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록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

연초부터 중국 주식 시장이 널뛰기 장세를 보이고 있다. 위안화 가치도 역외시장을 중심으로 급격히 떨어졌다. 중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이 다시 거론되고 있다.

중국 경제의 두 난제는 과잉 생산력과 과다한 외환 보유액이다. 이번 금융시장 불안도 두 난제를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다. 아시아 인프라 투자은행(AIIB) 출범과 신(新)실크로드 프로젝트 주창은 과잉 생산력 해소와 연결돼 있다. 위안화 국제화는 과다한 보유 외환을 해소할 방법의 하나다.

중국 주식시장은 새로운 정책 도입에 따라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투기성이 강한 시장이다. 미국이나 한국 주식시장은 경기를 그대로 반영하지만, 중국 주식시장은 기껏해야 경기를 20% 정도만 반영한다는 이야기는 설득력이 있다.

중국 주식시장의 움직임은 국유기업 개혁과 상당히 맞물려 있다. 시가총액 상위권 기업은 거의 국유기업이다. 중국의 국유기업은 과잉 생산력·비효율의 주범이다. 중국 정부는 과거 수차례 국유기업 개혁에 나섰으나, 그때마다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사회주의 세력, 국유기업 책임자의 높은 직급(최고 장관급), 국유기업 개혁으로 초래될 대량 실업 등이 큰 걸림돌이었다. 그러나 시진핑 정부가 경제정책 방향을 양적 성장에서 질적 발전으로 확실히 잡으면서, 더 이상 국유기업을 방치할 수 없게 됐다. 중국 정부가 경제 강국으로 가기 위해 뼈를 깎는 구조조정에 나섰다고 봐야 한다.

국유기업, 국유기업과 관련된 기업들의 주가 폭락은 피할 수 없다. 연초 중국 주식시장 폭락의 원인으로 경제정책 실패 등이 거론되지만, 근본적 원인은 국유기업 개혁에서 찾아야 한다.

외환시장 불안은 일시적으로 외환 유동성이 부족했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었다고 본다. 물론 일부 투기 세력도 개입했다. 최적 외환 보유액은 일정하지 않다. 위안화가 기축통화가 된다면 외환 보유액 개념은 희박해질 것이다.

작년 말 기준 중국의 경제 규모는 10조8000억달러이고, 보유 외환은 3조3000억달러다. 경제 규모에 비해 외환 보유액이 아직 많은 편이다. 문제는 외환 보유액 감소 폭과 속도다. 중국은 무역만으로도 연간 3000억달러 이상 새로 외환이 쌓인다. 그 결과 위안화 평가절상이 몇 년째 이어졌다. 중국 정부의 재정 부담도 만만치 않았고, 달러 가치 폭락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중국 정부는 국부펀드나 국유업체를 통한 실물 투자 권장, 해외여행 자율화를 통한 1인당 연간 5만달러 해외 소비 허용, 그리고 위안화 국제화 등으로 대응했다.

최근 중국 가전업체 하이얼(海爾)이 제너럴일렉트릭(GE) 가전 부문을 인수했고, 중국화공(中國化工)그룹은 세계 최대 종자 업체인 스위스의 신젠타(Syngenta)를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중국 자본이 전 세계 인수·합병(M&A)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중국의 해외 실물 투자 규모가 1000억달러를 넘었다. 안방(安邦)보험의 동양생명 인수 등 금융 부문까지 합치게 된다면 해외 투자 규모는 훨씬 늘어난다.

중국 관광객들의 씀씀이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중국인 출국 횟수는 1억2000만건 정도로 추정된다. 일일생활권인 홍콩, 마카오로 출입한 것을 8000만~9000만건으로 본다면 최대 3000만~4000만건이 해외 순(純)출국으로 집계된다. 이 중 1000만명이 최대한도인 5만달러를 소진했다고 가정한다면 5000억달러를 썼다는 계산이 나온다. 해외 가족 관광이나 단체 관광을 통해서 부동산 투자를 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중국에서 부분적인 자본 이탈이 일어난 것은 사실일 것이다. 그러나 이 현상은 중국 정부 정책의 한 축이었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위안화 가치 절하는 일시적 외환 유동성 부족이었을 것이라는 추정도 가능하다.

중국 금융시장 불안은 중국 경제의 중요성을 다시 인식시켜 주고 있다. 중국의 연간 경제성장률이 7% 아래로 내려왔다고 야단법석이다. 하지만 세계 경제에서 중국 경제의 비중은 14%나 된다. 중국은 여전히 전 세계 경제성장의 견인차다. 세계 경제성장률 2.5% 가운데 중국 경제의 몫은 0.98%나 된다. 세계 경제성장 동력의 3분의 1 가량이 중국에서 온 것이다.

중국에 관한 우려는 지나친 측면이 있다. 선진국들은 중국에 직·간접적으로 아직도 많은 물건을 팔고 있다.

중국 자본이 적극적으로 M&A에 나서면서, 선진국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가능한 측면도 있다.

중국은 한국 기술 기업 매입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한·중 FTA가 발효되면서, 중국에 필요한 한국 기업을 매입하는 것은 더 쉬워졌다. 중국은 사회간접자본 확충, 주거 환경 개선을 통해 적어도 앞으로 10년간 연간 3~4% 정도 성장률을 유지할 수 있는 여지가 남아 있다. 금융시장 불안을 이유로 중국 경제의 경착륙을 논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