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민턴 남자 복식 이용대(28)는 파트너 유연성(30)에게 늘 미안하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남자 복식 세계 랭킹 1위인 그도 경기에서 질 때가 있지만 그때마다 비난의 화살은 자신이 아니라 유연성에게 쏟아진다. "제가 몸 상태가 안 좋거나 실수를 해서 지기도 하는데 그때마다 팬들이 유연성 형 탓을 하니 마음이 편하지 않죠."

유연성은 두 살 어린 스타 후배와 함께 복식조로 있지만 기꺼이 '이용대의 남자'를 자청한다. "팬들이 선수를 평가하는 시선은 정확해요. 그걸 인정해야 제가 더 발전할 수 있죠. 파트너인 용대가 잘나가면 저도 덩달아 잘되는 거니 좋죠." 2년 넘게 호흡을 맞춰온 둘은 "우리는 코트의 부부 사이"라고 했다.

리우올림픽을 앞두고 본격적인 훈련에 돌입한 이용대(왼쪽)와 유연성이 라켓을 들고 힘차게 뛰어올랐다. 이용대는“올해가 마지막 올림픽이라는 각오로 철저하게 준비해 금메달을 따내겠다”고 말했다.

지난 시즌 최다승을 기록하고 연말엔 말레이시아에서 '배드민턴 한류'를 일으킨 이용대·유연성을 4일 오전 태릉선수촌 오륜관에서 만났다. 둘은 지난해 아시아선수권, 호주오픈, 일본오픈, 태국그랑프리골드 등 8개 세계 대회에서 우승하며 최정상의 기량을 선보였다. 유연성은 "여러번 우승을 하면서 자신감을 얻었고 경기 운영도 점차 좋아졌다"며 "이 기세를 살린다면 리우올림픽에서도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 이용대는 "이번이 마지막 올림픽이라는 각오로 뛰겠다"고 했다.

두 선수는 시즌이 끝난 지난 12월 말레이시아 퍼플리그에 진출해 현지 팬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배드민턴이 국민 스포츠인 말레이시아에서 인기 만점인 한국 선수들을 특별히 초청했다. 이용대가 등장한 경기에는 말레이시아 소녀 팬들이 몰려들었고, 팬클럽도 생겼다. 이용대는 "관중이 꽉 들어차고 경기도 생중계가 되니 더 긴장되고 짜릿했다"고 말했다.

2008 베이징올림픽 남녀혼합복식 금메달리스트인 이용대는 윙크 세리머니로 일약 스타가 됐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출연 요청이 쇄도했고 여성 연예인과 스캔들도 터졌다. 일각에선 그가 '스타병'에 빠질까 염려하기도 했다.

이용대는 "2014년 자격정지를 당하면서 철이 들었다"고 했다. "대회는 물론이고 훈련까지 못 나가게 되니 제가 지키고 싶은 게 뭔지 알겠더라고요." 당시 이용대는 도핑검사를 회피했다는 이유로 자격정지 1년 처분을 받았지만 고의가 아니었기에 3개월 만에 징계가 취소됐다.

유연성은 석 달간 묵묵히 훈련하며 파트너가 돌아오길 기다렸다. 유연성은 "용대가 복귀하면 바로 출전할 수 있게 몸을 만들어두자는 생각뿐이었다"고 말했다. 이용대가 복귀한 직후 출전한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둘은 은메달을 땄다.

이용대와 유연성이 같은 복식조가 된 건 감독과 코치가 결정한 '중매'였지만 오래 연애를 한 것처럼 서로를 잘 알고 있다. "용대는 자기가 해야 할 일은 어떻게든 끝내고 즐기는 진정한 고수예요."(유연성) "형은 자기관리가 철저하죠. 후배들도 챙길 줄 아는 속 깊은 사람이고요."(이용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