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VR)’ 시장 규모는 2020년까지 3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입니다. 가상현실 이용자는 작년에 380만명이었지만, 올해 5500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위원식 위즐리앤컴퍼니 상무)

“국내 전체 3D 스크린수는 2011년부터 4.3% 연평균 성장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앞으로 14만개의 가상현실과 접목된 상영관이 생긴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안구철 CJ CGV 상무)

“가상현실 광고판 TV 시장 규모가 1500만달러까지 성장한다고 합니다. 일반 정거장이나 매장에서 설치가 가능하기 때문에 사용자 접근성이 좋은데다, 아직 보급도 많이 안돼있는 상황입니다.” (양승준 볼트홀 대표)

“가상현실은 게임뿐만 아니라 의료·교육·전시·공연 등 다양한 산업 영역에서 활용될 것입니다.” (이성호 디스트릭트 이사)

위원식 위즐리앤컴퍼니 상무(사진 왼쪽부터 시계방향), 안구철 CJ CGV 상무, 양승준 볼트홀 대표, 이성호 디스트릭트 이사

조선비즈는 오는 9월 열리는 ICT(정보통신기술) 콘퍼런스 ‘스마트클라우드쇼 2016’을 앞두고 ‘가상현실의 부상과 한국의 전략’이라는 주제로 전문 세미나를 29일 개최했다. 많은 VR업계 관계자와 VR에 관심 있는 청중들이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강당을 가득 채웠다.

이날 자리에 참석한 VR 관련 전문가들은 향후 VR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대해 한 목소리로 장밋빛 전망을 내놨다. 특히 토론과정에서 VR에 대한 통찰력이 담긴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 성공하는 가상현실 전략은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위원식 상무는 “가상현실은 융복합 콘텐츠와 창조기술이 만나 시장을 형성하는 것”이라며 “예를 들어 수험생들이 심신의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가상현실을 적용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두 번째 발제로 안구철 상무는 ‘극장의 진화와 VR’이라는 주제로 강연하며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극장 시장 1위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CGV는 세계 최초로 극장의 벽면까지 활용한 3면(270도) 상영 기술인 ‘스크린X’를 선보였다”며 “HMD가 개인화된 360도 멀티 스크린이라면 스크린X는 공공성을 지닌 멀티 스크린”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영화관이 공간에서 기술적 변화를 추구하기 시작했다”며 “앞으로 더 큰 시장이 형성될 것이며, VR 콘텐츠를 극장에서 상영할 수 있게 되면 큰 매출 효과도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VR 게임 스타트업 볼트홀 양승훈 대표는 “VR 기반 게임 스타트업을 창업하면서 가상현실 게임을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까에 대한 상당한 고민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모바일과 VR이 동시에 되는 게임으로 시간을 벌었다.

그는 “‘건즈 오브 히어로즈’라는 VR 게임을 출시했는데, 모바일 게임과 VR 게임을 하나의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만들어 바로 매출을 일으켰다”고 말했다. 그는 “가상현실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헤드마운드디스플레이(HMD)가 없는 사용자라도 옵션을 통해 버튼 하나로 모바일 게임으로 전환시킬 수 있어 부분 유료화 게임으로 수익을 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HMD를 착용한 사용자가 가상현실을 체험하고 있는 모습

양 대표는 “VR 기기의 하드웨어 스펙이 계속해서 발전한다고 하더라도 고급화만 추구할 수는 없다”면서 “스마트 TV나 모바일 플랫폼에 적합한 게임을 출시한다면 VR 게임이 RPG에 편중된 것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피력했다.

이성호 이사는 “VR이 차세대 미디어 플랫폼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특히 페이스북·구글·MS·삼성 등 글로벌 기업들이 VR 관련 사업에 지속적인 투자를 하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에서 ‘성(性)’과 관련된 것들이 가장 먼저 VR로 산업화됐다”며 “우리나라도 ‘가상현실방’ 같은 성인용 콘텐츠를 체험할 수 있는 산업이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 VR 성장 위해 기술보다 생태계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

이날 참석한 VR 전문가들은 VR의 성장을 위해 관련 기술의 발전도 중요하지만, 생태계 구축이라는 VR 플랫폼의 성공은 결국 콘텐츠를 통해서만 이뤄질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위 상무는 페이스북을 예로 들면서 “최근 최고 실적을 거둔 페이스북 성공의 원동력은 기술이 아닌 사람의 심리성을 이용한 메커니즘에 있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기술이 아닌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먼저 선정해 사용자를 확보하는 것이 가장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VR이 제공할 수 있는 삶의 가치와 경제적인 이익을 토대로 한 새로운 사회 형성을 통해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선택과 집중을 통해 어떤 콘텐츠를 제공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성호 이사도 “VR 생태계가 구축되기 위해선 이를 체험할 수 있는 VR 콘텐츠와 플랫폼이 많이 확산돼야 한다”며 “VR이 발전하는데 콘텐츠 개발자의 역할이 크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단순한 가상현실을 넘어 ICT 기술을 활용한 플레이 케이팝(K-POP) 같은 다양한 VR 형태의 콘텐츠들이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안구철 상무는 “영화 아바타 하나가 3D 산업을 세계적 이슈로 만든 것은 콘텐츠 하나의 힘이 얼마나 큰 지를 잘 보여준 사례”라며 “VR 산업이 성장하기 위해선 기술도 중요하지만 콘텐츠의 역할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위원식 상무는 유튜브·페이스북·오큘러스 등 플랫폼으로 성공한 회사들은 모두 무료 서비스를 제공했다면서 무료 서비스만이 VR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플랫폼을 장악한 모든 사업자들은 무료 서비스라는 유인책이 있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단기적으로 성과를 내려고 하다 보니 이를 시도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소기업은 투자할 여력이 없어서, 대기업은 당장은 수익이 나지 않기 때문에 여기에 투자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VR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선 철저한 반성이 있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우리나라는 추격만 반복하게 될 것”이라고 경종을 울렸다.

조선비즈가 29일 ‘가상현실의 부상과 한국의 전략’이라는 주제로 개최한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전문가 강연을 경청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