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중국 주식시장의 연이은 하락으로 중국발 리스크에 대한 파장이 만만치 않다. 그러나 정작 중국에서는 중국 경제의 실질적인 저력이 발휘될 것이라는 긍정적 시각이 힘을 얻고 있다. 이런 시각은 베이징과 상하이 등의 대학가에서 시작하는 젊은 스타트업 기업가들의 도전 정신이 중국의 새로운 저력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3월 전국인민대표회의에서 리커창 총리가 창업을 통한 혁신을 경제발전의 엔진으로 삼겠다는 뜻으로 “대중창업, 만중혁신(大衆創業, 萬衆革新)”을 주창했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법인기업을 기준으로 지난해 하루 평균 1만1000개의 기업이 탄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상황을 살펴보면, 중소기업청 신설법인 동향발표(KOSIS)를 시작한 2008년에 1일 평균 139개였던 신설법인이 2015년에는 255개로 1.8배 늘어났다. 창업 법인을 기준으로 볼 때 한국은 신생기업들이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중국의 50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

신생 기업의 수가 많을수록 세계를 놀라게 할 기업이 탄생할 확률은 높아질 수 있다. 그렇지만 창업하는 기업의 숫자가 많고 적음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창업 후 지속가능한 기업이 얼마나 많이 존재하는가가 더 중요하다.

스타트업 기업들의 기본 성공 요건 중 하나가 ‘라면 수익률(Ramen Profitability)’, 즉 스타트업이 집세를 내고 라면으로 끼니를 때울 수 있을 정도의 최소한의 수익률을 내는 것이다. 이 기준을 넘지 못해 곧바로 폐업하는 기업들이 많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창업 이후 존속하는 기업이 많은 사회는 미래가 밝을 수 있지만 폐업 또는 청산하는 기업이 많은 사회는 이들이 재도전할 수 있도록 사회안전망 확충에 보다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일단 사업을 시작한 기업가는 예측 가능한 위험 뿐만 아니라 전혀 예상하지 못한 위험에도 쉽게 노출된다. 2008년에 창업해, 현재 세계적인 공유 숙박 서비스가 된 에어비앤비(Airbnb)도 사업 초기에는 일주일 수입이 200달러에 불과했다.

어려움이 계속되었지만 에어비앤비는 허리띠를 졸라매고 끈질기게 버텼고, 설립 후 2년이 다된 2010년이 돼서야 라면 수익률에 도달했다. 그 후 5년이 지난 지금 에어비앤비는 200억 달러가 넘는 기업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에어비앤비가 일주일에 200달러에 불과한 수입으로 설립 초기 2년을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은 창의적인 도전정신과 기업가정신을 잃지 않은 끈질김에 있다.

2002년 피터 드러커는 자신의 저서 ‘넥스트 소사이어티’에서 기업가정신이 가장 높은 나라로 한국을 꼽았다. 식민지와 6·25전쟁을 겪은 한국이 최고의 기업을 길러낼 수 있었던 것도 기업과 개인이 바꿔보자는 기업가정신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봤다.

하지만 현재의 한국에서는 안타깝게도 세계 경제의 복잡성이 증가하고 불확실성이 난무하는 경영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기업가정신을 잃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미래를 짊어질 청년 창업의 주역인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한국무역협회가 지난해 12월에 발표한 한·중·일 청년창업에 대한 조사결과를 보면, 국내 대학(원)생의 창업 선호도는 6.1%로 일본의 3.8%보다 높았지만 중국의 40.8%에 비해 매우 낮았다.

중국에서는 알리바바, 샤오미를 비롯한 IT 창업기업의 약진, 국가 차원의 지지에 힘입어 청년들의 창업 선호도가 높다. 반면 한국에서는 안정적 직장 선호와 경쟁력 있는 창업생태계 구축 미흡 등으로 창업 활기가 저조한 것으로 한국무역협회는 분석했다.

한국에서 창업 선호도가 낮은 이유를 창업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크기 때문이라고 답한 대학(원)생들이 많았다. 위험을 감수하고 포착한 기회를 사업화하려는 모험과 도전정신을 기업가정신이라고 정의한 드러커가 지금 한국의 모습을 보면 실망이 컸을 것이다.

다행인 부분은 급변하는 글로벌 경제환경 속에서 저성장, 저소비로 대변되는 한국 경제에 대한 위기의식이 커지면서 기업 안팎으로 위축된 기업가정신을 재무장시키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선언만으로는 크게 위축된 기업가정신을 회복시키는데 역부족이다. 창업 초기의 기본으로 돌아간다는 각오와 강한 실행의지가 없다면 불가능하다.

폐허가 된 우리 땅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과감히 창업에 뛰어들어 현재의 글로벌 기업으로 만든 산업화 시대의 기업가정신의 핵심은 끊임없는 도전정신, 근면성과 성실성이었다. 여기에 인터넷과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지식과 정보의 활용이 중요해진 지식경제시대에 필요한 집단지성과 혁신성을 더하여 한국 고유의 기업가정신으로 거듭나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또한 미래의 경제 주역이 될 청소년부터 보다 창조적이고 의미 있는 삶에 도전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기업가정신 교육이 필요하다. 마침 정부도 단계적으로 초·중·고등학교에 기업가정신 교육을 정규과목으로 도입할 계획이라고 하니 미래 한국 경제의 희망찬 비상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