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아 소두증(小頭症) 등을 일으키는 지카바이러스(Zika Virus)가 세계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카바이러스는 ‘이집트숲모기’를 매개로 발생하며 지난해 5월부터 지난달까지 브라질에서만 150만명 이상이 이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질병관리본부는 국내의 계절이 겨울철이기 때문에 모기를 통한 바이러스 유입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바이러스의 매개체가 될 수 있는 ‘흰줄숲모기’가 국내에 서식하고 있어 여름이 오기 전에 모기 방제대책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카바이러스 매개 모기 국내 서식…분포·특성 파악 시급

3일 대한감염병학회에 따르면 지카바이러스의 매개인 이집트숲모기는 국내에 서식하지 않지만, 또다른 매개인 흰줄숲모기(사진)는 제주도 등에서 서식하고 있다. 밀도 외에 정확한 서식 지역과 분포 환경 등은 조사되지 않았다. 지난해 이뤄진 표본조사에서 흰줄숲모기의 밀도는 전체의 3.4%(483개체)였다.

전문가들은 우선 흰줄숲모기의 서식지와 특성, 방제 방법 등을 파악해야 한다고 정부에 건의했다. 겨울에는 지카바이러스 확산 가능성이 작지만, 추위가 풀리고 기온이 오르면 모기가 활동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 ‘감염병 매개모기 방제지침 자료’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모기는 알 상태로 겨울을 난다. 만약 알에서 성충으로 성장할 경우 추운 날씨 때문에 모두 소멸한다. 겨울이 가고 평균 기온이 섭씨 10도 이상으로 오르면 알은 성충으로 성장해 4주 이상 생존한다. 이때 성충의 난소 발육 과정에서 사람이나 동물의 피를 빨아먹는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모기가 사람을 물면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옮기게 된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이집트숲모기, 흰줄숲모기 등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과학적이고 효율적인 모기 방제 대책부터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일본뇌염·말라리아 등 모기 매개 감염병 대응 서둘러야

일본뇌염 매개 ‘작은빨간집모기’(왼쪽)와 말라리아 매개 ‘중국얼룩날개모기’

지카바이러스 외에 일본뇌염, 말라리아 등 모기 매개 감염병 방제 작업도 서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모기가 서식하는 시기는 3~4월부터 9~10월까지지만, 지구 온난화와 이상 고온 등의 영향으로 예상보다 모기가 빨리 나타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브라질 보건당국 조사 결과, 지난해 세계의 이상 고온 현상으로 아프리카의 숲모기가 중남미로 이동하면서 지카바이러스가 확산됐다.

국내 대표적인 모기 매개 감염병인 ‘일본뇌염’은 매년 20명 내외로 발생했는데, 2014년 26명으로 늘었다. 일본뇌염에 감염되면 고열, 두통, 무기력 상태에서 중추신경계가 마비되는 증상이 나타난다. 치사율은 30~40%에 이른다.

또 다른 대표적인 모기 매개 감염병인 ‘말라리아’도 매년 1000건 전후의 감염이 보고되고 있다. 2014년 말라리아 발생자는 628명이었다. 특히 한 번 발생하면 확산 속도가 빨라 예방이 중요하다. 말라리아는 오한, 두통, 빈혈, 혈소판 감소, 저혈압, 뇌성 혼수, 간질성 폐렴, 급성 신장 이상 등이 생길 수 있다. 말라리아의 치사율은 10%이다.

감염을 일으키는 모기 개체수가 늘면서 보다 광범위한 방제 대책도 필요해졌다. 질병관리본부 감염병 통계 자료를 확인한 결과, 지난해 3~10월 수집된 일본뇌염 매개인 ‘작은빨간집모기’는 1414개체로 전년대비 171.9%(894개체) 늘었다. 또 지난해 3~10월 수집된 말라리아 매개 ‘중국얼룩날개모기’는 417개체로 전년대비 43.3%(126개체) 증가했다.

◆모기 서식 환경 점검해야…방충망 등 설치 필요

모기 알과 유충 서식 환경. 주로 물웅덩이, 폐타이어, 항아리 화분 등에 서식한다.

전문가들은 모기가 서식하는 환경을 제거하기 위해 정부와 국민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우선 모기가 쉽게 서식할 수 있는 숲 속의 나무 둥지, 물웅덩이, 도심의 공원, 인공 소형 용기(플라스틱) 등의 위생 상태를 점검해야 한다. 모기 성충 발생 위험이 큰 곳은 살충제를 이용해 방제 작업을 해야 한다.

개인적인 모기 예방 수칙도 필요하다. 국민의 해외 여행이 늘어나면서 뎅기열, 치쿤구니아 등 해외 유입 감염병도 매년 300~400건씩 발생하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긴급상황센터장은 “한여름이라도 야외 활동을 할 때는 반드시 긴 소매와 긴 바지의 옷을 입어야 한다”며 “감염병이 유행하는 곳의 해외 여행을 삼가고, 부득이 여행을 할때는 가급적 방충망이 갖춰진 실내에 머물러야 한다”고 말했다.

조현찬 한림대 강동성심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우리나라가 아열대 기후로 바뀌면서 동남아 일대에 사는 모기가 제주도 등 국내로 몰려오고 있다”며 “감염자나 배, 비행기 등을 통해서도 각종 해외 모기가 국내에 유입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