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수출 부진에 따른 실물 경기 위축 가능성이 최대 경제 리스크로 부각되고 있다. 지난 1월 수출이 전년 대비 18.5% 급락한 데 따른 ‘수출 쇼크’ 때문이다. 수출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수출 부진이 투자와 소비 둔화로 이어져 실물경제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규모가 사상최대 수준인 1060억달러에 이르렀지만, 저유가와 경제활동 부진에 따른 수입감소 등으로 인한 것이어서 좋게 볼 수만은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국제유가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고, 세계 경제성장을 이끌었던 신흥국 경기가 급속히 얼어붙는 등 대외경제 환경이 어둡기 때문에 수출 부진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많다고 진단했다. 수출 부진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주력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고강도 혁신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주력 품목 수출 ‘줄줄이’ 마이너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1월 수출은 367억달러로 전년 동월대비 18.5% 감소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국제 교역량이 급감했던 2009년 8월(-20.9%) 이후 감소폭이 가장 컸다. 1월 수출에서 가장 주목되는 지점은 수출 물량이 전년 대비 5.3% 감소했다는 것이다. 물량 기준 수출량은 지난 10월 9.4% 감소한 이후 11월(-0.2%), 12월(0.9%)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1월 들어 다시 감소세로 전환했다.

13대 주력 품목의 수출이 감소세로 돌아섰다는 것도 주목할만한 지점이다. 유가하락 영향으로 석유화학(-18.8%), 석유제품(-36.5%) 등이 부진했고, 자동차(-21.5%), 휴대전화(-7.3%), 반도체(-13.7%), 디스플레이(-30.8%), 선박(-32.3%), 철강(-19.9%) 등이 줄줄이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했다.

지역별로는 대(對) EU 수출이 증가세(7.3%)를 유지했을 뿐 미국(-9.2%), 아세안(-19.7%), 중남미(-35.8%), 러시아 등 CIS(-21.0%) 등이 모두 감소했다. 최대 수출 시장인 중국에서는 21.5% 급감했다.

전문가들은 저유가로 인한 수출액 감소세가 이어진 가운데, 중국 아세안 등 신흥시장의 성장세 둔화가 본격화된 것이 수출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중국 기업들의 기술력이 빠르게 향상되고 있어 국내 기업들에게 달라진 수출 환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과거에는 소재와 부품을 중국에 수출하면 중국이 완제품을 생산해 수출하는 방식으로 우리나라의 가공무역이 활발했지만, 높아진 기술 수준에 힙입어 중국 기업들이 부품과 소재 등을 자체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대 중국 수출이 과거만큼 높은 증가세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한 대기업 계열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최근 들어 중국과 국내 기업의 기술 격차가 급격하게 좁혀지면서 가공무역 형태의 대 중국 수출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런 요인은 최근의 대 중국 수출 부진이 중국의 성장세 둔화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국내 기업들이 직면하는 수출 환경이 구조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해주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 내수보강·산업혁신 ‘투 트랙’ 전략 실행해야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수출 부진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산업 구조와 수출 전략의 대대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무엇보다도 제조업과 가공무역에 의존한 대중 수출 전략을 바꾸는 것이 급선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비스업 생산 비중을 높이고 중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완제품의 수출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조철 산업연구원 주력산업산업실장은 “중국의 제조업 경기가 부진한 가운데, 중국 기업의 부품 소재 개발 능력이 향상된 것이 가공무역에 의존했던 국내 기업들에게 큰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우리가 중국에 비해 경쟁 우위에 있는 문화컨텐츠 등 서비스업의 수출 비중을 높이고, 중국 내수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완제품 수출 확대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국내적으로는 수출 부진 여파를 완충 할 수 있는 내수 확장 정책을 펼치는 가운데, 중국 기업들의 추격을 따돌릴 수 있는 국내 기업들의 발 빠른 사업구조 재편을 촉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정부는 1분기 재정 집행을 당초 계획했던 것보다 추가적으로 확대하는 경기보완 방안을 구상 중이다.

대기업 계열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수출의 성장 기여도가 당분간 마이너스(-)를 벗어나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에 정부나 한은이 확정적인 정책으로 국내 경기 위축을 떠받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면서도 “그것만이 전부가 되어서는 곤란하고, 결국 기업들이 R&D와 마케팅 중심으로 혁신 역량을 발휘해서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