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우샤오촨 중국 인민은행 총재.

춘제(春節·중국 설) 연휴로 8~12일 휴장했다가 15일 문을 연 중국 증시가 소폭 하락하는 데 그쳤다. 연휴 기간에 유럽 은행 위기설,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충격파 등으로 글로벌 증시가 급락했는데도 이런 악재가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 그동안 연초 이후 시장 요동에도 침묵을 지켜온 저우샤오촨(周小川) 중국 인민은행 총재가 "투기 세력이 금융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걸 용납하지 않겠다"고 포문을 연 데다, 중국 증시에서 자금 유출 우려를 불러왔던 위안화 가치 하락 추세가 멈추고 위안화 가치 상승 추세로 방향을 바꿨기 때문이다.

중국 증시가 안정된 모습을 보이면서 이날 아시아 증시는 일제히 상승했다. 특히 일본 닛케이지수는 7% 넘게 폭등했다. 일본의 작년 4분기(10~12월) 성장률이 전분기보다 0.4% 감소하면서 추가 경기 부양에 대한 기대감이 퍼졌고, 엔저가 재연될 것이란 예상까지 더해졌다. 한국 코스피지수는 1.47% 올랐고, 홍콩 항셍지수도 3% 넘게 급등했다.

저우샤오촨, 위안화 절상 카드로 시장 불안 잠재우기

이날 상하이종합지수는 춘제 연휴 전보다 0.63% 떨어진 2746.2에 마감했다. 연휴 기간 닛케이 지수가 11%, 유럽의 유로스톡스나 우리나라의 코스피지수가 4.3% 떨어진 것과 비교하면 선방한 것이다. 이날 중국의 1월 수출(달러 기준)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11.2%나 급감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증시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다.

일주일간의 춘제 휴장 기간 중 쌓였던 악재(惡材)가 한꺼번에 반영되지 않을까 우려를 낳았던 중국 증시가 15일 비교적 선방했다. 중국 인민은행 총재의 강력한 구두 개입 덕에 상하이종합지수는 0.63% 하락하는 데 그쳤다. 지난주 폭락했던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이날 7.16% 급등했다. 한 일본인 부부가 도쿄의 한 증권사 시세판을 바라보고 있다.

중국 증시의 악재를 잠재운 것은 저우샤오촨 중국 인민은행 총재의 단호한 태도였다. 이제까지 침묵을 지키고 있던 중앙은행 총재가 전면에 나섰다는 게 시장의 관심을 끌었다. 그는 중국 경제 잡지인 차이신(財新)과 인터뷰에서 그동안 해외로 자금이 유출된다는 우려를 낳았던 위안화 가치 하락에 대해 "위안화 절하에는 근거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중국 경제가 합리적 구간에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위안화를 계속 절하할 여지는 없다"고 했다. 그는 또 작년 12월과 올해 1월 외환보유액이 대규모로 줄어든 것에 대해선 "기초여건(펀더멘털)이 문제가 없는 한 외환보유액이 늘었다 줄었다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중앙은행 총재의 발언을 뒷받침하듯 이날 외환시장에선 위안화 가치가 크게 반등했다. 중국 외환 당국은 이날 위안화 환율을 전 거래일보다 0.3% 내린 달러당 6.5118위안으로 고시했다(위안화 가치는 상승). 중국 외환 당국은 춘제 연휴 직전에도 위안화 가치를 이틀에 걸쳐 0.32% 절상시킨 바 있다. 이에 중국 외환시장에선 위안화 가치가 1.2% 뛰면서 달러당 6.49위안대에 거래됐다.

중국 증시 전망은 아직 엇갈려

일부에선 중국 증시가 바닥에 가까워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음 달 있을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국회 격)에서 GDP(국내총생산) 대비 3% 수준의 재정 적자를 편성하고 인민은행을 통한 4조~5조 위안 규모의 재정 확대책을 내놓는 등의 부양책을 쏟아낼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이승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중국 내수 경기의 리트머스 시험지인 춘절 기간 소매판매액도 작년 동기 대비 11.2% 증가한 7540억 위안(140조원)으로 양호한 편이었다"며 "단기적으로는 변동성 장세가 이어지겠지만, 중국은 다른 어떤 나라보다 정부 정책 여력이 큰 만큼 전인대를 앞두고 정책 효과를 기대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오는 26~27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는 G20(주요 20개국)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를 앞두고 '중국발(發) 금융 불안'이 의제에 오르지 않게 하기 위해 중국 정부가 총력을 다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2억명에 달하는 개미 투자자 군단이 좌지우지하는 중국 증시가 중국 정부 뜻대로 움직여줄지는 미지수다. 전우석 대신자산운용 글로벌운용본부장은 "최근 중국 현지 기관투자자들과 접촉한 바로는 정책자금의 특별 매수 지시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곤 주식을 사겠다는 주문이 거의 실종된 상태"라며 "중국 기업들이 해외에서 발행한 채권의 부실 문제,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도산 등 앞으로도 지뢰가 수없이 많기 때문에 투매(panic selling)는 언제고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G20 회의에서 글로벌 환율 안정을 위한 '신(新) 플라자 합의' 같은 특단의 공조가 나오지 않는다면 중국 금융시장 불안이 최소한 오는 6월 말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