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서울 명동의 은행회관 2층. 이동통신 업계 1위인 SK텔레콤이 케이블TV 업계 1위 CJ헬로비전을 인수하기로 한 계약과 관련해 미래창조과학부가 전문가의 의견을 듣는 첫 공개 토론회가 열렸다. 120여석의 관중석은 꽉 찼고 뒤편엔 30~40명이 서서 메모하는 모습이 보였다. 미래부는 이날 행사 직전까지 토론자 16명의 명단을 공개하지 않을 정도로 보안에 신경을 썼다.

이동통신 2~3위인 KTLG유플러스는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가져가도록 정부가 승인하면 통신·방송 시장 전체가 SK그룹의 손에 넘어갈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반면 SK텔레콤은 "글로벌 무한 경쟁 시대에 미디어 산업을 키우기 위한 투자인데, 근거 없는 비방이 난무하고 있다"고 반박한다.

유료 방송 업계의 운명 가를 핫이슈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가져가려면 정부의 승인이 필요하다. 통신과 방송 사업은 모두 정부의 인허가를 받아야만 영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부가 '인수 불허'를 내리면 SK와 CJ의 인수 계약은 없던 일로 된다.

미래부는 이날 공청회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심사에 들어갔다. 이르면 다음 달 결론이 날 수도 있으나 사안이 중대하다고 판단할 경우 심사에 몇 달이 더 걸릴 가능성도 적지 않다.

SK텔레콤은 작년 10월 CJ헬로비전 지분을 1조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맺었다. 이동통신에선 단연 1위인 SK텔레콤이지만 유료 방송에선 약자였다.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의 인터넷TV(IPTV) 가입자는 330만명으로 1위인 KT(843만)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SK텔레콤은 인수가 확정되면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을 합병해 미디어 사업을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이 경우 유료 방송 시장에서 746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하며 단번에 2위로 올라선다. 국내 유료 방송 시장도 SK와 KT의 2강 구도 속에 나머지 100만~300만명의 가입자들을 지닌 군소 업체로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KT와 LG유플러스는 이 상황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SK텔레콤이 강력한 무기인 휴대전화 서비스를 바탕으로 유료 방송, 초고속 인터넷, 유선전화 등을 하나로 묶어서 싸게 파는 '결합 상품' 서비스를 내놓을 경우 지금보다 점유율을 더 끌어올릴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LG유플러스의 권영수 부회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SK텔레콤이 땅 짚고 헤엄치는 영업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자칫 우리나라 통신·방송 시장을 SK그룹이 장악할 수도 있다는 주장이었다.

치열한 찬반 논란…초조한 SK텔레콤

이날 토론회는 찬반 목소리가 팽팽했다. 김종민 국민대 교수는 "CJ 헬로비전의 416만 가입자가 SK텔레콤의 이동통신까지 쓰도록 만들겠다는 게 인수 목적"이라며 "심각한 경쟁 제한(불공정 경쟁)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신일순 인하대 교수도 "결국 통신과 유료 방송의 요금이 올라갈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고 인수 허가에 반대했다. SK가 초반에 싼 요금으로 점유율을 끌어올린 뒤 나중에 요금을 올리면 그때는 경쟁자들이 약해져 SK를 견제하기 어렵게 된다는 논리다.

하지만 국내 통신·미디어 시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인수·합병을 통해서라도 미디어 산업에 변화를 가져오고, 규모를 키우려는 시도를 막아서는 곤란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성환 아주대 교수는 "요금이 오를 우려가 있다면 정부가 인수·합병을 승인할 때 그것을 막는 조건을 달면 그만"이라고 말했다. 권남훈 건국대 교수는 "인수를 허용해도 유료 방송 시장에서 1위는 여전히 KT"라며 "우려하는 상황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선 SK그룹이 케이블TV 인수로 선거 방송이 가능한 지역 채널을 다수 확보하는 문제도 거론됐다. SK그룹이 이를 통해 대(對)국회 로비력을 높이려는 심산이며, 이것이 방송의 공정성을 해친다는 것이다.

SK텔레콤은 답답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SK텔레콤의 장동현 사장은 "벌써 미국의 넷플릭스가 국내에서 서비스를 시작하는 등 우리 안마당으로 글로벌 기업들이 뛰어들어와 경쟁이 벌어지는데, 우린 몇년째 고착화 상태"라며 "골든 타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