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여러가지 대외 경제변수들이 세계 경제에 짙은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중국 경기둔화와 위안화 환투기 공격에 따른 중국 위기설, 마이너스 금리로 인한 유럽 은행들의 위기설, 유가 급락을 근거로 한 산유국 등 신흥국의 위기설 등 온통 ‘위기' 얘기들 뿐이다.

따지고 보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크고 작은 위기가 계속 됐다.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가 진정되는가 싶더니 2010년 유럽 재정위기가 터졌고, 2013년에는 버냉키 쇼크로 신흥국들이 금융불안을 겪었다.

이번에는 중국 차례일까.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올해 1월 중국에서 1130억달러가 순유출됐다. 22개월 연속 자본 순유출이다. 지난해 중국의 자본 순유출 규모는 4630억~6370억달러에 달한 것으로 IIF는 추정했다.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매달 1000억달러 정도씩 줄어들고 있다. 1월말 현재 3조2300억달러로 한달 사이에 995억달러 감소했다. 조지 소로스에 이어 위안화 약세에 베팅했다고 공개 선언한 헤지펀드 헤이먼캐피털의 차일 배스 매니저는 “중국의 ‘유동’ 외환보유액이 2조2000억달러로 추산되며 환율 방어력이 낮다"고 밝혔다.

지금 중국의 모습은 여러모로 아시아 외환위기 때와 비슷하다. 외국인 투자가들이 그동안 중국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투자를 지속해왔는데 이제 중국 경제는 둔화될 일만 남아 있다. 중국 국내업체들의 성장과 기술발전, 그리고 과잉설비로 인해 외국인 투자가들이 추가로 투자할 지도 미지수다.

막대한 투자가 과잉설비로 남았고 기업들의 부채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160%로 심각한 수준이다. 반면 수익성은 크게 악화됐다. 중국 국유기업의 지난해 1~11월 순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9.5% 감소했다. 중국 은행들의 부실채권 비율이 2% 미만이라고 하지만 이를 믿는 사람은 없다. 기업들의 과잉투자로 인한 과잉설비, 부채 급증, 순이익 감소, 부실채권 급증 등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 몰라도 1997년 우리나라가 외환위기를 맞기 직전 모습과 같다.

경제위기는 실물경제 위기만으로는 오지 않는다. 금융위기, 즉 유동성 위기를 통해서 온다. 그래서 중국이 자본 이동을 통제하면 위기를 막을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이는 중국이 그동안 추진해온 위안화 국제화 노력을 헛되게 만드는 것이다. 최근 위안화를 SDR(긴급인출권) 구성 통화 바스켓에 추가한 국제통화기금(IMF)을 당황케 하는 것이기도 하다.

소시에떼 제네랄(SG)은 중국의 외환보유액이 2조8000억달러까지 줄어들면 위안화에 대한 투기적 매도세가 일어나 중국 인민은행이 결국 환율을 시장에 맡기는 변동환율제를 도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중국 경제는 많은 댓가를 치러야 할 수도 있다.

상황이 이러한데 우리 정부는 너무 태평해 보인다. 우리나라 신용등급이 Aa2(무디스), AA-(S&P, 피치)로 높고 신흥국들 중에서 상대적으로 경제가 탄탄하지만 중국이 위기를 겪으면 그 파장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외국 자본이 빠져나가고 자금 경색 현상이 나타나면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할 것이다.

정부는 이달초 1분기 재정 조기집행 6조원, 정책금융 확대 15조원 등 21조원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발표했다. 뭐라도 만들어내라고 하니 숙제를 해낸 것 같기는 하다. 그러나 6조원은 나중에 쓸 것을 미리 당겨쓰는 것이다. 정책금융 확대는 정부가 뭔가 하겠다고 생색을 내고 싶을 때 내놓는 숫자놀음이다.

이런 정도의 단기부양책 따위에 신경 쓸 때가 아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외환위기 가능성이 아직은 낮다고 보지만 미국도 서브프라임 사태가 일어나기 전, 서브프라임 대출 규모가 전체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아 별 문제 없을 것이라고 했었다. 우리나라 정부도 외환위기 직전에 “한국은 경제 펀더멘탈이 튼튼하다"고 했었다. 거시건전성 3종세트가 있다고 하지만, 중국이 위기를 겪을 상황에까지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는지 정부에 묻고 싶다. 아닐 것이다.

지난달말 중국과 일본은 통화스와프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미 위기 대응 준비에 들어간 것이다. 우리나라도 한미 통화스와프, 한일 통화스와프를 다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우리나라가 통화스와프를 추진하면 ‘한국이 뭔가 불안한 게 아니냐'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하지만 위기에 대한 대응은 여유가 있을 때 하는 게 맞다.

혹여나 상황이 나빠졌을 때 그제서야 허둥지둥 하는 꼴을 또 보게 되지나 않을까 걱정된다. 2008년 한미 통화스와프를 체결하기 위해 안절부절, 여기저기 쫓아다니던 모습이 아직도 뇌리에 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