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원하는 소리는 부드럽고 따뜻하고 깊어요. 개인적으로 비올라나 첼로 소리를 좋아하거든요. 바이올린 연주를 하면서도 그렇게 따뜻한 음색을 내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하지만 바이올린이 갖고 있는 화려함과 여성적인 감수성은 그 어떤 악기도 따라올 수 없죠."

'소리' 얘기가 나오자 바이올리니스트 김수연(29)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독일 중서부의 소도시 뮌스터에서 태어나 열여섯 살 때인 2003년 레오폴트 모차르트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 3년 뒤 하노버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잇달아 우승한 김수연은 나이답지 않게 풍성하고 깊은 소리가 일품이다. "깊은 소리를 내려 할 때 손가락만 놀리는 건 아니에요. 밑바닥에서 무언가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상상을 하고, 뱃심에서 터져 나오는 소리를 함께 실어내요. 활과 몸과 성격, 그런 게 어우러져서 나만의 소리가 나오니까요."

김수연은 지난해부터 일본 음악재단 후원으로 1702년산 스트라디바리우스‘Lord Newlands’를 쓴다. 11일 오전 광화문의 카페에서 만난 그녀는“내가 추구하는 소리가 무엇인지 계속 상상하며 연습하다 보면 활 테크닉과 손가락 놀림도 그에 맞춰 바뀔 수 있다”고 했다.

다섯 살 때 처음 활을 쥔 그녀는 열두 살 때부터 스무 살 때까지 8년간 헬게 슬라토 독일 뮌스터 음대 학장에게서 바이올린을 배웠다. 이어 뮌헨 음대에서 바이올린 거장 아나 추마첸코를 사사한 그녀는 유럽에서 사랑받는 연주자다. 12일 서울시향(지휘 도밍고 힌도얀)과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하는 김수연은 "10년 전 슬라토 선생님이랑 마디마디 꼼꼼하게 익혔던 곡이라 몸에 익숙하게 남아 있다"며 "얼마 전 타계한 지휘자 쿠르트 마주어와는 열여섯 살 때 이 곡을 협연했는데, 오케스트라한테는 호통도 치면서 무서웠던 분이 내게는 할아버지처럼 친근하게 대해줘 기억이 많이 난다"고 했다.

"최근 몇 년 동안 연주할 기회가 없었어요. 오랜만에 새롭게 꺼내서 보는 곡이죠. 예전엔 선생님 말씀을 지키려고 노력했다면 이젠 혼자 고민하고 결정하면서 새롭게 되짚어보는 시간을 가졌어요. 악보도 새로 샀어요. 옛날 악보를 보면 선생님이 했던 말씀, 제가 흘려 쓴 메모가 적혀 있는데 거기서 한 발짝 벗어나고 싶었어요."

김수연은 스물두 살 때 유니버설뮤직과 전속 계약을 하고 도이치 그라모폰(DG)에서 모차르트 바이올린 소나타를 수록한 첫 번째 음반을 비롯해 바흐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 앨범을 냈다. "특히 바흐는 워낙 좋은 음악이라서 저 역시 시간이 갈수록 성숙해지고 깊어지는 부분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지금도 제가 녹음한 바흐 음반을 들어보면 '이 부분은 참 좋다, 이 부분은 정말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녀는 "5월 29일 LG아트센터에서 바흐 '여섯 개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를 하루에 전부 소화하는 연주회를 열 계획"이라며 "인간의 희로애락을 절절하게 담은 바흐의 음악을 관객들과 나누고 싶다"고 했다.▷도밍고 힌도얀의 영웅의 생애=12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1588-1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