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유료 방송 서비스 업체들이 직접 자체 콘텐츠를 제작하거나 다른 서비스에서는 볼 수 없는 독점 콘텐츠를 제공하는 일이 늘고 있다. 세계 최대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다운로드 없이 홈페이지나 프로그램에 접속해 동영상을 감상할 수 있는 서비스) 업체인 넷플릭스의 국내 서비스 시작을 전후로 위기의식을 느낀 업체들이 저마다 콘텐츠 경쟁력을 키워 맞대응하기 시작한 것이다.

◇넷플릭스의 위협적인 가위질(코드 커팅)

2007년 동영상 스트리밍 사업을 시작한 넷플릭스는 불과 8년 만에 세계 190여개 국가에서 유료 가입자 7000만명 이상을 확보한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비결은 콘텐츠였다. 리드 헤이스팅스 CEO(최고경영자)도 스스로 "우린 IT기업이자 콘텐츠 회사"라고 말한다. 넷플릭스는 2013년 자체 제작한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를 비롯해 넷플릭스에서만 시청할 수 있는 콘텐츠를 꾸준히 내놓고 있다. 시청자들은 월 7.99달러만 내면 이 같은 우수한 독점 콘텐츠와 함께 영화·TV프로그램을 마음껏 볼 수 있다. 그러자 넷플릭스에 매료된 미국 시청자들이 기존 유료 방송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케이블TV 가입을 해지하기 시작했다. 1992년 케이블TV의 유료 TV 시장 점유율은 92%였지만, 2013년에는 53%로 줄어들었다. 미국에선 이 같은 현상을 케이블을 자른다는 의미를 담은 '코드 커팅(cord cutting)'이라 부른다. 이런 넷플릭스가 지난달 초 한국에서도 서비스를 시작했다.

◇콘텐츠 '전달자'에서 '제작자'로 변신

국내 유료 방송 업체들은 단순히 지상파 방송이나 영화·드라마를 시청자에게 전달하는 '창구' 역할만으로는 넷플릭스로 옮겨타는 가입자를 막을 수 없다는 현실을 인식하고 있다. 지난달 SK브로드밴드는 IPTV(인터넷TV) 모바일 서비스 'BTV 모바일'과 VOD(주문형 비디오) 서비스 '호핀'을 합쳐 통합 미디어 서비스인 '옥수수' 서비스를 시작했다. 넷플릭스 국내 출시 3주 만이었다. SK브로드밴드는 종편 및 독립 제작사와 함께 제작한 독점 콘텐츠를 옥수수를 통해서만 서비스하고 있다. 윤석암 SK브로드밴드 미디어사업부문장은 "옥수수에는 1인 제작자가 만든 영상을 비롯한 독점 콘텐츠가 가득하다. 콘텐츠가 곧 그 동영상 서비스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IPTV를 운영해온 통신 3사도 변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11월 모바일 동영상 서비스 '핫질'을 출시했다. 핫질은 인기 BJ, 전문 동영상 제작자, 모바일 동영상 사업자 등과 제휴해 이들이 만든 콘텐츠를 독점 서비스한다. 할리우드 영화 '메이즈러너'에 출연한 배우 이기홍이 나오는 드라마 '부탁해요 기홍씨'가 대표적인 독점 콘텐츠다. 지금까지 핫질은 다운로드 50만건을 기록했고 하루 사용자는 1만5000명이다. SK텔레콤은 아예 '핫질 스튜디오'까지 만들어 콘텐츠 제작을 지원한다. KT는 지난해 12월 CJ E&M이 운영하는 다이아TV와 콘텐츠 공급 계약을 맺고 1인 방송 콘텐츠를 공급하고 있다. LG유플러스도 지난해 10월 말 1인 방송 제작자들의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는 '파워 유튜버' 채널을 내놨다.

◇인터넷 미디어 업계 전체가 콘텐츠 발굴

콘텐츠 발굴은 인터넷·미디어 업계 전체의 과제로 부상했다. 카카오는 지난해 12월 모바일 콘텐츠 서비스 '1boon(1분)'을 오픈했다. 동영상, 사진, 웹툰, 카드 뉴스 등 1분 내에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경쟁력이라고 카카오는 말한다. 국내 최대 포털 네이버는 동영상 서비스인 tv캐스트 안에 1인 방송 전문채널·패션 뷰티·브랜드CF·웹드라마 등 220여개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tvN이 제작한 웹콘텐츠 '신서유기'가 네이버 tv캐스트에서 독점 방송돼 조회 수 5000만건을 돌파했다. SK브로드밴드는 인기 애니메이션 '뽀로로' 제작에 참여해 뽀로로를 독점적으로 공급받고 있다. SK텔레콤 미디어 사업 관계자는 "시청자들이 매력적으로 느낄 만한 독점 콘텐츠를 제작 지원해야 가입자를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