진은 먼저 기포 파열에 의한 세포 손상을 측정하는 미세유체장치를 개발했다. 이 장치는 극소량의 유체에 포함된 DNA나 세포 등을 분석할 수 있는 장치다. 이를 통해 기포 크기에 따른 세포손상 정도를 분석했다.

일반적으로 기포 파열에 의한 신장응력은 기포 크기가 작을수록 커진다. 연구팀은 동물세포배양기에서 생기는 기포가 지나치게 작을 때 세포 손상 현상이 더 많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세포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는 특정 크기의 기포가 생성되도록 산소를 공급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동물세포배양기 내 기포 파열로 발생하는 신장응력에 의한 세포 손상 모식도. 세포배양기에는 이산화탄소와 산소가 공급되는데 이 기체의 거품이 왼쪽 위 그림처럼 터질 때 생기는 힘에 의해 배양된 세포가 기계적인 손상을 입는다. 연구진은 미세유체공학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개발한 기술의 성능을 확인하기 위해 기존 동물세포배양기와 미세유체장치를 활용한 연구결과를 적용한 동물세포배양기를 비교 실험했다. 그 결과 치료용 항체(IgG) 단백질은 기존 동물세포배양기에서 리터당 112㎎이 생산됐지만 미세유체장치 연구 결과를 적용한 동물세포배양기에서는 리터당 126mg이 생산됐다.

김주민 교수는 "미세유체장치는 세포 손상 조건을 미리 확인할 수 있어 동물세포배양기의 생산성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세포 손상이 큰 영향을 끼치는 인공심장 개발 등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연구재단 일반연구자지원사업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결과는 영국 왕립 화학회가 발행하는 학술지 ‘랩 온 어 칩(Lab on a chip)’ 신년호 표지논문으로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