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람들은 부동산을 소유하려는 의지가 큰 편입니다. 최근에 조금 바뀌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일반인들은 일생의 목표가 내 집 마련입니다. 상가 시장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이런 소유의식은 특히 소규모 상권을 활성화하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황점상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코리아 대표가 서울 중구 태평로1가 사옥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황점상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코리아 대표(47)는 22년째 리테일(소매)과 오피스 등 상업·업무시설 임대차 컨설팅 업무에 ‘올인’하는 전문가다. 그는 한양대 도시공학과를 졸업하고 1994년 컨설팅업체 STD컨설팅에 입사해 동대문 패션 쇼핑몰 ‘뉴존’ 마케팅·분양 컨설팅을 업무를 했다. 이후 LG백화점 기획개발팀을 거쳐 지금은 전 세계 60개국, 259개 지사를 두고 있는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 업체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의 한국지사 대표를 맡고 있다.

서울 중구 태평로1가에 있는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코리아 사옥에서 만난 황 대표는 신뢰감을 주는 낮고 굵은 목소리로 국내 리테일 임대차와 오피스 시장 현황과 전망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 “강한 부동산 소유의식이 상권 활성화에 걸림돌”

황점상 대표는 한국 부동산 시장의 강한 ‘소유의식’이 상권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상가 전체 면적을 분할해 개별 분양하는 분양 방식이 이를 반영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상가 공급 방식인데, 상업시설의 특성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황 대표는 “리테일은 임차한 브랜드나 업종이 서로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야 하는데 소유구조가 다르면 조정이 어렵다”면서 “소유주가 다른 데다 임차인과의 계약기간도 제각각이라 상권 활성화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특히 이런 조건이 서울 신촌이나 이화여대 상권 등 소규모 매장이 밀집한 상권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봤다. 최근 에이치앤앰(H&M), 자라 등 리테일 브랜드가 대형 매장을 한 번에 빌려 입점하는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여파는 더 크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황 대표는 “신촌이나 이대 상권은 대형 상가건물보다 작은 보세 상점이 많고, 개별 상가마다 소유관계도 불분명해 매장을 몇 개씩 묶어 한 번에 입점을 원하는 브랜드를 적시에 받아들이지 못했다”면서 “반면 강남역이나 압구정, 명동 등에는 건물이나 층 전체가 한 사람에게 속한 건물이 많아 대규모 입점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상업시설도 ‘소유’에서 ‘임대’로 재편되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건설사나 시행사가 초기 몇 년간 상가를 직영으로 운영한 뒤 분양하는 선임대·후분양 방식을 채택하거나, 건설사가 전문업체와 협력해 전체 상가를 직접 운영하는 직영임대가 늘어나고 있다.

◆ “리테일·오피스 공존 일반화될 것…문화 담은 체험형 업종 유망”

황 대표는 오피스와 리테일 시설이 한 건물에서 공존하는 ‘한집 살이’가 일반적인 현상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불 꺼진 오피스’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빈 공간을 활용하기 위해 건물주가 상업시설 유치에 관심을 가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실제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전국 오피스 공실률은 12.6%를 기록했다. 이 시기 서울 오피스 공실률도 10.1%에 달했다. 불과 3년 전보다 각각 3%포인트가 높아졌다.

황 대표는 “저성장 시대를 맞이해 기업들도 비용을 줄이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흩어졌던 사무실을 통합하고 있고, (공공기관 이전 등으로 인해) 정부 차원에서도 오피스 이동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공실률은 당분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오피스를 보유한 건물주는 공간을 활용하고 수익을 얻기 위해 상업시설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점상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코리아 대표.

그는 오피스와 리테일이 공존하는 대표 사례로 일본 도쿄의 랜드마크 빌딩인 신마루노우치를 들었다. 이 건물은 지상 38층 높이의 최고급(프라임급) 오피스로, 지상 7층까지는 각종 상업시설이 입점해 있고 그 위는 업무시설이 들어서 있다. 올해 1월 개장한 광화문 D타워도 비슷한 예다. 이 오피스 역시 지상 5층까지는 판매시설로 활용되고 있다.

현재 식음료·외식(F&B) 업종이 주가 되는 리테일 부문에선 문화콘텐츠를 담은 체험형 업종이 유망할 것이라고 황 대표는 전망했다. 그는 “네이버 라인의 캐릭터숍인 ‘라인프렌즈’가 온라인 공간을 벗어나 오프라인 매장을 열어 체험을 제공하면서 일반 소비자뿐 아니라 해외 관광객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면서 “먹고 마시는 것에서 더 나아가 독서와 유흥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심야서점’, 밥을 먹으면서 미술작품 감상이 가능한 ‘갤러리 식당’ 등 체험형 업종이 앞으로 유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 “오피스는 검증된 곳에 투자하고, 상가는 외부 노출·유동인구 관건”

그렇다면 황 대표가 꼽은 유망 투자처는 어디일까. 그는 오피스와 리테일은 구분해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피스의 경우 밀접한 관련이 있는 업체나 기업끼리 모이려는 속성이 있다. 이 때문에 이미 다수의 오피스가 자리를 잡은 곳에 투자해 안정적으로 수익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고 황 대표는 조언했다.

그는 “가산디지털단지나 판교테크노밸리와 같이 정부가 주도적으로 개발한 곳을 제외하면, 오피스 시장은 ‘군집화’ 특성이 있기 때문에 단독으로 오피스가 들어서면 임차할 업체를 찾기가 쉽지 않다”면서 최근까지 고전하고 있는 인천 송도국제도시의 오피스 시장을 예로 들었다. 부동산자산관리업체 한화63시티에 따르면 송도국제도시의 오피스 공실률은 지난해 1분기 기준 약 48%에 이른다.

그는 “오피스는 ‘싸게 사서 나중에 비싸게 판다’와 같은 가치투자로 접근하기 보다, 이미 안정적으로 수익이 나고 있는 주요 권역을 골라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상가는 오피스와 달리 같은 건물이라도 주변 환경과 층, 배치에 따라 임대료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상가 위치와 환경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황 대표는 특히 외부에서 쉽게 눈에 띄고, 유동인구가 일정해 주간과 야간 영업이 모두 가능한 곳에 있는 상가가 투자에 적합하다고 조언했다.

황 대표는 “예를 들어 외부에선 몇몇 점포만 눈에 띄고 내부에 들어서야 점포가 많이 보이는 상가시설은 소비자들을 안쪽으로 끌어들일 만한 장점이 있어야 하는데, 선분양 시스템에선 ‘복불복’이나 마찬가지다”라면서 “건물 전면부에 있어 지나다니는 사람 누구에게나 눈에 띌 수 있는 점포가 가격대가 비싸더라도 좋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판교와 같이 주변에 주거지역과 업무시설이 함께 있어 낮에는 전업주부나 학생들이 다니고, 밤에는 직장인들이 활동해 임차인들이 어떤 시간대든 영업을 할 수 있는 상가시설이 투자하기 좋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