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성장과 불평등 사이의 상관관계를 두고 지난 2014~2015년 세계 경제학계를 달군 논쟁을 뜻한다. 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 불평등의 순기능과 역기능은 무엇인지, 불평등 문제가 경제 발전에 미칠 영향을 무엇인지를 두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

‘불평등 논쟁(The debate on inequality)’에 먼저 불을 댕긴 학자는 토마 피케티(Thomas Piketty) 프랑스 파리경제대 교수다. 그는 2014년 펴낸 책 ‘21세기 자본Le capital au XXI siecle’에서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20개국의 조세자료 300년치를 분석해 자본수익률이 경제성장률과 노동소득 증가율을 웃돌았다고 분석하고, 심화되는 부의 불균형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법으로 피케티 교수는 부유층에 대한 세율을 대폭 올려야 한다는 강경책을 내놨다. 특히 소득 상위 1%의 소득세율을 80%로 올리고, 자산에 대한 세금도 매년 걷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급진적인 피케티 교수의 주장은 자유주의 경제학자들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미국의 대표적인 보수주의 경제학자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 교수는 경제성장에 기여한 자본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더 많은 부를 갖는 게 당연하며, 불평등 논쟁은 정치적인 입장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기부왕으로 유명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마저도 피케티의 주장은 극단적이란 의견을 냈다.

불평등 논쟁에 다시 한번 기름을 부은 이는 2015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앵거스 디턴(Angus Deaton) 미 프린스턴대 교수다. 노벨상 수상과 함께 디턴 교수의 저작 ‘위대한 탈출(The great escape)’도 재조명됐는데, 그가 “불평등이 경제 성장의 동력”이었다고 평가한 부분이 문제가 됐다. 불평등 논쟁은 경제학계뿐만 아니라 지식인 사회에서도 뜨거운 화두가 됐고, 한국 사회 일각에선 디턴 교수를 피케티 교수의 대척점에 서 있다고 평가했다.

불평등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앵거스 디턴 미 프린스턴대 교수

디턴 교수까지 끌어들인 불평등 논란은 그의 한국어판 저작의 내용 중 일부가 오역·누락된 사실이 밝혀지면서 또 한 차례 전환점을 맞았다.

2013년 원서를 발간한 프린스턴대 출판부는 “‘위대한 탈출’의 한국어판이 원서를 정확하게 반영하지 않은 채 바꾸거나 빠뜨린 부분이 있다는 사실을 최근 알게 됐다”며 “이 책이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과 대립된다고 설명한 한국 경제학자의 서문이 한국어판에 포함돼 있지만, 이런 변경 사항이나 서문은 저자나 프린스턴대 출판부의 동의나 심사를 거치지 않은 것”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실제로 디턴 교수는 “피케티 교수와 나는 같은 것(불평등)을 다른 방식으로 볼 뿐, 전혀 반대되는 태도를 가진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는 불평등 그 자체만으로는 경제 성장의 원천이 될 수 없으며, 불평등에는 양면이 있다고 인정했다. 새로운 기술이나 혁신의 결과로 생긴 불평등은 또 다른 혁신과 경제 성장을 자극하는 동기가 될 수도,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금권정치 같은 문제를 낳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앵거스 디턴(Angus Deaton)

디턴 교수는 소비자의 행동 모델 연구로 잘 알려진 미시경제학 분야의 석학이다. 빈곤 측정과 보건경제학, 경제발전 등도 폭넓게 연구한다. 미국 경제학회 회장을 맡았으며, 영국 왕립경제학회 뉴스레터의 고정 필자로도 활동했다. 2015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토마 피케티(Thomas Piketty)

자본주의의 발달이 불평등을 심화하고 분배구조를 왜곡한다는 주장을 방대한 통계자료로 뒷받침한 저작 ‘21세기 자본’으로 경제학계의 스타가 됐다. 피케티 교수의 저작은 ‘피케티 열풍’으로 불리며 학계와 지식인들이 다시 한번 불평등 문제에 주목하게 만들었다.

앤서니 앳킨슨(Anthony Atkinson)

불평등 연구의 대가로 불리는 영국 런던정경대(LSE) 교수로, 진보 경제학자인 토마 피케티 교수의 멘토이기도 하다. 50년 가까이 부와 소득의 분배, 빈곤과 복지국가, 후생경제학 분야를 연구했다. 해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 후보로 거론되며, 불평등 지표인 ‘앳킨슨지수를 고안한 것으로 유명하다.