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 대상으로 여겨지던 곤충이 연간 3000억원대 신성장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09년 1500억원대였던 국내 곤충산업 시장 규모가 지난해 3000억원대로 성장했다"며 "오는 2020년에는 1조원대까지 성장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곤충산업 중 최근 각광받고 있는 분야는 식품이다. 고(高)단백, 저(低)칼로리인 곤충이 기능성 식품에 적합하다는 평이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소고기 100g에는 단백질 21g, 말린 메뚜기 100g에는 단백질 70g이 함유돼 있다. 메뚜기·귀뚜라미 등 곤충 100g이 내는 열량은 140~180㎉ 수준으로, 같은 무게의 쌀이나 콩이 만들어내는 에너지의 절반에 불과하다. 농진청 관계자는 "곤충은 적은 공간과 사료로 쉽게 기를 수 있고, 단백질 함유량이 높아 육류 대체재로 적합하다"며 "맛은 새우와 비슷하다"고 했다.

곤충이 식품, 화장품, 신소재 개발 등에서 주요 재료로 쓰이면서 곤충산업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은 곤충을 넣어 만든 음식들로 왼쪽부터 라코타 치즈 라비올리, 크래커, 볶음밥.

실제 올해부터는 일부 환자를 대상으로 곤충을 이용한 식단이 등장한다. 농진청과 세브란스 병원은 지난해 갈색거저리를 이용한 암 환자용 식단을 개발해 공동으로 특허를 출원했다. 농진청 관계자는 "소고기가 암에 좋지 않다는 속설 때문에 소고기를 거부하는 환자도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다"며 "같은 무게 소고기보다 단백질 함량이 두 배"라고 했다. 고기뿐 아니라 곤충으로 만든 어묵, 운동 후 마시는 단백질 쉐이크 등도 개발됐다.

식품 원료로 사용할 수 있는 곤충 수도 늘고 있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누구나 식품 원료로 사용할 수 있는 식용 곤충은 번데기, 메뚜기, 백강잠 3종뿐이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28일 쌍별귀뚜라미와 갈색거저리 유충도 누구나 식품 원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식품의 기준 및 규격' 일부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곤충을 이용한 화장품, 신소재 개발도 빠르게 진행 중이다. 왕지네나 애기뿔소똥구리 등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내뿜는 항균 펩타이드를 여드름이나 아토피 치료제로 이용하는 것이다. 또 지난 2009년에는 누에고치를 이용한 고막용 실크패치(고막 재생을 촉진하는 물질), 2014년에는 치과용 차폐막(임플란트 시술 시 잇몸뼈 형성을 촉진하기 위한 막) 등이 개발됐다. 천적 곤충을 활용하는 '바이오 농약' 산업은 시장 규모가 2011년 96억원에서 지난해 300억원으로 확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