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통신 기업들이 올해 최대 역점 사업으로 추진하는 것은 '사물인터넷(IoT·Internet of things)' 분야다. 통신 3사 최고경영자들은 올해 사업 전략을 발표하면서 사물인터넷 분야를 미래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언급하고 있다. 사물인터넷이란 각종 기기에 인터넷 통신 기능과 센서를 내장해 기기끼리 정보를 주고받으며 자동으로 작동시킬 뿐 아니라 스마트폰으로 원격 조종할 수 있는 기술을 가리킨다.

◇밥솥, 애완견 관리까지 접목

통신사들은 사물인터넷 서비스를 위해 기존 전자제품 제조사들과 손을 잡았다. 통신사는 이미 전국적인 유·무선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만큼 사물인터넷을 위한 서비스 구축이 다른 기업보다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이들은 올 상반기에만 모두 60종 안팎의 가정용 사물인터넷 서비스를 내놓을 예정이다

SK텔레콤은 보일러, 제습기, 에어컨, 도어록, 김치냉장고, 공기청정기, 밥솥 등을 기반으로 한 30여종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올 상반기에는 가스 누출 경보기, 레인지후드, 금고 등과 접목된 서비스를 추가로 내놓는다. SK텔레콤은 서비스를 위해 GE, 경동나비엔, 위닉스, 캐리어에어컨, 린나이, 대유 위니아, 동양매직 등과 잇따라 제휴하고 있다.

KT는 지금까지 사물인터넷 서비스 7종을 출시했고 올해 서비스 영역을 크게 늘린다. KT가 출시한 가정용 CCTV '올레 기가 IoT 홈캠'은 실시간으로 촬영한 집 안 영상을 스마트폰을 통해 보여주는 서비스다.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면 스마트폰 앱에서 '긴급 출동' 버튼을 눌러 보안 업체인 KT텔레캅에 출동 요청을 할 수도 있다. 운동을 돕는 '올레 기가 피트니스' 서비스는 7g 무게의 손톱만 한 센서를 옷이나 신발에 달아서 이용한다. 운동하면서 칼로리 소모 같은 운동 정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LG유플러스는 지금까지 사물인터넷 서비스 14종을 내놨다. 도어록, 가스 밸브 조절기, 열림 감지 센서, 에너지 미터 등이 총망라된 '홈 IoT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굳이 스마트폰을 통하지 않고도 '불 꺼' '가스 잠가' '문 열어' 등 말만 하면 기기가 작동하는 음성 명령 기능도 있다. 이 서비스는 최근 가입자 20만명을 돌파했다.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애완견에게 먹이를 주는 '펫(애완동물) 스테이션'도 있다. 무전기 기능을 갖춰 애완견에게 주인 목소리를 전달하는 것도 가능하다. LG유플러스는 미국의 전기차 개발 기업인 레오모터스와 전기차, 전기 어선에 접목할 사물인터넷 신규 사업도 추진 중이다.

◇정체된 통신 시장의 돌파구

통신사들이 사물인터넷에 눈을 돌리는 이유는 기존 주력 사업인 통신 시장이 정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동통신 업계 1위인 SK텔레콤만 해도 지난해 매출액이 17조1367억원으로 2014년 17조1638억원보다 줄었다. 매출이 줄어드는 것은 기업의 성장이 멈췄다는 것을 보여주는 심각한 현상이다.

유·무선 통신 사업을 모두 거느린 KT는 매출이 2014년 22조3117억원에서 지난해 22조2812억원으로 감소했다. LG유플러스도 2014년 10조9998억원에서 지난해 10조7952억원으로 감소했다.

특히 지난 20여 년간 매년 수조원 이익을 내면서 '황금 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던 이동통신 사업이 지난해를 기점으로 역(逆)성장의 길로 접어든 것이 통신업체들에 큰 타격이 되고 있다.

하지만 미래 성장 사업으로 꼽히는 사물인터넷 시장 규모는 점점 커지고 있다. 통신업계로선 가전 회사 등과 손잡고 이 시장에 뛰어들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미래부에 따르면, 국내 사물인터넷 시장 매출 규모는 2014년 3조7596억원에서 지난해 4조8124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올해는 5조3372억원으로 추산된다. 시장조사 업체 스트라콥은 "오는 2020년에는 한국 사물인터넷 시장이 17조1000억원 규모로 급성장할 전망"이라며 "주요 업체들의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