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빨리 결정될지 몰랐다." “미리 예상했다."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 결정에 대해 개성 공단 입주 기업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의류 제품을 생산중인 개성공단 노동자.

◆ 상황 파악에 바쁜 입주 기업들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10일 “북한의 핵 미사일 고도화를 차단하기 위해 제재를 강화하고 있는 시점에서 개성공단 가동이 대량살상 무기 개발에 이용되는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된다. 고심 끝에 개성 공단 가동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개성공단 내 교역액이 남북 전체 교역액의 99%를 차지하고 있어 개성공단 가동 중단은 사실상 남북한 경제 교류의 단절을 의미한다.

2004년부터 시작된 개성공단은 북측 근로자 5만4702명, 남측 근로자 803명(2015년 8월 기준)이 근무하고 있다. 124개의 남측 입주 기업의 생산액은 매달 5000만달러(600억원)에 육박한다. 정부와 공공 부문에서 투자한 금액(4000억원)을 포함, 전체 투자액도 5500억원이 넘는다.

북한은 노동자 임금 등으로 연간 1억 달러 가량의 수입을 올리는 것으로 추산된다. 개성공단 가동이 중단되면 북한의 가장 확실한 외화벌이 창구가 닫히는 셈이다.

10일 정부 발표가 나자 란제리 제조업체 한 관계자는 “아무런 준비가 없었다. 상황을 파악하기에 바쁘다"고 말했다. 한 섬유기업 대표는 “개성 공단 전면 중단이 이렇게 빨리 결정날 것으로 예상 못했다”고 했다.

일부 기업들은 예견했다는 듯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전자부품 가공·조립 기업 관계자는 “뉴스 등을 통해 자세한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당분간 상황을 지켜볼 계획”이라고 했다.

또 다른 전자 부품 회사 관계자는 “중요한 문제이기는 하지만 뾰족한 대처 방법이 없다. 정부 차원에서 입주 기업들의 피해를 최소화 해주기 바란다"고 했다.

◆ 남북 관계 경색 때마다 가동 논란

개성공단은 2004년 6월 시범단지 준공식을 시작으로 2004년 12월 첫 제품을 생산했다. 2010년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 사건 등 남북 긴장 상태에서도 가동이 중단된 적이 없다.

하지만 2013년 4월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 집권 이후 한·미 연합 군사 훈련에 반발, 166일 동안 개성 공단 통행이 일시적으로 제한됐다. 당시 7명의 현지 기업인이 억류됐다. 이후 남북 관계가 경색될 때마다 가동 중단 논란이 일었다.

개성공단에 입주한 기업은 124개로, 개성공단 개발 주체인 현대아산을 비롯해 로만손, 태광산업(003240), 쿠쿠전자, 신원(009270)등이 있다. 한 관계자는 “잠정 폐쇄 경험도 있어서 마음 놓을 수 만은 없는 상황이다. 돌발상황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만큼 기업에게는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개성공단 주요 일지.

◆ 현대아산 당혹 속 “다시 시작되길 간절히 바란다"

현대아산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개성공단 전면 중단 소식이 전해진 10일 오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하루 빨리 어려운 상황이 해결돼 개성공단이 다시 시작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밝혔다.

현대아산은 작년 남북 정부가 8·25 합의를 하는 등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고 이산가족 상봉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자 대북 사업이 재개될 것이란 기대를 가졌다. 현정은 회장은 지난 1월 4일 “남북경협의 선구자로서 임직원들은 한반도 평화와 민족의 공동 번영에 기여한다는 소임을 이어가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으로 당분간 대북 경협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분위기다. 대북 경협 중단으로 인한 피해금액이 2조원에 달한다는 추산도 있다.

현대아산이 주도하는 금강산·개성관광 사업, 개성공단 개발 사업 등 주요 남북경협사업은 2008년 박왕자씨 피살사건 이후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는 등 대부분이 중단된 상태다. 현대아산의 대북사업은 개성공단 면세사업이 전부다.

현대 아산 직원들이 자료를 보며 회사 안을 지나가고 있다.

개성공업지구 총괄 개발업자로 공장구역 495만8000㎡(150만평)과 생활·상업·관광구역 330만5000㎡·100만평)을 개발할 계획이었으나 대부분 중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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