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증시 부진과 북한발 리스크 등 대내외 악재로 12일 주식 시장은 일제히 추락했지만 현대자동차그룹의 주가는 반등했다. 원화 대비 엔화 가치가 상승, 수출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투자자들의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012330)등 현대차그룹 핵심 계열사들의 주가는 모두 전날보다 상승했다. 현대차는 전날보다 4.6% 오른 13만7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기아차는 6.4% 오른 4만6350원에, 현대모비스는 25만2000원으로 전날보다 4.8% 상승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26.3 포인트(1.4%) 내린 1835에 장을 마감했다. 코스피는 낙폭을 확대하며 장중 1818까지 떨어졌다. 코스닥 지수는 장중 8% 이상 떨어지며 600선을 내줬다. 한국거래소는 주식 매매를 일시적으로 중단하는 ‘서킷브레이커’를 4년 6개월 만에 발동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 계열사 주식은 일제히 올랐다. 엔화 강세로 일본 자동차 업체들의 가격 경쟁력이 줄어 현대차가 반사 이익을 볼 것이란 기대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안전자산인 엔화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면서 원·엔 환율 격차가 많이 벌어졌다. 미국 시장 내 현대차에 대한 가격 경쟁력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차의 주요 경쟁 업체는 도요타와 닛산 등 일본 업체들이다. 현대차그룹은 그동안 엔화 약세를 등에 업은 일본 자동차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 때문에 미국,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고전했다. 일본 업체들은 작년 엔화 약세를 무기로 최대 실적을 내며 선전했다.

이런 상황은 엔화 강세로 뒤바뀔 전망이다. 최근 글로벌 경기 침체와 금융 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자 투자자들은 안전 자산으로 분류되는 일본 국채로 몰려들고 있다.

미국 달러화에 대한 엔화 환율은 11일 2014년 10월 이후 1년 4개월 만에 112엔대로 떨어졌다. 1일 993원을 기록했던 원·엔 환율은 11일 1053원으로 상승했다.

엔화 강세가 당장 현대차 그룹의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미국 시장에서의 가격 경쟁력은 높아 졌지만, 중국 등 신흥 시장에서는 여전히 고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태봉 애널리스트는 “엔화 강세는 글로벌 경기 침체로 고전하는 현대차에게 그나마 기댈 언덕이 생겼다는 의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