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일 오후 경기 평택시 포승읍 만호리 평택·당진항. 자동차 운반선에 선적을 대기중인 차량들이 차가운 바닷바람을 맞으며 야적장에 세워져 있었다.

하루 평균 2500대의 차량이 해외로 나가는 국내 최대 수출 관문 평택·당진항은 요즘 물량이 30% 정도 줄었다.

작년 말 수출 차량을 가득 실은 트럭들로 장사진을 이뤘던 항구는 곳곳이 비어 있었다. 현대차(아산), 기아차(화성·소하리), 쌍용차(평택) 등에서 생산, 수출하는 차량 대수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자동차가 발표한 올해 1월 국내 생산 수출 물량은 14만8800대로 지난해 1월(19만6400대) 대비 24% 이상 감소했다. 중국, 브라질, 러시아 등 신흥국 경기 둔화, 아프리카·중동 산유국들의 소비 저하로 수출이 직격탄을 맞았다.

현대차 관계자는 “신흥시장 성장 둔화, 환율 변동에 따른 불확실성 증대, 저유가, 업체간 경쟁 심화로 시장 상황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평택·당진항에 해외로 수출하는 자동차들이 세워져 있다. 2016년 1월 현대·기아자동차의 국내생산 수출은 24% 이상 감소했다.

재계에 ‘수출 절벽’ 비상이 걸렸다. 올 1월 수출이 367억달러(44조원)에 그쳤다. 지난해 1월보다 무려 18.5%나 줄었다. 2009년 8월(20.9%) 이후 6년 5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수출이 줄었다.

우리 기업들은 새해 벽두 유럽연합(EU)을 제외한 중국, 미국, 중동 등 대부분의 수출 시장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중국과 일본이 환율 전쟁을 선포하는 등 자국 기업의 수출을 독려하는 상황에서 우리만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특단의 수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반도체·디스플레이·자동차·철강 등 주요 수출 품목 판매 부진

우리나라의 대표 수출 품목인 IT부터 선박, 자동차, 철강 등 중후장대 산업까지 올해 1월 극심한 해외 판매 부진의 직격탄을 맞았다.

수출효자 상품인 반도체 기업의 1월 수출 실적은 45억4000만달러로 지난해 1월(52억6000만달러)보다 13.7%나 줄었다. 메모리반도체인 D램 가격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데다 완제품 제조사의 재고가 쌓여 수출이 저조했다.

무선통신기기(휴대폰) 제조사의 1월 수출 실적은 21억3000만달러로 지난해 1월(23억달러)보다 7.3% 감소했다. 중국 화웨이 등 후발업체의 공세와 일본 등 선진시장에서의 교체 수요 둔화가 원인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1월 수출 실적은 18억3000만달러로 지난해 1월(26억5000만달러) 대비 30.8%나 감소했다. 이미 공급 과잉인데 중국 패널 업체의 지속적인 출하량 확대로 LCD 패널 가격이 30%나 떨어졌다.

선박 기업들의 수출실적도 저조했다. 저유가로 해양 플랜트 물량이 사라지면서 1월 수출은 29억7000만달러에 그쳐, 지난해 1월(43억8000만달러) 대비 32.3% 감소했다.

철강 회사들은 글로벌 수요 부진에 따른 물량 감소와 중국의 저가 공세의 영향을 받았다. 1월 철강 수출은 22억1000만달러로 지난해 1월(27억6000만달러) 대비 19.9% 줄었다.

석유화학 기업들은 유가 하락의 압박으로 수출 단가가 떨어졌다. 1월 석유화학 수출은 26억5000만달러로 지난해 1월(32억6000만달러)보다 18.8% 줄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 최대 수출국 ‘중국’이 문제…중동·중남미 소비 위축

재계는 수출 부진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올 한해 계속 이어질까 우려하고 있다. 신흥국 경기 둔화, 저유가 등 수출을 둘러싼 대외 여건이 당초 예상보다 더 빨리 더 악화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수출의 26%를 차지하는 중국의 부진은 올해 실적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실제 1월 대중국 수출은 94억8000만달러로 지난해 1월(120억8000만달러)보다 21.5%나 줄었다. 반도체, 자동차, 기계, 디스플레이, 석유화학의 수출 여건이 크게 나빠졌다.

1월 대미국 수출도 50억5000만달러로 지난해 1월(55억6000만달러) 대비 9.2% 감소했다. 달러화 강세에 따른 제조업 경기 위축과 소비심리 둔화가 영향을 미쳤다. 중국발 철강 제품 공급 과잉은 미국 현지 시장의 침체로 이어지고 있다.

중동 지역은 저유가와 정세 불안정으로 내수 시장이 위축되고 있다. 중남미 지역은 경제성장률 하향으로 소비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중남미 경제성장률을 -0.3%로 전망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중국 경기 둔화, 원자재 가격하락 등 세계 경제가 취약한 상황에서 미국의 기준 금리 인상이 신흥국 경기를 위축시키고 있다. 수출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원가절감·차별화된 기술을 통한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