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기업'의 타이틀이 애플에서 구글로 넘어갔다. 2011년 8월 아이폰의 대성공에 힘입어 시가총액 세계 1위 기업 자리에 올라섰던 애플이 4년 6개월 만에 '왕좌'에서 물러나고 그 자리를 인터넷 기업 구글의 지주회사인 알파벳이 차지했다. 시가총액은 발행주식 수에 현재 주가를 곱한 것으로 기업 가치와 미래 성장성을 보여주는 주요 지표다.

1일(현지 시각) 알파벳의 실적 발표가 끝나자 장외 시장에서 주가가 4% 넘게 상승한 반면 애플은 0.18% 떨어졌다. 이를 반영한 시가총액은 알파벳이 5522억달러(약 666조5054억원), 애플이 5366억달러(약 647조6700억원)였다. 두 기업의 자리바꿈은 글로벌 IT(정보기술) 산업의 주도권이 하드웨어에서 인터넷·플랫폼 기업으로 넘어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인터넷·모바일·동영상까지 장악한 구글

실적만 비교해보면 여전히 애플은 구글을 압도한다. 작년 4분기 애플은 매출 759억달러, 순이익 184억달러를 기록했다. 주식 시장에 상장된 미국 기업 가운데 역사상 최대 실적이었다. 매출 213억3000만달러(약 23조7435억원), 순이익 49억2300만달러(약 5조9420억원)를 벌어들인 알파벳보다 매출은 3배, 순이익은 4배 이상 높은 수치다. 지주회사인 알파벳은 구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고, 이번에 발표한 실적 중 구글의 비중이 99% 이상이다.

장부상 실적과 달리 IT업계에 미치는 영향력은 구글이 애플보다 훨씬 크다. 구글은 인터넷·모바일·동영상 등 주요 플랫폼을 모두 장악하고 있다. 플랫폼이란 사람들이 열차를 타고 내리는 승강장처럼 온라인에서 상품과 콘텐츠를 사고팔거나 마케팅을 하는 일종의 장터를 뜻한다.

구글은 세계 최대의 인터넷 검색 업체이자, 세계 스마트폰 운영체제(OS) 시장의 84%를 차지하고 있다. 또 구글의 이메일 서비스인 지메일(gmail)과 동영상 서비스 유튜브(youtube)의 월평균 사용자 수는 각각 10억명이 넘는다. 사실상 인터넷과 스마트폰 사용자는 모두 구글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셈이다.

구글은 검색·모바일·이메일·동영상 등에 광고를 붙여서 매출을 올린다. 작년 4분기 광고 매출은 190억78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7% 성장했다. 또 안드로이드OS에 기본으로 내장된 앱 장터 '구글플레이'에서 거래되는 유료 앱(응용 프로그램)·콘텐츠 판매액에서 30%의 수수료를 받는다. 2008년부터 최근까지 안드로이드OS로 벌어들인 매출은 310억달러에 달한다. 구글의 선다 피차이 최고경영자(CEO)는 "작년 4분기 실적은 구글이 모바일을 비롯한 모든 사업 영역에서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는 애플과 정반대다. 애플의 사업구조는 아이폰에 지나치게 편중돼 있다.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작년 4분기의 경우 전체 매출에서 아이폰이 차지하는 비중이 68%에 달했다. 아이폰의 성장세가 꺾이면 애플의 성장이 멈추는 셈이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거의 포화상태에 달한 가운데 애플은 "올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최대 14% 감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무인차 등 미래 산업 선점

미래 산업도 구글이 선점하고 있다. 구글은 작년 자율주행자동차(무인차)·우주 개발·헬스케어 등 '문샷(상식을 뛰어넘는 진보) 프로젝트'에 무려 36억달러(약 4조3452억원)를 투자해 선두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구글은 2014년 9월부터 작년 12월까지 49대의 무인차로 68만㎞를 시험 주행했다. 또 자동차용 OS '안드로이드 오토'를 개발해 자동차 업체들에 제공하고 있다.

구글과 더불어 양대(兩大) 플랫폼 업체로 불리는 페이스북 역시 성장세가 무섭다. 페이스북은 1년 사이에 순이익이 두 배 넘게 성장했다. 또 페이스북과 이 회사가 인수한 모바일 메신저 '왓츠앱'의 월평균 이용자(MAU)는 각각 14억4000만명, 10억명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하드웨어와 달리 플랫폼은 한 번 정착하면 쉽게 옮기지 못한다는 특성 때문에 주도권을 장악한 업체들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은 가격이 저렴하거나, 혁신적인 제품이 나오면 쉽게 다른 제품으로 바꾸면 된다. 하지만 이메일·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 플랫폼은 사용자의 정보·자료 등이 쌓여, 이를 바탕으로 지인들과의 네트워크가 형성돼 있기 때문에 금방 다른 서비스로 갈아타기 어렵다. 카이스트 이병태 교수(경영학)는 "앞으로 완전히 새로운 기기가 등장하지 않는 이상 구글 같은 인터넷·모바일 업체들이 산업을 이끌어나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