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을 넘느냐, 업종 간의 벽을 넘느냐. 한국의 인터넷 업계를 대표하는 네이버카카오가 비즈니스를 확장하는 과정에서 확연히 다른 색깔을 드러내고 있다. 네이버가 해외 사업의 비중을 높여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려는 '지리적 확장'을 택했다면, 카카오는 포털·메신저 기업이라는 틀을 깨고 금융과 유통, 서비스 등 '업종 간 확장'을 택했다. 기존의 한계를 넘어서야 한다는 상황은 같지만 그 해결책인 '성장 전략'은 완전히 다른 셈이다.

해외로 무게중심 옮기는 네이버

네이버는 지난 1일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고 있던 황인준 부사장을 자회사인 일본 라인주식회사의 CFO로 전격 발령 냈다. 황 부사장은 삼성그룹과 금융권을 거친 재무·금융 전문가다. 2008년 네이버로 영입돼 라인 CFO까지 겸직해 왔으나, 이번에 라인을 전담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네이버 출신의 업계 관계자는 "창업자인 이해진 이사회 의장의 '복심(腹心·최측근)'으로 불리는 황 부사장이 라인을 전담하는 것은 앞으로 (라인을 정점으로 한) 해외 사업이 네이버의 주력이란 의미"라고 전했다. 이해진 의장은 이미 수년 전부터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모바일 메신저 '라인' 개발과 글로벌 비즈니스를 진두지휘해왔다.

네이버의 해외 매출은 매년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1조739억원을 해외에서 벌어들여, 전체 매출에서 차지한 비중이 3분의 1을 넘었다. 매출 증가세도 훨씬 빠르다. 지난 5년 새 국내 매출은 1.2배로 증가했지만 해외 매출은 2.3배로 급증했다.

핵심은 라인 메신저다. 월평균 이용자 수가 2억1500만명으로 미국 왓츠앱(9억명)과 중국 위챗(5억명)의 뒤를 잇는 '글로벌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 일본과 태국·대만·인도네시아에선 1위 사업자다.

황 부사장은 앞으로 일본에 주로 머물며 네이버의 해외 사업을 챙길 예정이다. 라인의 일본 증시 상장 작업에도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금융권에선 라인의 기업 가치가 2조5000억엔(25조원) 이상으로 네이버의 시가총액(20조원)을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업종불문, 무한확장하는 카카오

카카오는 네이버와 다른 길을 가고 있다. 대표 서비스인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서비스·유통·금융 등 다른 전통 산업을 결합하는 전략을 펼친다. "모바일을 통해 이용자가 원하는 모든 것을, 언제든 제공한다"는 이른바 '온디맨드(on demand) 비즈니스'다.

택시 호출 서비스 '카카오 택시', 간편 결제 '카카오 페이', 농산물 유통 '카카오 파머' 등이 대표적이다. 올해는 대리기사 호출 서비스 '카카오 드라이브'와 미용실 예약 서비스 '카카오 헤어샵', 인터넷 은행 '카카오 뱅크'도 선보인다.

임지훈 카카오 대표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형태의 온라인과 오프라인 연계 서비스(O2O)를 선보이겠다"고 말할 만큼 카카오의 업종 간 벽 허물기는 거침이 없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도 "다양한 분야에서 100명의 벤처 최고경영자(CEO)를 육성하겠다"고 밝혔을 정도로 사업 아이디어가 풍부한 인물이다.

전문가들은 "커뮤니케이션에 결제 기능까지 더해진 카카오톡은 사실상 어떤 업종으로도 확장이 가능한 비즈니즈 플랫폼(기반 서비스)"이라며 "카카오톡의 국내 시장 점유율(90%대)을 감안하면 기존 통신사나 금융회사를 뛰어넘는 시장 지배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분석한다.

카카오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와 인수·합병(M&A)도 공격적으로 벌이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 5년간 4000억원 이상을 투자해 30여개 기업을 인수·합병했다. 이와 별도로 최근엔 1조8700억원을 들여 음악 서비스 '멜론'을 전격 인수했다.

서로 다른 성장의 기회

두 회사의 전략 차이는 기본적으로 양사가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다. 네이버는 국내 검색 시장에서 70%가 넘는 점유율 때문에 지속적인 비판과 규제의 대상이 돼왔다. 부동산 정보와 쇼핑 등 진출하는 분야마다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일었다. 결국 2013년 부동산과 맛집정보 소개, 쿠폰 등 10여개 서비스를 접기도 했다. 네이버 고위 관계자는 "이를테면 키가 너무 커서 천장에 닿은 셈"이라며 "글로벌로 나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면 카카오는 국내 검색 시장 점유율이 10%대 초반으로 구글(15% 내외)보다도 낮다. 메신저 시장에서의 독점적 지위에 대한 비판도 적은 편이다. 네이버와 달리 여전히 국내 시장에서 성장할 여지가 있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도 해외 진출을 시도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며 "최근 인수한 멜론을 무기로 글로벌 공략에 다시 나서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