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카바이러스 감염증이 급속도로 퍼지자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백신 개발에 나서고 있다. 사노피가 제약회사 중에서 가장 먼저 백신 개발을 시작했고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화이자, MSD 등도 백신 후보물질을 탐색하고 있다.

이들 제약회사는 지난해 5월 브라질에서 지카바이러스 감염증이 유행하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백신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감염 증상이 발열, 발진, 근육통 등으로 경미하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임신부가 소두증(小頭症) 신생아를 출산하는 등 심각한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백신 개발 쪽으로 입장을 바꾸고 있다.

브라질에서 지카바이러스에 감염된 산모가 소두증 신생아를 출산했다. 브라질에서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까지 태어난 소두증 의심 신생아는 4000여명이다.

◆사노피, 지카바이러스 백신 개발 시작

4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사노피 백신 사업부 ‘사노피 파스퇴르’는 지카바이러스 감염증 예방을 위해 백신 연구개발(R&D)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사노피는 지난해 뎅기열 백신 ‘뎅그박시아’ 개발에 성공했다. 사노피는 뎅기열 백신 개발 경험을 지카바이러스 백신에 적용하기로 했다. 뎅기열과 지카바이러스는 모기를 매개로 전파되는 공통점이 있다.

존 샤이버 사노피 파스퇴르 R&D 본부장은 "지카바이러스는 뎅기열과 동일한 모기종 바이러스인 ‘플라비 바이러스(Flavivirus)’ 때문에 확산된다”라며 “뎅기열 백신 개발에 20년이 걸렸지만 지카바이러스 백신은 개발 시간을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니콜라스 잭슨 사노피 파스퇴르 연구원은 “지카바이러스 감염은 소두증을 포함한 심각한 신경계통 합병증을 동반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바이러스와 합병증의 관계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백신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GSK·화이자·MSD 등도 백신 후보물질 탐색

다케다제약 연구원이 지카바이러스 감염증 백신 후보물질을 연구하고 있다.

사노피 다음으로 백신 개발에 적극적인 곳은 GSK다. GSK는 모기 매개 감염병인 말라리아 백신을 개발하고 있으며 지카바이러스 백신도 연구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은 “GSK는 사노피와 함께 백신사업에 강점을 가진 회사”라며 “이 회사는 미국 이노비브 제약 등 바이오기업들과 연계해 지카바이러스 백신 후보물질을 탐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화이자와 존슨앤드존슨(얀센)은 지카바이러스 백신 개발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으며 MSD(머크)는 공중보건 전문가들과 백신 기술을 검토하고 있다. 다케다는 8명으로 이뤄진 별도의 백신 연구팀을 만들었다.

이들 제약회사는 지난 1일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카바이러스와 관련해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언한 이후 백신 개발에 더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지카바이러스가 세계로 확산되자 제약회사들이 이 바이러스 백신이 ‘블록버스터’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소두증 위험·WHO 지원 등 ‘블록버스터’ 가능성

제약회사들은 특히 지카바이러스에 감염된 임신부가 소두증 신생아를 출산할 위험이 있어 백신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임신부는 태아에 미치는 부작용을 고려해 가급적 약을 먹으면 안되기 때문에 치료제보다 백신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WHO와 미국 정부, 브라질 정부 등이 백신 개발 지원을 발표한 것도 제약업계의 백신 개발 결정에 영향을 주고 있다. 마가렛 찬 WHO 사무총장은 “지카바이러스 매개 모기의 지리적 분포를 고려할 때 국제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며 “국제 공조를 통한 백신 개발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150만명 이상의 지카바이러스 감염증 환자가 발생한 브라질 정부는 최소 3~5년 이내 백신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백신 개발에 최소 10~15년이 소요되는 것이 최대 걸림돌로 지적된다.
GSK 관계자는 "지카바이러스 확산 속도에 비해 백신 개발이 더딜 수밖에 없다"며 "다만 이번 바이러스 확산은 제약회사들이 모기 매개 감염병에 대한 R&D 투자를 늘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