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JY(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가 '제2의 창업 선언'을 했다."

요즘 삼성그룹 임직원 사이에서는 이런 '우스갯소리'가 나돌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이 얘기가 진담인 줄 알고 "이 부회장이 신년인사회에서 새 경영 화두를 던졌나요"라고 몇몇 임직원에게 물었습니다. 그러자 "선언 내용은 '자식 빼고 다 팔아라'이다"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JY의 아버지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1993년 프랑크푸르트에서 한 '신경영 선언'을 패러디한 농담이죠. 당시 이 회장은 "자식과 마누라 빼고 다 바꿔라"며 삼성이 세계 일류 기업이 되기 위해선 환골탈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이 부회장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마누라(화학계열사)까지 팔고, 자식(삼성전자와 금융계열사)만 빼고는 다 판다"는 게 요즘 삼성 임직원들의 자조 섞인 유머입니다.

실제로 많은 삼성 직원이 연초부터 좌불안석(坐不安席)입니다. 올해도 삼성그룹은 크고 작은 M&A(인수·합병) 작업을 계속 진행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제일기획·삼성카드·에스원 등 여러 계열사의 M&A설(說)이 내·외신 기사와 증권가 리포트 등에서 쏟아지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내에서도 카메라·프린터 사업 등 비주력 부문에 대한 매각설이 계속 제기되고 있지요.

세계 경제가 침체된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몸집을 줄이고 사업 재편 등을 통해 위기에 대응하는 것은 훌륭한 경영 활동입니다. 그러나 불확실성이 증폭되면 오히려 독(毒)이 될 수 있습니다. 통상 연초면 "올해는 더 열심히 일하겠다"고 각오를 다져야 할 젊은 임직원들이 "올 연말에도 이 회사에 다닐 수 있을까"라며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무겁습니다.

뛰어난 경영자는 위기 상황에 움츠러들기보다는 더 큰 그림을 그리고 비전을 보여주는 능력을 갖춰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내부 구성원의 신뢰라는 강력한 '무형(無形) 자산'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겁니다. 병석에 있는 이건희 회장을 대신해 삼성그룹을 사실상 이끌고 있는 JY가 경영에서 성공하는 것은 물론이고 임직원의 마음까지 얻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