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010140)이 올해 1월 한 달간 단 한 척도 수주를 하지 못한 것으로 2일 확인됐다. 세계 경기 불황과 저유가 지속으로 당분간 수주 가뭄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내 조선업계의 실적 전망이 어둡다.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조선업계 관계자는 “국내 조선 3사 모두 수주잔량이 많기 때문에 몇 달 동안 수주를 못 했다고 바로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시장 상황이 상당히 좋지 않다는 점이 우려된다. 수주 가뭄이 장기간 지속될 경우 조선업체들은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수주잔량 세계 1~3위를 차지하고 있는 조선 3사는 이미 2년치 일거리를 확보해둔 상태다. 하지만 장기 불황으로 수주를 못 하는 상황이 1년 이상 지속될 경우 조선업체들은 막대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국내 조선업체의 캐시카우(현금창출원) 역할을 하던 선박 발주는 세계 경기 침체에 따른 물동량 감소로 뚝 끊겼다. 세계 최대 해운업체인 머스크가 작년 10월 구조조정에 들어가는 등 업계 불황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국내 국적 해운사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도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어 2011년 이후 선박 발주를 거의 하지 못하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가 올해 건조되는 선박부터 질소산화물(NOx) 등 환경오염물질 배출 규제를 강화한 ‘티어3(Tier3)’를 적용하는 점도 수주 감소 원인이 됐다. 선주들은 올해부터 환경오염물질을 줄이기 위한 장비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기 때문에 추가 부담이 발생한다. 선주들이 추가 부담을 피하기 위해 작년 선박 수주를 서둘렀기 때문에 올해 수주량이 급감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 조선업계에 수조원대 적자를 안겨준 해양플랜트 발주도 찾아보기 어렵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수준이던 2011~2014년엔 해양플랜트 발주가 활발했지만, 2015년 이후 배럴당 20~40달러 수준으로 유가가 떨어지면서 발주도 종적을 감췄다. 산업연구원은 유가가 배럴당 50~70달러 수준으로 올라야 해양플랜트 발주가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중공업은 작년 1월 유조선 4척을 수주했지만, 올해 1월에는 수주 실적이 없다. 해양플랜트 발주 감소로 1월 22일 해양 2공장(온산공장) 가동도 중단했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수주 목표를 작년(191억달러)보다 13% 낮춘 167억달러로 잡았다.

대우조선해양은 작년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두 달 동안 수주를 하지 못했다. 작년 1월엔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4척 등을 10억달러에 수주했다. 삼성중공업도 올해 1월 수주 실적을 올리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